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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부터 지리산에는 3가지가 많다고 했다. 대나무와 감나무 그리고 밤나무다. 그 중 밤나무는 경사가 급한 지리산에서 그나마 재배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유실수다. 그래서 오래 전부터 지리산엔 밤 농사 짓는 사람이 많고, 지금도 산 곁에 사는 사람 치고 밤농사 안 짓는 농부를 찾기 어려운 곳이 이곳이다.

저 멀리 능선이 밤산이다. 저 고개까지 거름을 지게지고 오르고 수확할 때도 다시 지게를 져서 나른 밤이 창고에 쌓여있다.
▲ 지리산 피아골 저 멀리 능선이 밤산이다. 저 고개까지 거름을 지게지고 오르고 수확할 때도 다시 지게를 져서 나른 밤이 창고에 쌓여있다.
ⓒ 조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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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을 찾아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지리산은 산이 험하고 가파르다. 보통 감나무 밭, 사과 밭, 사과 농장 이렇게 부르지만 이 동네 사람들은 모두 밤산이라고 부른다. 농장이나 밭이라는 이름을 붙이기엔 가파르기 때문이다.

지리산 등산 수준을 넘어서는 가파른 비탈길에 위태롭게 서있는 밤산들

이른바 바로 서면 코가 다는 코재 같은 산에 밤나무가 심어져 있는 곳이 이곳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 밤산에는 농기계의 접근도 쉽지 않아 지게를 지고 비료를 나르고 밤을 나르지 않으면 농사를 지을 수 없는 것이 지리산의 밤농사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렇게 힘들게 지은 밤 값은 벌써 몇 해 전부터는 값이 헐해서 정부에서 나서서 밤나무를 베어내고 있는 실정이다. 농민들도 하나 둘 밤산에 매실도 심고, 녹차도 심어보지만 수십 년을 지어온 밤 농사를 쉽게 포기할 수 없었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친환경 농사다.

저온 창고마다 몇 백가마씩 올해 수확한 무농약 밤들이 쌓여있었다.
▲ 저온창고 저온 창고마다 몇 백가마씩 올해 수확한 무농약 밤들이 쌓여있었다.
ⓒ 조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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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돌파구로 생각한 무농약 농사 그러나 결과는 참패

올해 지리산 피아골에 밤 농가들은 무농약 인증을 받았다. 그 가파른 산에 화학비료로 하면 한 포대 지고가 뿌리면 끝날 일을 다섯 포대씩 날라 거름을 주고 시작한 농사였다. 이른 봄부터 밤산 여기저기 나방 유인등을 달았다. 항공방제를 하지 않기 위해서다. 

평지에서도 하기 힘든 무농약 농사를 산골짜기 농민들이 선택했던 것은 밤 농사를 포기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평지보다 몇 갑절 힘이 드는 농사였다. 그래도 그렇게 하면 밤 가격이 좋아서 오랫동안 지어온 밤 농사를 포기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가격은 많이 못 받아도 팔기라도 수월할 것이라 생각했던 것이다. 마을에서는 무농약 인증서도 받고 멋진 포장도 하나 만들었다. 하지만 결과는 참혹했다.

산에 지게 지고 올라 거름 뿌려 거둔 농사 팔기도 힘들어

지리산 피아골 단풍으로 둘째 가라면 서러운 곳이다. 대한민국 사람치고 피아골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그 깊은 골짜기가 시작하는 마을이 구례군 토지면 외곡리다. 외곡리 주민들이 받은 무농약 인증서. 하지만 그들의 삶의 아무런 변화도 없었다.

"무농약인증 힘들게 받았는데 조온 가격은 고사하고 팔기라도 했으면 좋겠어."

피아골에서 40년 게 밤 농사를 지은 전씨 주머니의 하소연이다. 밤이 나오던 밤철에는 값이 하도 헐해 저온창고에 넣어둔 밤은 이제 팔리지도 않아 올 수확량 100포대가 저온 창고에 그대로 남아있다. 참거래장터에서 판 몇 포대가 올 판매의 전부란다.

현재 밤은 저온숙성된 가장 높은 당도를 보이고 있다. 맛도 당연히 최고다.
▲ 저온숙성된 밤 현재 밤은 저온숙성된 가장 높은 당도를 보이고 있다. 맛도 당연히 최고다.
ⓒ 조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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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작은 것은 워낙 가격이 헐하니 팔리고 아주 큰 특대는 제수용으로 조금씩 나가지만 일반 소비자들이 주로 찾는 적당한 크기의 밤은 아예 주문도 없다고 한다. 겨울철 하면 떠 오르는 간식 거리 중에 밤과 고구마가 대표격에 속한다. 쪄서 먹고 구워먹고 밥에 넣어 먹어도 맛있는 것이 밤 아닌가?

밤을 맛있게 삶으려면 물을 밤이 잠기지 않을 정도로 넣고 천천히 끓여서 안에 있는 물이 모두 증발될 때까지 삶아 주면 된다면서 아주머니는 우리 밤이 달고 맛있다면 많이 좀 팔아 달란다. 

바슬 바슬 익은 무농약 밤 맛도 좋지만 건강에도 좋다.
▲ 익은 밤 바슬 바슬 익은 무농약 밤 맛도 좋지만 건강에도 좋다.
ⓒ 조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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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프로그램에 단골 내용 중에 하나가 건강해지려면 자연식으로 과일을 많이 먹으라고 한다. 믿을 수 없는 첨가물과 화학재료가 첨가된 것들을 벗어나서 지리산 맑은 골짜기 피아골에서 나온 무농약 밤을 먹어보면 어떻겠는가?

밤은 한방에서는 약재로 사용할 만큼 약용이 뛰어난 과실이다. 과실 중에 약으로 가장 많이 쓰이는 것 중 하나가 바로 밤이다. 밤은 피부 미용에도 좋고, 장기 복용하면 위장에도 좋고 밤을 생으로 먹으면 피로회복에 좋다.

가족들과 함께 집에서 드시면서 즐거운 한 때를 보내면 어떻겠는가? 지리산의 추억이 있다면 함께 지리산 이야기하면서 드신다면 더욱 좋을 것이다. 먹고 남으면 김치 냉장고에 신문에 쌓아서 넣어 두었다가 설날 제수용을 써도 된다.

지리산을 사랑하는 많은 분들 산만 사랑하지 말고 그 산을 지키고 사는 농민들도 사랑해주기를 부탁한다.

덧붙이는 글 | 조태용 기자는 지리산에서 생산자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친환경 농산물 직거래 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이기사는 참거래농민장터(www.farmmate.com)에도 실렸습니다.



태그:#지리산, #밤, #피아골, #참거래농민장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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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에서 생산자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친환경 농산물 직거래 참거래농민장터(www.farmmate.com)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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