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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 조직개편안의 국회 처리를 앞두고 정치권 갈등이 고조되는 가운데, 시민사회단체들도 조직개편안의 문제점을 제기하며 공론화에 나섰다. "평화나 통일·환경·생태·교육·여성 등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는 부처는 축소·폐지하고, 개발이나 경제부처는 확대해 '공룡 재경원'의 악몽을 재현시켰다"는 지적이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한국여성단체연합, 참여연대는 22일 서울 통인동 참여연대 느티나무홀에서 '인수위의 정부조직개편안에 대한 쟁점 토론회'를 개최했다.

 

[통일부 폐지] "새 정부 평화비전이 이렇다니..."

 

인수위가 정부조직 개편안에서 통일부를 폐지하고 외교부와 통폐합시키도록 한 것이 첫번째 쟁점으로 제기됐다.

 

박정은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 팀장은 먼저 "통일부 폐지는 새로 출범할 정부의 한반도 평화비전에 근거한 결정인가? 이명박 당선자의 한반도 평화의 비전과 정책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새 정부의 한반도 평화 비전 부재를 드러내는 것이 통일부 폐지"라는 지적을 하기 위해서다.

 

특히 박정은 팀장은 "통일부 폐지는 이전 정부와 차별성을 갖고자 하는 의도"라며 "기존 대북정책에 대한 불신과 반감이 작용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그는 "한미관계가 잘 되면 남북관계도 잘 된다"는 이명박 당선인의 주장에 대해서도 "미국의 대 한반도 정책 전환의 맥락에 대한 몰이해"라고 비판했다.

 

박 팀장은 또 이 당선인의 '비핵개방 3000'과 나들섬 구상 등에 대해 "대규모 개발사업 등 경제적 관점으로만 남북관계 발전을 보고 있다"며 "이에 따라 시민사회의 역할도 전반적으로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청렴위-고충처리위-행정심판위 통합] "부패방지법 제도 무력화시키는 개악"

 

반부패 문제와 관련 인수위의 개편안은 기존의 대통령 소속 국가청렴위원회와 국민고충처리위원회, 법제처의 행정심판위원회를 통합해 국무총리 소속 국민권익위원회를 신설토록 했다. 이에 대해서도 "지난 10여년간 시민사회의 지난한 노력을 통해 도입된 부패방지법과 관련 제도를 무력화시키는 개악"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김민영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반부패와 투명성의 추구는 하나의 정권에서 추구하고 말고 하는 차원을 넘어서는 국민적 합의이며, 이의 추구는 정부의 당연한 의무"라며 "인수위의 개편안은 지난 역사를 부인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이명박 당선인은 지난 대선 과정에서 참여연대의 정책 질의에 대해 "국가청념위원회에 조사권 부여를 찬성한다"고 답변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김민영 사무처장은 "조사권은 청렴위원회에 접수되는 부패 신고를 처리하기 위한 기본적인 권한"이라며 "이런 기본적 권한도 주지 않으면서 제 기능을 못한다고 폐지하겠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김 사무처장은 특히 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의 설치를 강조했다. 그는 "애초 부패방지위원회가 설치된 이유는 검찰의 기소독점권을 견제하기 위한 것"이라며 "새 기구의 설립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청렴위를 폐지한다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홍성태 상지대 교수는 개발·환경 분야와 관련 "복지의 증진과 경제의 개선을 이루기 위해 무엇보다 토건국가를 전면적으로 개혁해야 한다"며 "건교부 등의 개발부서와 토지공사 등의 개발공사를 통폐합해 개발주의 정부조직과 재정을 대대적으로 축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과거사위 폐지·국가인권위 재편] "인권위는 일종의 4부"

 

인수위가 기한 도래와 함께 폐지한다고 발표한 과거사위원회와 기존 독립기구에서 대통령 직국 기구로 재편하겠다고 밝힌 국가인원위원회에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됐다.

 

이유정 인하대 교수는 "한국 근현대사에 관한 과거청산 작업을 위해서는 한시적인 기구가 아니라, 정권의 성격에 관계없이 독립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상시적인 과거사 청산기구를 설립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며 독일의 나치 전범에 대한 과거사청산작업을 예로 제시했다.

