메뉴 건너뛰기

close

새해 들어서도, 보수언론은 일제히 노무현 대통령이 퇴임 후 거주할 봉하마을에 대한 기사를 자주 공개하는 것 같습니다. 요며칠 동안 특히 두드러진다는 것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이시각포털] 노 대통령의 뻑적지근 귀거래사> SBS 1월 16일자 기사

<盧대통령 고향 엄청 좋아지네… 김해시,75억 투입 주차장등 10개사업추진> '국민일보' 1월 21일자 기사

<[사설]엽기… ‘노무현 聖地’ 조성과 정부 개편 거부 시사> '동아일보' 1월 22일자 사설

<봉하마을에 예산 165억 퍼붓는다> '문화일보' 1월 22일자 기사

<[이시각포털] 세금 165억 들여 귀향 선물로?> SBS 1월 22일자 기사

<노 대통령 돌아가 살 봉하마을 … 세금 165억 들여 단장 … 귀향 선물 ?> '중앙일보' 1월 22일자 기사

<[취재일기] 봉하마을의 세금 빼먹기> '중앙일보' 1월 23일자 기사

 

보수언론의 숱한 '봉하마을' 관련기사 중 제목이 가장 자극적인 기사들을 골라본 것입니다. 원색적이라고 할 수도 있는데요. 보수언론의 보도를 종합해 보면, '봉하마을'은 세금을 '빼먹기도 하며', '퍼먹기도 하면서', '뻑적지근 귀거래사'를 통해 '엄청 좋아지'고 있습니다. 이 이상의 표현이 더이상 있을 수 있나 의문이 들 정도입니다.

 

기사 내용상으로는 '봉하마을'을 어떻게 표현했는지도 돌아보겠습니다.

 

"(조인스닷컴은 )'깡촌 봉하 마을, 전원 마을로 탈바꿈'이란 제목으로 노무현 대통령의 뻑적지근한 귀거래사 모습을 보도했습니다.

 

이곳에 지어지고 있는 노 대통령의 사저는 약 1297평 크기로 역대 대통령 사저 가운데 가장 크다고 하는데요. 지금까지 최고였던 전두환 전 대통령의 사저보다 5배 이상 크다고 합니다." -SBS-

 

"대지 3992m²(1210평)에 공사비만 12억여 원인 노 대통령 사저 주변에 측근들을 위한 연립주택까지 지어 '노무현 & 노사모 타운'이 조성되는 데 대해서도 여론이 부정적인데 마을 전체를 아예 '노무현 성지(聖地)'로 만들 모양이다.

 

(후략) 실패한 대통령을 위해 세금을 이렇게 쓰는 데 동의할 국민이 노사모 회원 말고 얼마나 될지 모르겠다. (후략) 자신이 살 집은 호화롭게 지으면서 새 정부가 들어가 살 집의 공사는 방해하겠다는 것인가. (후략) 국민은 이제 노 대통령의 '응석'을 받아 줄 인내심이 없다. 국민 세금으로 전직 대통령 예우를 받으려면 지금이라도 국민과 차기 정부를 위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동아일보>-

 

"정부가 노무현 대통령의 고향 진영읍 본산리 봉하마을에 165억원을 투입, 생태마을을 만들 예정이어서 빈축을 사고 있다. (후략) 김해시 주민은 '국민세금으로 대통령마을을 단장한다니 말이 안 나온다'며 '파라다이스가 아닌 노라다이스라도 만들 생각이냐'고 반문했다." -<문화일보>-

 

"대통령의 말 한마디와 청와대의 눈치를 보며 정부 관련 부서와 자치단체가 나서서 지나친 예산을 쏟아붓는 정책 결정 과정은 온당치 않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재임 중 '고향(거제)의 보로꾸(블록) 한 장도 건들지 말라'고 지시했다. 국민 세금으로 그의 고향을 리모델링한다고 법석을 떨지 않았다는 점은 되새겨볼 만한 대목이다." -<중앙일보>-

 

내용상으로도 만만치 않은 '까칠함'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내용의 주는 시쳇말로 "네가 뭘 잘 했다고 국가 예산까지 써가며 호화 집수리를 하느냐"는 것입니다. 우리는, '봉하마을'의 리모델링이 어떻게 구성되는지에 대해 명확하게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대통령 말 한 마디'로 일사천리 진행?

