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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과 장남평야 전월산에서 바라본 장남평야와 금강
▲ 금강과 장남평야 전월산에서 바라본 장남평야와 금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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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충남 연기군 남면 양화리에 우뚝 선 전월산을 찾았다. 남으로는 금강이 아름답게 흐르고 서쪽으로는 드넓은 장남평야가 바라다 보이는 전월산, 그 정상을 향해 출발했다. 요 며칠 날씨가 무척 쌀쌀했는데 오늘은 추위가 한풀 꺾인 듯 산행하기에 아주 그만이다. 전월산(轉月山)은 해발 260m로. 달을 굴리며 노는 산이라는 뜻이다.

전월산의 여름풍경 장남평야에서 바라본 전월산
▲ 전월산의 여름풍경 장남평야에서 바라본 전월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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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화리 마을의 좁은 골목을 지나자 소나무 향이 그윽한 산 속으로 곧장 들어선다. 산중은 대부분 소나무였는데 가지치기가 잘 되어 있어 산 속은 너무 밝고 투명하다. 게다가 두툼하게 쌓인 솔가루는 어머니 품속처럼 포근하고 따뜻하다.

멀리서 바라볼 때에는 바위들이 많아 산에 오르기엔 쉽지 않을 거라 생각했는데, 막상 산에 오르니 바위는 길옆에 앉아 편안한 쉼 자리를 마련해 준다. 산 중턱에 오르자 장남평야 쪽으로 큰 몸체를 드러낸 바위가 위태롭게 서 있다.

그곳에 올라서자 산 아래 풍경이 마치 그림처럼 펼쳐진다. 하지만 마을 쪽으로 무리하게 몸을 내민 바위는 금세 굴러 떨어질 것 같아 걱정이 앞선다. 그 위태로움에 압도되어 어정쩡한 자세로 눈앞에 펼쳐지는 그림같은 풍경을 카메라에 담았다.

눈을 들어 산길을 멀리 바라보았다. 평범하지 않은 바위가 길옆에 서서 나를 휠끗 바라보고 있다. 이 바위가 바로 전월산에 오르면 첫 번째로 만나는 전설을 간직한 바위다. 일명며느리 바위라 일컫는다.

며느리바위 며느리바위가 뒤를 돌아다 보고 있는 모습
▲ 며느리바위 며느리바위가 뒤를 돌아다 보고 있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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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며느리바위에 얽힌 전설은 이렇다. 먼 옛날 산 아래 마을에 정자소라는 연못이 있었다. 연못 옆에 인심이 고약한 부자영감이 살았다. 이 부잣집에 효녀로 소문난 아주 착한 며느리가 들어와 살게 되었다. 하루는 스님이 찾아와 시주를 청하는데 주인영감이 거름을 삽으로 퍼서 스님의 바랭이에 넣고 말았다. 이 광경을 본 착한 며느리는 스님한테 시아버지의 행동에 정중히 용서를 구하고 쌀 한 되를 주었다.

스님은 떠나기 전 착한 며느리한테 고맙다는 인사를 한 후 “내일모레 전월산에 올라가 보시오, 단  오르는 도중 어떠한 소리가 나더라도 절대 뒤돌아보지 말고 앞만 보고 걸어가야 합니다”라는 말을 남기고 길을 떠났다. 스님이 가르쳐준 날 며느리가 산에 오르는데 갑자기 깜깜해지면서 천둥이 치고 비가 억수 같이 쏟아졌다. 며느리는 시댁이 걱정되어 뒤돌아보고 싶었지만 스님의 말을 생각하고 앞만 보고 계속 걸어갔다.

산 중턱에 이르렀을 때 시댁 마을 쪽에서 비명소리가 들려와 그만 자기도 모르게 뒤를 돌아보게 되었다. 근데 이게 왠일인가? 산 아래 마을은 홍수가 나서 마을 전부가 물에 잠기고 말았다. 뒤를 돌아본 순간 며느리는 그대로 바위로 굳어지고 말았다. 훗날 이 바위를 며느리바위라 불렀으며 사람들이 치성을 드리면 소원이 이루진다고 전해진다.
 
하산하는 사람들 전월산을 내려가는 사람들
▲ 하산하는 사람들 전월산을 내려가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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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다란 산길을 따라 올라가자 아주머니들의 시끌한 웃음소리가 들려온다. 가까운 이웃들끼리 산을 오르내리는 모습이 정겹다. 나무 지팡이에 비닐봉지를 매달고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하산하는 그들의 모습에서 건강함이 묻어난다.

