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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영수증 발행하는 노점상, 여수 도원사거리 ‘현아청과’
▲ 노점상 현금영수증 발행하는 노점상, 여수 도원사거리 ‘현아청과’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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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영수증 발행’ 화물차 적재함의 노란 현수막이 눈길을 끈다. 여수 도원사거리 길모퉁이에 있는 과일노점, 창민이 엄마(45)가 운영하는 과일가게다. 사업 실패로 막다른 골목에서 아이들과 먹고 살기 위해 선택한 일이 올해로 11년째. 꿀 딸기를 산지인 경남 진주의 딸기농가와 직접계약해 중간단계를 거치지 않고 소비자에게 판매한다.

화물을 싣는 적재함에는 온갖 과일이 가득하다. 길가에는 사과상자와 귤 상자, 바나나 상자가 놓여있다. 횟집을 5년간 운영하다 실패하고 수박장사가 괜찮다는 풍문을 듣고 경험도 없이 무작정 시작했다. 초기에는 남편과 함께 여수의 면단위를 돌아다니며 과일행상을 했다.

싱싱하고 향기로운 딸기를 산지에서 직송

대형 화물차가 지나가다 멈춰 선다. 운전기사가 단감 한 봉지(3천원)를 사간다. 싱싱한 딸기와 바나나, 사과, 단감 등 웬만한 과일은 다 있다. 유자청도 판다. 정말 현금영수증을 끊어줄까 살펴봤다. 과일을 진열해놓은 선반 위에 카드체크기가 놓여있다. 사업자등록을 한 엄연한 사업자다. 세금계산서는 기본이고 현금영수증까지 발행해 준다.

딸기 향이 너무나 좋다. 9년째 진주의 한 농가에서 직접 가져온다는 딸기는 맛과 향이 유별나다. 제철이 아니라서 딸기값은 좀 비싼 편, 하지만 맛 하나만은 기가 막히다. 딸기 1kg에 1만원~3만원, 귤 한 바구니에 3~5천원, 사과는 6개에 5천원이다.

화물을 싣는 적재함에는 온갖 과일이 가득하다.
▲ 과일 화물을 싣는 적재함에는 온갖 과일이 가득하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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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지직송 향긋한 딸기
▲ 산지직송 산지직송 향긋한 딸기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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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귤은 어떤 게 맛있나요?
“싼 것은 아무래도 신맛이 강하고, 비싼 것은 당도가 더 있습니다.”

- 지인 중에 과일 장사를 하는 사람이 있나보죠?
“전혀 없어요. 돈 다 까먹고 나니 마땅히 할 게 없더라고요. 수박이 괜찮다는 얘길 우연히 듣고 남편과 함께 여수 원협에서 수박을 떼어다가 화양면 일대를 돌아다니며 장사를 했습니다.”

- 아이들 키우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요?
“셋째를 낳고 나서는 3주째부터 차에서 키우면서 장사를 했습니다. 아이들(2남1녀) 대학 마칠 때까지는 일을 해야죠.”

- 과일 장사하면서 어려운 점은?
“글쎄요, 고비가 있죠. 힘들다고 생각하면 힘들지만…. 그럴 때면 아이들 생각하면서 일해요. 그러면 견딜 만해요. 과일(귤)이 썩지만 않으면 괜찮은데 너무 많이 썩어요. 그게 제일 속상해요. 귤 5박스를 뜯으면 5kg 정도가 썩어나갈 때도 있어요. 일단 공판장에서 사가지고 오면 중매인에게 반품도 못해요. 소비자가 반품하면 그걸 다 떠안아요.” 

- 속상한 일은?
“엊그제 귤 한 박스를 팔았는데 5개 정도 썩었더라고요. 손님이 그대로 가져와서 환불해줬어요. 상한 걸 봉지에 담아 가져오면 교환해 주는데, 사 간 손님이 박스째 들고 와서 뭐라고 하는데 정말 난감하더라고요.”

- 손님이 특별히 많은 날이 있나요?
“아무래도 주말이 낫죠. 놀러가면서 많이들 사가요. 그래서 쉬는 날이 없어요.”

- 요즘 장사는 어때요?
“장사가 작년 다르고 올 다르고 그럽니다. 오래 장사해서 단골들이 많다보니 그럭저럭 해갑니다. 올해는 귤이 안 팔려요. 다른 장사꾼도 많아 먹고 살기 힘들어요. 장사 처음 시작한 사람 중에는 기름 값도 비싸고 장사도 안돼서 도중에 포기한 사람이 많아요. 돈 까먹고, 금방 몇백만 원 훌러덩 날아갑니다.”

차량내부가 조그마한 살림방이다.
▲ 살림방 차량내부가 조그마한 살림방이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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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년째 진주의 한 농가에서 직접 가져온다는 딸기는 맛과 향이 유별나다.
▲ 딸기 9년째 진주의 한 농가에서 직접 가져온다는 딸기는 맛과 향이 유별나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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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민이 엄마가 노점의 과일을 정리하고 있다.
▲ 현아청과 창민이 엄마가 노점의 과일을 정리하고 있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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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렵고 힘든 일, 엄마이기 때문에 극복

과일차로 사용하는 화물차는 뒷좌석이 있는 더블 캡이다. 차를 들여다보니 TV, 전기장판, 컵 등 웬만한 살림도구가 다 있다. 뒷좌석에 판자로 방을 만들어 그곳에서 아이를 키웠다. 처음 장사 시작할 때는 아는 사람을 만나면 숨고 그랬다. 아이들은 커가고 먹고 살아야 하니까 하게 되더란다. 지금은 생활에 만족하며 행복한 마음으로 살아간다.

오전 10시 30분에 집에서 나와서 저녁 10시까지 추운 데서 하루 종일 혼자서 일한다. 딸기는 산지에서 직접 가져오다 보니 오히려 돈을 더 지불한다. 산지에서는 가격차가 별로 없다. 공판장은 그날 물량에 따라 들쭉날쭉 가격차가 많다. 하지만 딸기가 싱싱하고 직접 보고 따오므로 산지 구입을 고집한다.

업소와 달리 과일가게의 특성상 손님을 대하는 시간은 잠깐, 오히려 손님들이 알아보고 인사를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럴 때면 힘이 된다. 자식들을 생각하면 힘든 것도 잊을  수 있다. 엄마는 정말 강하니까. 막상 어려운 일을 당하면 엄마기 때문에 극복한다.

아이들 대학 마칠 때까지는 일을 해야 한다는 창민이 엄마의 노점이 번창하길 빌어본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U포터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노점상, #현금영수증, #도원사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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