 

 

일단, 경남 김해시의 해명은 "노무현 대통령과 관련이 없고 청와대와 사전 논의도 없었다"는 것입니다. <중앙일보>도 언급했듯이, '대통령 고향'이라는 지역의 특이성을 감안해 이 특이성을 상품화해 지역발전에 이용하자는 차원에서 김해시의 시의원이 최초로 제기한 것이라고 합니다. 이 시의원은 제경록 의원이며, 당적은 한나라당입니다.

 

김해시청 관계자는 이미, 보수언론이 제기한 '165억원설'과는 달리 개별적인 10개 사업에 들어가는 예산은 75억 원임을 밝혔고, 도로 정비나 주차장 정비도 특이성 상품화 차원에서 추진된 것이라 밝혔습니다.

 

내용을 잘 살펴보면, 노무현 대통령의 생가 복원에 직접적으로 활용되는 예산은 9억 8000만원이며, 나머지는 어디까지나 관광객들을 위한 안내소와 휴식소 등지를 완공하는 데에 활용됩니다.

 

김해시가 김해시의회에 보고한 조성안을 잘 따져보시죠.

 

①종합복지회관-6억원의 예산이 투입. 마을 앞 광장에 전체면적 365㎡에 2층 규모로 건립돼, 오는 2월에 완공.

②노무현 대통령의 생가 복원-외부 관광객들을 위한 안내소(28㎡)와 관광객 휴식소(107㎡), 관광객휴식마당(916㎡)-9억 8000만원의 예산이 투입되며, 안내소·휴식소·관광객 휴식마당은 올 연말 완공.

③마을 앞 농경지에 농기계보관소 건립-4억 2000만원 투입.

④체험 프로그램 '농촌전통 테마마을' 육성-2억원 투입.

⑤55대를 주차할 수 있는 마을공동주차장(2900㎡) 조성-6억원 투입.

⑥마을 앞 200m가량 수로를 생태 수로로 정비-2억원 투입.

⑦마을 앞 광장에 연못과 조경시설 갖춘 마을 쉼터 조성-14억 8000만원 투입.

⑧화포천 일원에 생태체험 시설과 전망대·생태교실·생태체험 파크 조성.


자세히 판단해보면, 노무현 대통령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기보다 김해시가 '대통령 특수'를 활용해 수익사업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사안에 예산을 집중적으로 투입한다는 것을 아실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보수언론이 문제삼은 부분에 대해서는 분명히 국가예산이 투입된 부분이 있으며,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27일에 경남도청 도민홀에서 열린 제10차 람사르 총회 자원봉사 발대식에 참석한 자리에서 "임기 후 고향에서 숲 가꾸기와 습지생태계 보전활동을 해보고 싶다"는 발언에 발맞추어 추진된 사업들도 있기는 합니다.

 

①봉화산에 산림청의 '산림경영 모델 숲(웰빙숲)' 조성-30억원(국비 15억원, 도비 7억5000만원, 시비 7억5000만원) 투입되며, 야생초·야생화를 주제로 한 테마원과 물기가 많은 수종 등 산불에 강한 내화수림대, 숲체험센터, 탐방로 등 조성.

②봉하들판을 끼고 흐르는 낙동강 지류 화포천에 환경부의 '생태환경복원 사업' 진행-60억원(국비 30억원, 도비 15억원, 시비 15억원)의 예산이 투입돼 생태공원과 생태학습관 및 생태탑방로 조성.

 

정작 이 부분도, 노무현 대통령의 '사유재산'과는 관계가 없고, 김해시의 관광사업에 도움될 수 있는 부분이라는 판단이 듭니다. 물론, 노무현 대통령이 언급한 사업 내용이 그대로 적용됐으며, 노무현 대통령이 퇴임 후 꾸준히 산을 이용할 것이라는 점에서 지적이 있을수야 있지만, '노무현만의 것'이 아니기에 '노무현 타운'임을 확정적으로 묘사하는 것도 지나친 일면이 있습니다.