산길을 더 오르자 버드나무 한 그루가 움푹 패인 곳에 서 있다. 지름이 5미터 정도의 원형크기였는데, 이곳이 바로 용천이 흐른다는 용샘이다. 버드나무 아래에 동그랗게 샘물이 고여 있다. 계속된 추위로 인하여 물이 얼어 있었는데 약간 푸르스름한 것이 꽤 깊음을 짐작할 수 있다.

용샘의 모습 용샘한가운데 버드나무가 있다
▲ 용샘의 모습 용샘한가운데 버드나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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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샘 이무기가 용천을 타고 올라온 용샘
▲ 용샘 이무기가 용천을 타고 올라온 용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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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산중에 동그랗게 샘물이 고여서 전설을 품고 있다는 사실이 신비스럽다. 용샘을 살피고 있는데 이곳을 오르던 두 사람이 다가와서 용천에 대한 설명을 해준다. 이 근처에 살면서 산에 대해 자세히 알고 있는 듯하다. 옆에 있는 안내 표지판에 용천의 전설이 자세히 설명되어 있다.

용샘을 살피고 있는 모습 사람들이 용샘을 살피고 있다.
▲ 용샘을 살피고 있는 모습 사람들이 용샘을 살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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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금강의 넓은 물에서 자란 이무기가 승천을 하기 위해 전월산 정상 용천까지 굴을 파고 올라와 백년을 기도하면 옥황상제의 부름을 받고 승천하게 된다는 고려 초엽 이야기가 전해온다. 용천에 올라온 이무기는 승천하기까지 몸가짐을 깨끗이 하여 티끌 하나 없는 맑음이 있어야 하고, 용천 물 밖으로 나오면 안 되며, 승천할 때 아이를 밴 여자가 보면 안 된다는 옥황상제의 주문이 있었다.

승천하는 날이 임박한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 먹구름이 끼고 전월산이 온통 어둠에 휩싸였다. 그리고 하늘에서는 천둥소리가 들리더니 “이무기는 승천하라!”라는 옥황상제의 우렁찬 목소리가 들렸다. 이윽고 하늘에서 물줄기가 내려와 그 물줄기를 타고 한참 승천하는데 갑자기 물줄기가 멈추고 땅으로 내려가는 것이었다.

이무기는 이상해서 하늘을 쳐다보니 하늘에서 노한 소리가 들려왔다고 한다. “천하에 바보 같은 녀석아 임신부를 조심하라고 했잖아! 건너마을 반곡에서 임신부가 너를 쳐다 보고 있지 않느냐!” 이무기는 소리를 듣는 순간 충격을 받고 이곳 용천으로 떨어져 버드나무가 되었다는 전설이다.

버드나무가 된 이무기는 반곡을 바라보며 원망이라도 하듯 무럭무럭 자랐고, 무성하게 자란 나무가 반곡을 바라보면 반곡 여인네들이 바람이 나고 양화리를 바라보면 양화리 마을이 부자가 된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그래서 반곡 청년들은 밤마다 몰래 버드나무를 베어내고 양화리 사람들은 이 버드나무를 베지 못하도록 감시를 했다고 한다.

다시 용샘을 지나서 조금 더 올라가자 바위가 우뚝 솟아 있는 정상이 보인다. 그곳에는 몇몇 사람들이 올라와 산 아래 풍경을 내려다 보며 함성을 지르고 있었다. 정상에는 바위가 솟아 있는데 상여암이라는 바위다. 이들은 이곳에 서서 고향에 관한 정담을 나누고 있었다.

알고 보니 이곳에 고향 둔 사람들이었다.  상여암은 고려말 최영장군과 함께 탐라를 정벌한 임난수 고려충신이 이성계가 조선을 세우자 두 하늘을 섬길 수 없다며 관직을 버리고 이곳에서 만년을 보냈는데, 그가 항상 이 바위에 올라 북쪽 고려를 바라보며 나라를 걱정하였다는 바위다.

전월산 정상 전월산 정상의 상여암에서 모임을 갖는 사람들
▲ 전월산 정상 전월산 정상의 상여암에서 모임을 갖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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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 올라온 이들은  성남고등학교 9회동창생들로 전월산 정상에서 모임을 갖고 있었다. 이들 또한 상여암(想麗岩)에 올라서서 조상 대대로 살아왔던 고향을 떠나야만 하는 심정이 임난수장군과 다르지 않으리라. 몇 백 년이 지난 지금 이곳에 새로운 도시건설이 진행되고 있다.

고향을 잃게 된 이들의 또 다른 비애가 상여암에 다시 새겨지는 것 같다. 이곳에 서서 장남평야를 바라노라면 분주한 포클레인 소리가 사람들의 마음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하루하루 변해가는 이곳의 모습을 전월산은 말없이 지켜보고 있다.  


#전월산#전설#상여암#용샘#양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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