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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교육 관련 뉴스 거리에 논란이 많다. 사설 모의고사 금지, 0교시 자율학습 금지, 외고 자연계반 운영 금지 등 대표적인 규제 장치를 시도교육청으로 이양하거나 규제를 아예 없애는 쪽으로 교육부가 방안을 강구하고 있는 모양이다.

 

방학 중이지만 죽어라고 문제풀이에 열중인 고2 학생들에게 0교시 부활 움직임을 말했더니 이내 한숨짓는 아이들이 한둘이 아니다. 인수위는 우리 학생들이 내뿜는 한숨의 깊이를 헤아려야 한다.

 

필자가 근무하는 학교의 경우 평소에는 아침 7시 50분까지 등교하여 8시부터 정규 수업을 진행하지만 방학 중에는 8시 20분까지 등교하여 8시 30분부터 1교시 수업을 시작한다. 아침 7시 50분에 등교하다가 방학을 맞아 8시 20분에 등교하는 것을 아이들은 크게 환영하고 있는 분위기이다.

 

그런데 0교시 규제를 풀게 될 경우, 오전 7시까지 등교하는 학교가 생겨날 것이고 이전처럼 대부분 고등학교가 7시 30분 이전까지 등교 시간을 앞당기게 될 것이다.

 

우리 고교생들의 건강권이 문제되면서 어렵게 어렵게 0교시가 폐지되는 듯하더니 느닷없이 규제를 풀어 등교 시간을 앞당겨도 좋다는 이야기인데, 부족한 잠, 아침 결식으로 고통 받는 아이들을 염두에 두고 하는 말인지 의아하기만 하다.

 

잘못된 문제를 겨우 해결하여 어지간히 정착될 즈음에 다시 문제가 되는 쪽으로 회귀하는 것은 정상적 사고로는 불가능한 행위다.

 

사설 모의고사? 국가가 만든 모의고사는 '여벌'인가?

 

또 하나 비정상적인 행위로 사설 모의고사 허용을 들 수 있다. 일선 단위학교의 사설 모의고사 시행이 문제되자 교육부 담당 부서에서는 해마다 단위학교에 공문을 보내 규제해왔다.

 

그 문제의 핵심은 공교육이 가르친 것을 사교육이 검증한다는 데 있다. 그래서 대안으로 만든 것이 교육부 주관 수능 모의고사다. 고3의 경우 수능을 출제하는 평가원이 주도하여 모의고사를 치른다. 연간 4~6차례씩 국가가 주도하는 모의고사를 치르면서 사설 모의고사까지 허용하는 것은 공교육의 근간을 무너뜨리는 자해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사설 모의고사를 치르려는 이유는 연습만 많이 하면 성적이 오른다는 막연한 기대심리와 자료의 효용적 활용에 있다고 본다. 결국 학교 현장에서는 국가 주도의 모의고사보다 사설 모의고사가 질적인 면에서 효용 가치가 크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이는 학교나 국가가 충분히 반성할 문제이다. 국가가 나서서 사설 모의고사 시행을 밀어붙이려 하지 말고 사설 모의고사를 압도하는 보다 양질의 문제를 생산해내는 것이 급선무다.

 

사설 모의고사를 치를 경우 1인당 경비는 6천원이다. 전국 수험생 50만 명이 사설 모의고사를 치른다고 가정할 때, 사설 모의고사 업체는 30억원을 벌어들인다고 할 수 있다. 사설모의고사를 연간 5회 치를 경우 150억원이 사교육비로 지출되는 셈이다.

 

사설 모의고사를 허용하는 것은 사교육비를 절반으로 줄이겠다는 이명박 당선인의 교육 관련 공약을 '공약(空約)'으로 변질시키는 첫 단추라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적어도 인수위가 다시 과거의 잘못된 문제로 회귀하는 데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한다. 0교시 폐지나 사설모의고사 시행이 공교육에 주는 영향력을 충분히 헤아려 인수위가 현명한 판단을 해줄 것을 간절히 기대한다.


태그:#인수위 교육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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