 

<문화일보>는 기사 <노무현 대통령 퇴임 D-40>주변 山엔 耐火숲… 역대 대통령중 가장 커>를 통해 쐐기를 박으려 합니다.

 

"노 대통령의 사저의 대지 면적은 4290㎡로 역대 대통령 사저 중에서도 가장 크다. 현재까지 가장 넓은 전두환 전 대통령의 사저 대지가 818.9㎡인 점을 감안하면 규모는 5배가 넘는다. 노 대통령의 새집은 김영삼 전 대통령의 상도동집과도 비교된다. 김 전 대통령은 지난 1969년초 당시 제1야당인 신민당 원내총무시절 부친 홍조옹이 ‘마지막’이라며 사준 건평 340㎡ 규모의 2층 양옥에서 40년 가까이 살고 있다."

 

정작 중요한 '땅값 비교'는 언급이 안됐습니다. 상식적으로, 경남 김해시의 땅값과 서울 연희동과 상도동의 땅값은 비교가 어렵습니다.

 

역대 대통령 사저 중 가장 크다지만, 부지 매입비와 공사비는 총 12억 6000만원이 책정됐다고 합니다. 친인척과 측근들이 부근 땅을 1만평 가량을 꾸준히 매입했다는 이유로 보수세력이 퍼부었던 당시의 저주들을 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대통령이 퇴임 후 고향에 내려가겠다고 했을 때 서울에 사는 다른 전직 대통령들과 비교해 신선한 느낌을 받은 국민이 적지 않았는데 지방에서 소탈하게 사는 전직 대통령 모습을 떠올렸던 국민들은 1만평이나 되는 '노무현 타운'이 등장하리라고는 상상하지도 못했을 것이다.

 

더구나 노 대통령이 임기 내내 '땅'과의 전쟁, '집'과의 전쟁을 벌여왔다는 것은 모르는 사람이 없다. 그런 대통령이 1만평이나 되는 땅을 사실상 독점하면서 집을 짓고 있으니 국민들이 어리둥절하지 않을 수 없다." -<조선일보>-

 

"퇴임후에 성주로 살겠다는 것이냐. 후보 시절부터 서민대통령이 되겠다고 강조한 노 대통령이 퇴임후 살 집 치고는 규모가 좀 지나치지 않나 싶다. '노무현 마을' 내지는 '노무현 타운'으로 불러야 할 것 같다. -한나라당 나경원 대변인 현안브리핑-

 

보수언론 사주들의 부동산 관리 이력은?

 


이쯤 돼서 나올 수 밖에 없는 것은, 조선·중앙·동아 등, 3대 보수언론 사주들의 저택 및 부동산 관리 이력일 듯싶습니다.

 

먼저 <조선일보> 명예회장 방우영씨 일가의 흑석동 저택에 대한 <한겨레> 기자의 방문기입니다. 이 방문기는 <오마이뉴스> 정운현 기자가 <최 의원의 땅과 방 사장 흑석동 저택>에서 인용했던 바 있습니다.

 

"높은 벽과 울창한 숲으로 둘러싸여 거대한 성과 같은 모습을 이루고 있었고, 밖에서 보면 울창한 숲에 둘러싸여 있어 개인 집이라기보다는 공원이라는 생각마저 들게 한다.

 

청와대 관저의 건평이 444평 앞마당이 477.6평이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서울 한남동 집이 대지 400평 건평 350평(지상 3층), 정주영 전 현대그룹 회장의 서울 가회동 집이 대지 716평, 건평이 5개동 합쳐 207평인 데 비하면 그 크기를 짐작할 만하다. (대저택의) 한 바퀴를 다 도는 데 걸린 시간만 12분이었다" -<한겨레>-

 

"실로 이 저택은 개인의 주거용 집이라고 보기에는 그 규모가 상상을 뛰어넘는다. 대지 1539평, 임야 2209평으로 전체 면적은 3748평(1만2390㎡)이나 된다. 건평만도 221평이나 된다. 서울시청의 한 관계자는 "서울시내 개인주택 중 최대규모일 것"이라고 했다는데 서울서 최대라면 이는 곧 한국내에서 최대라는 얘기가 된다." -<오마이뉴스> 2005년 4월 11일자 기사 <최 의원의 땅과 방 사장 흑석동 저택>의 일부

 

흥미로운 기사도 하나 있었습니다.

