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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적봉 풍경
 향적봉 풍경
ⓒ 이승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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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덕유산 향적봉에 다녀왔습니다. 눈 덮인 덕유산을 30분 만에 거뜬히 올랐습니다. 거짓말이라고요? 정말입니다. 사실이라니까요. 어떻습니까? 이만하면 참 대단하지 않습니까? 물론 현대판 축지법을 사용해서 가능했지요.

우리 남한 땅에서 한라산, 지리산, 설악산에 이어 네 번째로 높은 산이 덕유산입니다. 덕유산의 주봉인 향적봉은 해발 1614미터로 결코 만만한 산이 아닙니다. 오르는 코스는 다양합니다. 그러나 어느 코스로 올라도 참 힘들고 어려운 산입니다. 더구나 요즘처럼 하얀 눈이 뒤덮인 겨울 산은 더욱 그렇습니다.

가장 일반적인 등산 코스가 무주구천동 골짜기 33경을 두루 살펴보고 제32경인 백련사에서 오르는 코스입니다. 제33경이 바로 향적봉입니다. 참고로 무주구천동 33경중에서 몇 곳만 소개해 볼까요.

제1경은 옛 백제와 신라의 국경이었던 라제통문입니다. 바위산을 뚫어 통로를 만들어 놓은 모습이 놀랍습니다. 제2경은 거북모양의 은구암, 제3경은 물소리가 거문고를 타는 소리 같다는 청금대입니다. 또 기암괴석이 오묘한 제9경 추월담이 볼만합니다.

설천봉을 오르는 곤돌라 타는 곳
 설천봉을 오르는 곤돌라 타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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꽉들어찬 주차장 풍경
 꽉들어찬 주차장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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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세상사에 찌든 마음을 씻고 오르라는 세심대는 13경이지요, 18경은 청류동, 세상과 멀어지는 경계선인 이속대는 31경입니다. 그 다음이 백련사와 향적봉으로 이어지는 코스입니다.

그런데 백련사에서 향적봉을 오르는 코스는 경사도 급하고 체력소모가 많은 곳입니다, 그래서 체력이 약한 사람이나 노약자들이 도전하기에는 약간 무리일 것입니다. 더구나 눈까지 덮여 있어서 미끄럽고 위험한 길은 더욱 그렇지요,

“어때? 향적봉을 요즘 같은 날씨에 오르려면 무리일 것 같은데 현대판 축지법을 한 번 사용해보는 것이?”
현대판 축지법이라. 모두들 구미가 당기는 모양입니다. 그래서 삼국지의 제갈량만 할 줄 알았던 축지법을 우리들도 사용해 보기로 했습니다.

“자! 곤돌라를 탑시다.”

축지법이라는 것이 결국 곤돌라를 타고 손쉽게 오르는 것이었습니다. 해발 1520미터인 향적봉 턱밑인 설천봉까지 오르는 곤돌라는 왕복 탑승료가 일인당 11000원씩입니다. 곤돌라를 타고 12분 동안 오르면서 바라보는 설경과 발 아래로 내려다보이는 스키장의 풍경이 여간 아름다운 모습이 아닙니다.

스키장 풍경
 스키장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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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덮인 설천봉 풍경
 눈 덮인 설천봉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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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지법이 좋긴 좋네요. 옛날 제갈량의 축지법도 이 정도는 못 되었겠지요?”
걸음이 약간 불편해 보이는 70대 후반의 노인이 웃으며 하는 말입니다. 우리일행들과 같은 곤돌라에 탑승하여 우리들이 주고받는 농담을 재미있게 듣고 있었나 봅니다.

“그럼은요? 아무리 제갈량인들 1500미터가 넘는 높은 산을 이렇게 쉽게 오를 수야 없었겠지요,”
“덕분에 나같이 늙고 몸이 불편한 사람도 높은 산에 오를 수도 있으니 그저 고마울 뿐이지요.”
일행이 맞장구를 치자 노인이 빙그레 웃으며 말을 받았습니다. 곤돌라 탑승 12분 만에 설천봉에 내려섰습니다. 제법 넓어 보이는 광장이 온통 하얀 눈 세상입니다.

