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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10일(목) 의항리 십리포 해수욕장 부근의 바다. 지난 12월 21일과 27일 그 곳을 찾았을 때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바다에는 생명의 기운이 감돌기 시작했고, 그 흔적들을 본 사람들은 감탄사를 연발했다. 그러나 그것은 조짐일 뿐, 바다는 살아나고 있지만 어민들은 아직도 살 길이 막막하다. 자원봉사를 마치고 돌아와 내가 봉사하던 그 곳, 그 마을에서 이번 일로 한 분이 비관자살을 했다는 아픈 소식이 들려왔다. 그것이 태안의 현실이다.
 
겉으로는 자원봉사자들과 국민들의 성원 속에서 제 모습을 찾아가는 듯 하지만 바다를 젖줄로 삼고 살아가던 그 사람들에게는 아직도 기름떼가 가득한 예전과 다를 바가 없는 것이다.
 
 
해안을 돌면서 이런저런 생명의 기운을 보았다. 바위에 붙어있는 굴도 따먹어 보았지만 석유냄새가 나는 것 같지는 않았다. 그러나 마음 탓인지 석유냄새도 나지 않는 굴을 씹었던 입은 계속 텁텁한 것만 같다.
 
그런 것이다. 사람의 마음이라는 것이 그런 것이다. 아무리 문제가 없다고 할지라도 서해안, 특히 태안지역에서 나온 수산물을 소비자들이 아무 생각없이 사 먹으려면 10년, 20년, 30년 그 이상의 세월이 필요할지 모른다.
 
망각의 병은 본래 그런 것이다. 잊어도 될 것은 잊지 않고,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쉽게 잊는 것, 그래서 병인 것이다.
 
 
처음보다는 많이 달라졌다. 봉사를 마치고 재활용할 수 있는 것들을 분류하고, 다음 사람들을 위해 빨래집게로 제 짝을 물고 있는 장화를 보면서 마음이 따스해짐을 느낀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희망을 봐야지 어쩌겠는가?
 
태안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과 자원봉사의 발걸음과 나눔의 손길들이 지속적으로 이어졌으면 좋겠다. 이젠 좀더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자원봉사를 했으면 좋겠다.
 
이제 단순히 사람의 숫자만으로 그 곳을 복원시키는 일은 낭비일 수도 있다. 바다는 살아나고 있지만 어민들은 살아갈 수 없는 현실, 그 곳에서 사람이 살 수 있게 해줘야 하지 않겠는가? 이젠 그런 방안들을 내어놓을 때가 아닌가 싶다.

태그:#기름, #의항리, #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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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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