 

"61억6800만원으로 공시지가 3위에 오른 서울 동작구 흑석동 단독주택(221평)은 조선일보 방우영 회장 소유로 밝혀졌다." -<이데일리> 2005년 4월 29일자 기사 <최고가 1·2위 주택 모두 이건희 회장 소유>의 일부

 

그외의, 다른 사주들도 '노무현 타운'을 당당하게 거론할 수 있는 입장은 아닙니다.

 

"<동아일보>김병건 전 부사장은 서울 강남에서도 부촌으로 꼽히는 양재동 방아다리마을의 최고가 빌라에 살고 있는데, 대지 145평 건평 100평인 이 집은 2005년 국세청 기준시가가 16억 원 선, 시가로는 40억 원에 달한다.

 

그리고 김병관 전 명예회장의 서울 가회동 단독주택은 대지 200평에 종로구 지정보호수인 300년 수령의 느티나무 등 수목이 우거진 고택으로 주변 시세를 감안할 때 역시 집값이 수십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MBC <뉴스후> 2006년 10월 27일자 보도내용

 

이 내용은, 2001 언론사 세무조사 당시 사주 형제에게 선고된 벌금 중 총 59억 4000만원을 미납했기 때문에 물의를 일으켰습니다. 당시 방송에서는 벌금 70만원을 미납했다가 강제노역을 했던 사람의 항변을 보도로 내보내 화제가 됐기도 했습니다.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은 아예 위장전입으로 부동산 투기를 했다는 의혹 등이 거론됐던 적이 있습니다.

 

"홍 대사는 지난 14일(현지시각) 워싱턴특파원들에게 세 차례에 걸쳐 위장전입을 통해 농지를 불법으로 사들였다고 밝힌 것 외에도 과거 자신 소유의 주택을 불법으로 명의 변경했다가 당국에 적발되는 등 다른 불법행위를 저지른 적이 있는 것으로 드러난 바 있다.(미디어오늘 230호 2000년 2월7일 <중앙 홍회장 주택 불법 매매> 기사 참조)

 

본지는 홍 대사가 중앙일보 회장 시절인 지난 99년 2월 자신이 소유하고 있던 서울 성북구 성북동 300-5 N연립주택 210호를 삼성코닝정밀유리 대표 유모씨에게 매매한 것처럼 위장해 명의를 변경한 사실을 보도했다." -<미디어오늘> 2005년 4월 21일자 기사 <홍석현 대사 위장매매도 있었다>의 일부

 

각각, 전국에서 세번째로 비싼 고래등같은 집을 소유하고 있거나, 그럼에도 벌금 미납이나 부동산 투기 등에 휘말린 적이 있었던 것입니다. '노무현 타운'을 거론하는 것 자체가 우스운 일일 수도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비판하려면 제대로 하라

 

누구에게든, 비판은 필요합니다. 문제는 그 비판의 관점과 비판을 시도하는 위치입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한나라당 소속이 아니고, 보수언론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표했다는 것 외에, 보수언론이 노무현 대통령을 비판해야 할 이유는 많지 않습니다. 큰 틀에서의 국가정책에 있어서 노무현 대통령은 그들의 입장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그러면서 개혁 의지와 선명성이 누그러진 측면이 한나라당의 정권 탈환에 도움이 됐던 측면도 있었습니다. 국민들의 기대와 반하는 정책과 더불어 보수언론의 교묘한 정치공세 등이 영향을 미쳤던 것인데, 그럼으로써 한나라당의 '정권 탈환'에 큰 영향을 준 것입니다.

 

그럼에도, 보수언론은 마지막까지 퇴임 후 고향 마을에서 거주할 저택과, 해당 지방자치단체가 '대통령 고향'이라는 특수를 이용해 관광수익을 벌어들이려는 일까지 선동의 소재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대체 어디까지 해야 속이 시원한 것일까요?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집권과 함께, '신문·방송 겸업' 허용 가능성까지 거론된다는 것이 씁쓸하게 느껴집니다. 정론직필, 과연 꿈만 같은 이야기일까요?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미디어다음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노무현, #봉하마을, #조중동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