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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사고가 터졌다. 이번에는 <중앙일보>다. 12월 18일 평양을 방문했던 김만복 국가정보원장이 평양에서 김양건 북한 통일전선부장과 나눈 ‘대화록’이 공개됐다. 국정원이 인수위에 보고한 ‘대화록’ 내용을 <중앙일보>가 통째로 확보해 1면 머리기사 등으로 보도했다.

 

인수위가 당장 발칵 뒤집어졌다. 유출 경로를 확인해 책임자를 엄중 문책하겠다고 밝혔다. 국정원에 이 문건을 다룬 인수위와 국정원 관계자들에 대한 보안조사까지 의뢰했다.

 

<중앙일보>는 인수위에 보고한 국정원의 대화록 등 김만복 국정원장의 방북 관련 자료가 모두 16쪽이라며 그 사본 사진도 공개했다.

 

<중앙일보>가 이 문건을 어떻게 입수했는지 그 입수 경로가 인수위와 국정원의 조사로 밝혀질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이동관 인수위 대변인은 "국가 주요 기밀이 누출됐다는 점에서 인수위 차원에서 엄정 대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국가기밀'? 이런 내용까지 보도해야 했나

 

<중앙일보>가 보도한 내용은 김만복 국정원장과 김양건 통일전선부장이 나눈 대화 내용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김양건 통일전선부장이 대선 이후 남북관계의 변화에 관심을 보였다는 내용과 이에 대해 김만복 국정원장이 한나라당이 집권하더라도 남북 관계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말한 내용이 주된 내용이다. 김만복 국정원장이 정권이 바뀌면 국정원장도 바로 바뀌게 되고, 그것이 남한 사회의 기본 질서라고 말한 내용이 눈에 띈다.

 

국정원의 이 자료에는 또 김만복 국정원장이 대선을 하루 앞두고 방문한 경위에 대한 '설명'도 담겨 있다. 대선을 며칠 앞두고 방북할 경우 '북풍 공작'을 한다는 의구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고, 대선 후에는 방북 자체가 어려울 것으로 판단해 대선 하루 전 방북 일정을 잡았다는 설명이다.

 

또 김만복 국정원장의 방북은 어디까지나 지난해 10월 남북 정상회담 때 노무현 대통령이 기념식수한 소나무에 '표지석'을 설치하기 위한 것이라는 국정원의 설명도 있다. 북측은 지난해 9월 남북정상회담 사전 협상 과정에선 표지석 설치에 반대했지만, 12월 11일 김만복 국정원장의 방북을 제안하는 통지문을 보내자 표지석 설치에 동의했다는 것이다.

 

이런 내용이 이동관 인수위 대변인의 말처럼 국가 주요 기밀에 해당하는 것인지는 의문이다. 하지만, 언론이 꼭 이런 '대화록'까지 공개했어야 하는가 하는 점도 생각해볼 문제다.

 

왜냐하면 남측 정보기관의 수장과 남북 정상회담 때 북측 인사로는 유일하게 배석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최측근 인사의 '대화 내용'이라는 점에서 뉴스가치는 있다고 할 수 있겠지만, 비공개를 원칙으로 진행된 대화내용까지 공개할만한 '특별한 내용'이라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새 정부도 '언론'과 싸우려나

 

결과적으로 이런 '대화 내용'의 일방적 공개는 남북 당국자 간 대화를 어렵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파장이 적지 않을 것 같다. 그런 점에서 <중앙일보>의 보도태도가 과연 바람직했었는지도 논란의 대상이 될 것 같다.

 

하지만 더 문제는 이런 자료가 어떻게 유출됐는가 하는 점이다. 유출 경로가 어떻게 밝혀질지 지켜봐야 하겠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인수위나 국정원, <중앙일보> 어느 한 쪽이 큰 타격을 입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인수위나 국정원 관계자가 자료를 기자에게 건네준 것으로 드러날 경우에는 해당 기관이, 기자의 자료 입수 경위가 적절치 못했을 경우에는 <중앙일보>가 받을 타격이 적지 않다.

 

참여정부 이상으로 기자들의 인수위 사무실 접근을 엄격하게 차단하고 있는 인수위에서 과연 이런 자료가 어떻게 유출될 수 있었는지도 의문이다. 인수위는 이 자료가 국정원 관계자를 통해 유출됐을 가능성도 물론 배제하지 않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은 최근 총리 인선이나 정부조직 개편 등과 관련한 내용이 일부 언론에 먼저 새 나간 것에 대해 크게 화를 냈다고 한다.

 

9일 한나라당 최고 중진회의 비공개회의에서도 인수위에서 조율되지 않는 정책들이 중구난방으로 쏟아져 혼선을 빚고 있는 데 대해 비판적 지적이 있자 김형오 인수위 부위원장은 "신중을 기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결정 안 된 것이 결정되는 것으로 유출되는 경우가 자주 있다"고 해명했다고 한다. 에둘러 표현한 것이지만, 언론의 성급한 보도가 문제라는 지적이기도 하다.

 

인수위, 나아가 새 정부가 언론, 특히 그동안 우군이라고 여겼던 '보수언론'과의 관계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주목되는 풍경이다. 왜냐하면 그동안 논란이 된 대부분의 언론 보도는 바로 <조·중·동>의 작품이기 때문이다.


태그:#인수위, #대화록 유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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