 

이유정 교수는 이어 "과거사위원회 관련 법률은 여야 합의로 제정됐는데, 새 정부가 앞장서서 이를 폐지하겠다는 것은 의회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에도 위반된다"며 "과거사위원회 폐지는 위원회의 존립 목적이 달성됐는지 등을 고려한 후에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국가인권위원회에 대해서도 "인수위 주장대로 인권위가 반드시 3권(입법·행정·사법) 중 어느 하나에 소속되어야 한다는 것은 헌법상의 권력 분립의 의미와 취지를 매우 평면적이고 단편적으로 해석한 것"이라며 "지금까지 인권위가 해온 업무들을 보면 일종의 4부가 가지는 속성이 잘 드러난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이어 "인권위가 대통령 직속으로 재편될 경우 의제설정과 구체적인 정책협의 과정, 인사와 운영에 있어서 대통령이 관여하게 될 가능성이 높고, 따라서 독립성이 훼손될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 교수는 "인권위를 대통령직속 기구로 재편하겠다는 것은 인권위가 정부에 대해서 듣기 싫은 말을 하고 견제를 하는 것에 대해 마땅치 않게 생각하는 것 아니냐"며 "인수위가 사전에 인권위를 대통령직속으로 편입시킴으로써 인권위 기능을 약화시키고 축소시키겠다는 의도가 내재돼 있다"고 주장했다.

 

[재경부 재편] "IMF 이전으로의 회귀가 골자"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인수위의 정부조직법 개정안 중 금융·경제 분야는 대부분 쓰레기"라며 "1997년 외환위기 체제 이전으로의 회귀가 골자"라고 쓴소리를 쏟아냈다. 전성인 교수는 또 "전체적으로 경제기획원과 재무부를 재정경제원으로 통합했던 '공룡 재경원'의 악몽이 부활했다"며 "견제 기능은 실종되고, 가용 재원은 급증함으로써 정책 실패시 공적 자원의 투입이 자동화되고 이에 따라 국민 부담이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전 교수는 금융감독원의 기능 축소에 대해서도 깊은 우려를 제기했다. "금융감독원이 민간 금융감독기구로서의 위상을 상실하고, 외환위기 이전과 동일하게 검사 하청 조직으로 전락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 인수위의 조직개편안은 "경제·균형 원리의 완전한 실종", "부패의 현실화 및 공적 자금 낭비 초래" 등의 의미를 갖는다고 지적했다.

 

[여성부 폐지] 대선 전 '여성부 강화'... 대선 후 '여성부 폐지'?"

 

여성가족부가 보건복지부로 통폐합 되는 것과 관련 남윤인순 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는 "인수위가 2주일만에 졸속으로 개편안을 만들어 1주일안에 국회에서 처리해 달라고 요청하는 무소불위의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기능 중심의 대부처주의는 신자유주의적 발상"이라고 반대했다.

 

남윤인순 대표는 이어 "보건복지여성부로 여성가족부가 흡수될 경우, 예산과 인력이 적은 여성가족부는 일개 국으로 전락해 성인지적인 정책을 우선 순위로 추진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그는 특히 "지난해 11월 토론회 당시 이명박 후보는 '여성정책 전담부서를 강화할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 '여성가족부를 중심으로 흩어진 기능을 강화시키겠다'고 했다"며 "여성 유권자의 환심을 사려고 했다가 선거 끝났다고 그 약속을 저버리는 것은 무책임한 태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교육] '인재'에서 '교육'만 넣었을 뿐 여전히 '인적자원'

 

윤숙자 참교육학부모회 회장은 "인수위가 당초 인재과학부로 발표했다가 교육계의 반발로 다시 '교육'을 넣었는데, 영문 표기는 여전히 '인적자원(human resources)'"이라며 "이름만 살린 것일 뿐, 인수위의 교육에 대한 철학과 관점이 변한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윤숙자 회장은 이어 "큰 정부, 군사정권하의 억압적이고 권위주의적인 국가의 문제를 시장이 논리와 이론으로 해결하고자 한 개혁이 5·31 이후 지금까지 과정"이라며 "이명박 정부가 이런 계획의 완결편을 제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태그:#이명박 당선인, #정부조직개편안, #참여연대, #시민단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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