설천봉에서부터 향적봉까지는 걸어서 올라가야 합니다. 앞으로 96미터 높이를 20분이면 올라갈 수 있다고 합니다. 눈이 수북한 등산로를 따라 많은 사람들이 오르내리고 있었습니다. 길은 그리 미끄럽지 않았습니다.

향적봉 등산로
 향적봉 등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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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적봉에서 바라본 풍경, 저 멀리 가장 높은 봉우리가 지리산 천왕봉
 향적봉에서 바라본 풍경, 저 멀리 가장 높은 봉우리가 지리산 천왕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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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일행들은 정확히 18분 만에 향적봉에 올랐습니다. 향적봉에는 이미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올라와 있었습니다. 노인들은 보이지 않았지만 엄마 아빠의 손을 잡고 올라온 어린이들은 많이 보였습니다. 아기를 가슴에 안거나 등에 업고 오른 사람들도 보입니다.

“우와! 저 산줄기 좀 봐! 온통 새하얀 모습이네.”
“저 멀리 산 위의 그름은 마치 바다처럼 보이는데요.”
정상의 높이가 있어서인지 얼굴을 스치는 바람이 송곳처럼 싸늘합니다. 그래도 사람들은 추위를 무릅쓰고 주변을 살펴보며 감탄사를 터뜨립니다.

멀리 바라보이는 풍경은 아주 대조적입니다. 남쪽의 산자락은 대부분 눈이 녹아 잿빛입니다. 그러나 북쪽 산자락은 온통 새하얀 풍경입니다.  그런 풍경들을 둘러보다가 하산길로 나섰습니다.  모두들 아이젠을 착용했습니다.

아무래도 내리막길이 더 미끄러운 법이니까요. 아이젠을 착용하자 내딛는 발걸음에 안정감이 느껴집니다. 그래서 눈 덮인 겨울 산에서는 아이젠이 필수장비입니다. 잠깐 걸어 내려오자 저 아래 설천봉의 고풍스런 건물들이 하얀 눈 속에 고즈넉하게 내려다보입니다.

새하얀 산줄기, 저 멀리 높은 봉우리가 가야산
 새하얀 산줄기, 저 멀리 높은 봉우리가 가야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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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적봉에 오른 어린이
 향적봉에 오른 어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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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아름다운 풍경이었지만 아쉬움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본래 이 향적봉 일대는 상고대(서리꽃)와 눈꽃이 가장 아름다운 명소입니다. 그런데 기후가 맞아떨어지지 않아서 그 아름다운 설경을 볼 수 없었던 것입니다.

눈이 내린 직후거나 안개가 끼고 난 후에 기온이 급강하 해야 눈꽃이나 서리꽃을 볼 수 있거든요. 그래도 길가의 고사목들, 특히 앙상한 주목의 모습은 쓸쓸함 속에 의연한 기상을 뿜어내고 있어서 하얀 눈 속에서 눈이 시릴 만큼 멋진 풍경으로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설천봉에는 많은 스키어들이 곤돌라와 리프트를 타고 올라와 스키를 벗어 놓고 쉬고 있는 모습도 보입니다. 대부분 학생들과 젊은이들입니다. 그들의 생기발랄하고 건강한 모습이 부럽기도 하고 믿음직스럽기도 합니다.

설천봉에서 스키어들의 멋진 솜씨를 보며 잠깐 쉬었다가 다시 곤돌라를 탔습니다. 내려오는 시간도 12분이 걸렸습니다. 처음 곤돌라를 탔을 때부터 겨우 한 시간 30분이 지났습니다. 그 짧은 시간에 향적봉에 올라 멋진 경치를 구경하고 내려왔으니 현대판 축지법의 효용이 참 대단합니다.

향적봉에서 내려오는 길에 바라본 설천봉이 동화 속의 궁전 같은 모습이다
 향적봉에서 내려오는 길에 바라본 설천봉이 동화 속의 궁전 같은 모습이다
ⓒ 이승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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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운 겨울에 높은 산에 올라 아름답고 멋진 설경을 볼 수 있는 것은 건강하고 젊은 사람들뿐입니다. 그러나 현대판 축지법이라고 할 수 있는 곤돌라를 이용하면 이 일이 어지간한 노약자들에게도 가능한 일이 됩니다. 그 축지법을 이용하여 덕유산 향적봉을 다녀왔습니다.


태그:#이승철, #향적봉 , #설천봉 , #공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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