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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우리 ‘더아모의집’은 등산하는 즐거움에 푹 빠졌다. 아이들도 방학이 되었기에 함께 산을 오르는 즐거움은 두 배다. 오르지 않으면 서운하다는 경기도 안성의 ‘서운산’이 바로 우리의 고지다.

 

처음엔 아이들도 쭈뼛쭈뼛했지만, 대세에 편승할 수밖에 없었다. 요즘 아이들이 대부분 그렇듯 처음부터 자연과 친화적이지 못하는 것은 일반적인 데다가 어쩌면 힘들지 모르는 등산에 전적으로 찬성할 수는 없는 노릇인 것은 분명한 것. 이렇게 시작된 등산은 그 재미를 더 한다.

 

“에고 힘들어. 이제 다시는 안 올 거야. 내가 또 목사님한테 낚였다 낚였어.”

 

조금만 더 가면 금방 정상이라고 '구라'를 치는 나에게 아이들이 하는 말이다. 하다 보니 알게 된 거지만, 적당한 '구라'는 오히려 양념이 된다는 걸 알았다. 곧이곧대로 말하고 이끈다고 해서 리더십이 제대로 발휘되는 게 아니라, 힘을 불어 넣을 수 있는 차원이라면 적당한 '구라'는 동력이 된다는 것 말이다.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불평하는 것처럼 보이면서도 꾸역꾸역 잘 따라오는 아이들을 보면서 느낀 것이다. 그걸 보는 재미가 솔솔 하다는 것을 누가 알랴.

 

요즘 아이들의 특징이 ‘싫어요 병’이라는 것은 겪어본 사람들은 아마 잘 알 것이다. 그래서 우리 ‘더아모의집’도 아이들에게 될 수 있는 대로 자율적으로 행동하게 내버려 둔다. ‘싫어요’라고 하는데 굳이 시키지 않는다. 그래서 나의 아내는 늘 불만이다. 아이들을 너무 자율적으로 대하는 거 아니냐고.

 

그런데 이번 등산은 달랐다. 한 번쯤 아이들이 싫어하는 것도 같이 해보는 것이다. 그래서 깨닫게 된 것은 아이들이 아니라 오히려 나였다. 때로는 아이들이 싫어하는 것도 유익하다면 함께 체험하도록 권유하는 것도 괜찮다는 것을. 물론 그런 횟수가 잦으면 문제가 될 것이 분명하겠지만 말이다. 그것을 판단하는 것은 전적으로 아이와 어른의 인격적인 의사소통과 좋은 관계가 전제되어야 할 것이다.

 

“등산할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산이 한 번도 같은 적이 없는 거 같아요. 날마다 달라요.”

 

아내가 던지는 한 마디에 고개가 절로 숙여진다. 그렇다. 산이 한 번도 같은 적이 없다는 것이 신기할 정도다. 분명히 그 산에 그 나무에 그 풀인데 말이다. 매일 같이 오른다고 해도 그 산이 다르다는 느낌은 달라질 게 없을 게다. 그래서 산을 오르는 기쁨은 날마다 다른 것인가 보다.

 

산을 오르면 반드시 한 번 이상은 고비가 있다. 산에서 내려갈 수도 없고, 그렇다고 시원시원하게 올라갈 수도 없는 진퇴양난의 고비 말이다. 육체의 한계를 느끼는 시점인 것이다. 그럴 때 포기할 수도 있고, 나아갈 수도 있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그 고비만 넘기면 등반은 훨씬 수월해진다는 것. 인생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절로 드는 대목이라 할 것이다.

 

사실 올라갈 때 힘든 만큼 내려올 때의 기쁨이 보장되는 것이다. 올라갈 때 불평하던 아이들도 내려올 때는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서로 재잘거리기에 바빴다. 웃음이 연방 터지고 난리였다. ‘고진감래’라는 말을 이렇게 짧은 시간 안에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이 놀라울 뿐이다.

 

산을 오르면 그 사람의 성격도 드러난다. 어떤 아이는 처음엔 짜증을 부리다가 막상 산을 오르기 시작하니 묵묵히 잘 가는 아이가 있다. 다른 아이는 처음엔 가만히 있다가 올라가면서 계속해서 짜증을 내다가 끝까지 짜증내고 못 간다고 아우성을 치는 아이도 있다. 어떤 아이는 아예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잘 올라가는 아이도 있다. 함께 여행을 떠나보면 그 사람의 성격을 알 수 있듯 등산도 마찬가지였던 게다.

 

올라갈 때 등산 코스가 하나이면 별 문제가 없지만, ‘서운산’처럼 등산 코스가 몇 군데가 될 때는 선택의 묘미도 배우게 된다. 크게 세 코스가 있다. 한 코스는 등반 시간은 짧지만, 경사가 높아 아주 단 시간에 힘을 쏟아야 한다. 다른 코스는 등반 시간이 조금 길고 조금 완만한 경사가 자주 나타난다. 하지만 그 코스는 전망이 좋다.

 

나머지 코스는 우리가 주로 내려올 때 가는 코스로써 아주 길고 완만한 산책로 같은 코스다. 코스는 길지만, 다른 코스보다 훨씬 경사가 완만하여 산책로 같은 곳이다. 어디를 선택해서 어떻게 갈 것이냐는 물론 전적으로 등산하는 사람의 몫이다. 선택해서 책임지는 걸 배우게 된다.

 

우리 ‘더아모의집’ 막내둥이 아들은 이미 등산에 맛을 들였는지 잘도 올라간다. 누나들은 죽겠다고 엄살을 피워도 아랑곳하지 않고 주로 1등을 고수한다. 아주 진지하다. 덕분에 자신감이 생긴 것은 좋을 일이지만, 너무 집착하는 듯도 하여 우리 부부가 말을 건넨다.

 

“아들아. 인생을 즐겨라. 주위에 나무도 보고 바위도 보고 풀도 보고.”

 

요즘 등산을 며칠이 멀다고 하면서 나의 아내는 늘 말한다. 이상하게 등산하면서 힘든 것과 다른 일을 하면서 힘든 것은 몸에서조차 차이를 느낀다고. 등산하면서 힘든 것은 잠시고 그 후에 에너지가 쌓인다는 것을. 다른 일을 하면서 힘들면 사람이 뒤쳐지고 기운이 빠지는데 등산은 그렇지 않다는 게다. 아마도 산에서 좋은 기운을 받아서 일게다. 

 

자연을 배우고 함께 호흡한다는, 그래서 자연을 느낀다는 그런 일반적인 좋은 점 외에도 등산에는 좋은 점이 아주 많다. 협동심, 모험심, 독립심, 인내심 등을 키우는 데 등산만큼 좋은 게 있을까 싶다. 아까도 잠시 언급했지만, 길고 긴 인생을 단 시간에 체험하고 배우 게 하는 데는 등산만큼 좋은 게 없다 싶다.

 

덧붙이는 글 | ‘더아모(더불어 사는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가는 모임)의 집은 경기 안성 금광면 장죽리 시골 마을에 자리 잡고 있다. 홈페이지는 http://cafe.daum.net/duamo 이며, 본인은 이곳의 목사이다. 


#더아모의집#송상호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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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에서 목사질 하다가 재미없어 교회를 접고, 이젠 세상과 우주를 상대로 목회하는 목사로 산다. 안성 더아모의집 목사인 나는 삶과 책을 통해 목회를 한다. 그동안 지은 책으로는 [문명패러독스],[모든 종교는 구라다], [학교시대는 끝났다],[우리아이절대교회보내지마라],[예수의 콤플렉스],[욕도 못하는 세상 무슨 재민겨],[자녀독립만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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