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사진보기
▲  14일 오후 서울 영등포 민주노총에서 '삼성 무노조·노동자 탄압 피해 노동자 증언대회'가 열리고 있다.
ⓒ 오마이뉴스 선대식	관련사진보기

노조 설립 20일 만에 정직→3달 만에 복직→1달 안 돼 해고→2달 만에 복직→5일 만에 해고→복직 판결

3년 동안 한 번의 정직과 두 번의 해고를 당한 3명의 노동자들이 있다. 하지만 이들은 포기하지 않았고, 지난 12월 복직 판결을 얻어냈다. 1심 판결이긴 하지만, 복직 결정을 받은 것만 이번이 세 번째다.

이들을 끊임없이 내쫓으려는 곳은 이건희 삼성 회장의 동생 이명희씨가 회장으로 있는 신세계 이마트. 잇따른 정직과 해고는 2004년 12월 이마트 수지점 계산원들이 노조를 설립한 것에서 비롯됐다. 최옥화 경기일반노조 이마트 분회장은 "노조활동을 방해한 죄를 저지른 것은 이마트인데, 우리만 계속 쫓겨나고 있다"고 강조했다.

범삼성가의 무노조 경영에 의해 고통받고 있는 노동자는 최 분회장 뿐만이 아니다. 14일 오후 1시, 서울 영등포 민주노총에서는 '삼성 무노조·노동자 탄압 피해 노동자 증언대회'가 열렸다. 삼성 특검이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집무실 등 8곳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이고 있던 때였다.

3번의 정직·해고, 3번의 복직... "죄 저지른 건 이마트, 쫓겨나는 건 노동자"

범삼성가의 무노조 경영에 대한 이마트 계산원들의 도전은 3년째 계속되고 있다. 이들의 싸움이 시작된 건 2004년 12월. 경기 용인시의 이마트 수지점 계산원 50여명 중 23명이  처우 개선과 비인격적 대우 근절을 위해 민주노총 경기지역 일반노조에 가입한 것이다. 

교섭은 없었고, 회유와 탄압이 이어졌다. 회사는 노조가 설립되자 "노조는 절대 안 된다"며 탈퇴서를 돌렸다. 회사는 "노조를 계속하면 점포가 폐쇄된다, 남편이 구조조정 1순위 된다"고 말했다. 노조 탈퇴 조건으로 1인당 2억 1천만원을 제시하기도 했다.

결국 끝까지 노조에서 탈퇴하지 않은 4명의 계산원은 해고와 정직을 당했다. 노조 설립 통보 20일 만이었다. 회사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낸 회사의 고소는 덤이었다.

2005년 4월, 3개월의 정직이 끝난 3명의 노동자가 일터로 복귀했지만, '회사를 비방했다'는 이유로 20여일만인 5월 9일 해고통보를 받았다. 7월 회사는 경기지방노동위의 부당해고에 대한 판결을 앞두고 이들을 복직시켰지만, 이들은 복직 5일 만에 계약해지로 일터에서 쫓겨났다.

이들은 싸움이 3년을 넘기고 있던 2007년 12월 28일 가뭄에 단비 같은 판결을 얻어냈다. 해고 무효 확인 소송에서 이긴 것이다. 최 분회장은 "이번 판결은 당연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앞으로가 걱정이다. 회사의 항소 결정으로 언제 끝날지 모르는 재판을 다시 시작해야 한다. 1심 판결 역시 1년 6개월 만에 나온 것이다. 또한 회사는 지난해 11월 1인 시위 등을 통한 업무방해의 이유로 1억 2430만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해 놓은 상태다.

이에 대해 최 분회장은 "헌법에도 노동자의 단결권이 나와 있는데, 이를 무시하는 무노조 경영은 고쳐져야 한다"고 밝혔다. "이대로 가면 이런 문제가 계속 불거져 나올 것"이라며 "잘못을 바로잡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삼성반도체에서 백혈병 집단 발생... "노조가 있었다면..."

큰사진보기
▲  삼성반도체에서 일하다 백혈병으로 숨진 황아무개씨의 아버지 황상기씨는 삼성 무노조를 규탄하는 지난 10월 삼성 본관 앞 집회에서 "삼성에 노조가 있었다면 내 딸은 백혈병에 걸려 죽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 오마이뉴스 선대식	관련사진보기

이날 증언대회에는 삼성반도체에서 일어나고 있는 집단 백혈병에 대한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박순남 '건강한 노동세상' 사무국장은 "삼성반도체 공장에서 지난 7년 동안 백혈병에 걸린 노동자는 우리가 밝혀낸 것만 9명"이라며 "이중 6명이 사망하고 2명은 투병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에 대한 정확한 원인규명과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박 사무국장은 "외국에서는 반도체 산업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암 발병률이 매우 높고, 자연유산과도 관계가 있는 것으로 발표됐지만, 아직 삼성에서는 이와 관련된 연구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노조가 있었으면 작업장이 변화되도록 요구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한솔 홈데코 익산공장의 노동자 탄압 사례가 발표됐다. 한솔그룹은 1991년 삼성그룹에서 분리된 곳이다. 이건희 회장의 큰누나인 이인희씨의 셋째 아들이 회사를 이끌고 있다.

2007년 9월 익산공장의 노동자들은 범삼성가의 회사 중 최초로 노조를 설립했고, 여지없이 탄압이 시작됐다. 홍수근 화학섬유노조 한솔 홈데코 지회장은 "노조에 가입한 노동자들에게 노조 탈퇴하지 않으면 모두 징계한다고 협박했다"고 전했다.

홍 지회장은 "현재 2008년 2월로 전체 조합원의 50%가 근무하고 있는 생산 지원 부문을 매각한다는 통보를 받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어 "회사가 밝힌 구조조정의 이유는 '지금은 문제없지만 앞으로 어려움이 도래할 수 있다'는 웃지 못할 논리"라며 "100% 노조 와해가 목적"이라고 주장했다.

"탄압받는 삼성 노동자는 김용철 변호사 양심고백의 증거"

삼성 노조 건설을 위해 싸우다 34개월 복역한 후 지난달 31일 출소한 김성환 삼성일반노조 위원장은 "탄압받고 있는 삼성 노동자들은 김용철 변호사 양심고백의 증거"라며 이날 증언대회의 의미를 부여했다.

조돈문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 상임의장은 "삼성의 불법행위를 덮어둘 수 없는 상황"이라며 "앞으로 삼성X파일, 김용철 변호사의 양심고백 등과 같은 삼성에 대한 폭로가 끊이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배 경영권 세습, 무노조 경영 등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민주노총은 "삼성의 노동자 탄압 수사를 포함해 특검의 성역 없는 수사를 촉구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