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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가다 보면 복숭아밭을 자주 지나치게 된다. 조치원 복숭아가 잘 알려진 만큼 내가 살고 있는 주변 여기저기에 복숭아나무가 많이 심어져 있기 때문이다.

 

 

6일, 충남 연기군 전동면의 한적한 산길을 따라 남편과 드라이브를 하고 있었다. 평소대로 농촌의 겨울 풍경을 사진으로 담기 위해 나선 길이다. 문득 복숭아밭이 눈에 들어왔다. 여느 복숭아밭과 다른 모습의 나무들이 하늘을 바라보며 해바라기처럼 서 있는데, 발목마다 덧신을 신은 것처럼 희끗 희끗한 게 보였다.

 

 

궁금해서 차를 세우고 밭으로 올라가자 그만 눈이 휘둥그레진다. 나무에 꽃처럼 핀 버섯을 보자 나도 모르게 환호성을 지르고 말았다. 세상에… 이렇게 많은 버섯을 보는 건 처음이다.

 

더구나 인위적으로 재배된 것이 아니고 순수한 자연산이다 보니 더욱 놀랄 수밖에. 이 상황에서 무슨 말이 더 필요하랴. 둘이서 카메라를 들고 정신없이 복숭아밭을 휘졌고 다녔다. 그 밭에 심어진 대부분의 복숭아나무에 각양각색의 버섯이 질서정연하게 피어있기 때문이다. 

 

"버섯은 균류가 형성하는 대형의 자실체를 일컫는 일반적인 용어라고 한다. 즉 균류가 만드는 대형 자실체는 식물의 꽃에 해당하는 기관이다. 균류는 생태계에서 유기물을 분해하여 무기물로 환원시키는 생물이다.

 

버섯의 대부분은 삼림의 생물로서, 삼림생태계에서는 주로 낙엽과 목재를 분해한다. 특히 목재분해의 주역은 버섯이며, 이 균들을 목재부후균(木材腐朽菌)이라고 한다. 버섯과 나무는 공생관계가 있으며, 나무의 영양생활을 지탱해 주기 때문에 나무의 생활에 없어서는 안될 협력자의 구실을 하고 있다.

 

이 밖에 버섯의 중요한 역할은 병원균으로서의 작용이다. 목재부후균이나 균근균에는 숙주(宿主)의 생명은 빼앗지 않으나 나무에 침입해서 적극적으로 나무를 고사시키는 버섯이 있는데, 종류는 적으나 한국에서는 뽕나무버섯이 대표적인 종이다." - 야후 백과사점

 

너무 늙어 고목이 된 나무에 구름 같은 버섯들이 다닥다닥 꽃처럼 피어있다. 가끔 산을 오르다 보면 나무에 핀 작은 무리의 버섯을 만날 수 있지만 이렇게 한 장소에서 대량으로 살아있는 나무에 붙어 있는 모습은 처음이다.

 

 

어쩌면 이 고목나무에 핀 버섯은 노년의 피부에 거뭇거뭇하게 나는 검버섯과 비슷한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생각이 여기에 미치자 갑자기 숙연해 진다. 생을 다해가는 나무가 마지막 에너지를 모아 꽃을 피우고 있는 모습, 아름답다 못해 숭고하다는 생각이 든다.

 

고목이 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었을 것인가. 그리하여 땀 흘려 일하는 농부에게 좋은 결실로 결초보은 했을 복숭아나무. 제 살 깎아 아름다운 꽃을 피운 고목의 삶, 그 몸에 화려하게 핀 버섯들이 지나온 시간들을 고스란히 담고 있으리.


태그:#버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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