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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국회의원 선거 공천을 둘러싼 한나라당의 계파 갈등이 악화일로로 치달아가고 있다. 정부 인수인계 작업과 2월 임시국회 등을 이유로 공천을 최대한 늦추려는 이명박계와 당내에서 '생존'을 보장받으려는 박근혜계의 입장이 타협점을 못 찾고있기 때문이다.

 

양측의 입장을 조율해야 할 강재섭 대표와 안상수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도 사실상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을 편드는 행보를 보이고 있어 친박 진영의 집단행동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대구에서 열리는 각종 신년 하례회에 참석하고 있는 박근혜 전 대표는 이틀째 이 당선인으로 대표되는 당내 주류를 비판하는 발언들을 쏟아냈다.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는 3일 기자들을 만나 "당헌·당규에 따라 정상적으로 (공천을) 하면 된다"면서 "2003년 당 상황이 굉장히 어려울 때에도 정상적 절차에 따라 (공천을) 했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이 2004년 총선을 앞두고 2003년 12월 29일 공천심사위(이하 공심위)를 구성한 뒤 1월 말부터 공천 결과가 나왔던 것에 비춰볼 때, 올해 총선 논의가 더디게 진행되고 있음을 꼬집은 발언이다.

 

박 전 대표는 "1월 중순 이전 공심위가 구성돼야 한다는 뜻이냐"는 질문에 "그 때 일정을 한 번 보라"며 거듭 공천 작업에 속도를 내줄 것을 요구했다.

 

정두언 '피해의식' 발언에, 박 전 대표 '피해망상' 응수

 

박 전 대표가 전날 '물갈이' '정치보복' 등의 용어를 써가며 이 당선인 측을 맹비난한 것에 대해 당선인의 핵심측근 정두언 의원이 "피해의식을 가져서는 안된다"는 반응을 보인 것에대해서도 그는 발끈했다.

 

"피해의식이라는 것은 우리 쪽이 아니라 그쪽이 피해의식인 것 같다. 피해의식 정도가 아니라 피해망상이다. 그러니까 (국회운영 협조를) 안 해줄 것이라는 둥 하며 정상적으로 해야 할 것을 하지 않는 것 아니냐. 거꾸로 됐다."

 

친박 의원들의 '좌장'이라고 할 수 있는 김무성 의원도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가 끝나자마자 당사 기자실을 찾았다. 박근혜 전 대표에 대한 배려 차원에서 최고위원이 된 그는 그 동안 '친박' 성향 의원들로부터 "총선 공천 문제에 대해 목소리를 내지 않는다"는 불만을 사온 터였다.

 

김 의원은 "공천 얘기, 더 이상 끄집어 내지 말라고 해도 안 나올 수 없는 상황이다. 언론도 가만히 내버려두지 않지 않은가?"라며 박근혜계의 입장을 밝혔다.

 

"작년 12월부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수많은 공천 희망자들이 (각 지역마다) 사무실을 열어 선거운동이 이미 시작됐다…(중략)… 시간이 빡빡하지만 빨리 진행돼야한다. 공천 발표 날짜를 못 박기는 어렵고 여러 번의 선거 경험으로 볼 때, 훌륭한 후보를 하루라도 빨리 정해 선거 전에 뛰어들게 하는 게 왕도다. ('공천 연기' 주장은) 누구를 내놔도 한나라당 후보는 당선된다는 오만한 생각에서 비롯된 것이다."

 

김 의원은 이에 앞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는 "강재섭 대표가 지난 연말(12월24일경으로 추정) 총선기획단 구성을 지시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구체화된 보고가 올라오지 않는 것에 대해서는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자리에 없는 이방호 사무총장에게 총선기획단 구성을 이른 시일 내에 최고위원들에게 보고해달라고 요청했다.

 

총선기획단 얘기는 해가 바뀐 2일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다시 나왔는데, 친박 진영은 "이명박 당선인과 코드를 맞추는 이 총장이 일부러 시간을 차일피일 끄는 게 아닌가?"하는 의혹을 제기했다.

 

"3선이면 국회의원에게 환갑"... 김용갑 발언의 의미는?

 

친박 진영의 유승민 의원도 MBC 라디오 토크쇼 <손석희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벌써 당선인의 핵심측근들이 비선조직을 만들어 밀실공천 작업을 하고 있다는 얘기가 많다"며 "밀실공천에 공감하지 않는 분들과 함께 계속 주장하고 (뜻을) 관철시키겠다"고 말했다.

 

이는 당 지도부와 친이 진영의 움직임을 무작정 지켜보는 것이 아니라 납득할 만한 조치가 나올 때까지 투쟁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친박 진영의 중진 김용갑 의원은 이날 '총선 불출마' 기자회견을 하며 "3선 의원이면 국회의원에게 환갑이 된다"며 다른 중진의원들의 동반 퇴진을 촉구했다.

 

한나라당에는 5선이 5명(강재섭·김덕룡·박희태·이상득·정몽준), 4선이 3명(김형오·이강두·이규택)에 이르는 등 다선의원들이 적잖은데, 공교롭게도 이들 대부분이 '친이' 성향으로 분류된다.

 

친박 진영이 이처럼 반발하고 있지만 당내 주류는 "3월 초순 정도에 공천을 완료하면 충분하다"(이방호 사무총장)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당선인과 코드 맞추는 지도부 "어느 정도는 대통령 의사 존중돼야"

 

친박 진영에서는 2004년 총선의 예를 들어 "늦어도 1월 말~2월 초사이에 일부 지역의 공천자 발표가 시작돼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지만 당 지도부를 포함해 친이 진영은 이 부분에 대해 함구로 일관하고 있다.

 

당내 경선 때부터 이 당선인을 위해 뛰었던 '친이 직계'들이 목소리를 낮춘 가운데 당 지도부가 이 당선인 측을 옹호하는 논리를 전파하는 것도 대선 전과 다른 대목이다.

 

안상수 원내대표는 KBS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만일 2월에 공천을 한다면 인수위 작업이나 새 정부 구성 작업이 제대로 될 수 있겠느냐"며 "총선기획단은 이달 중순에 만들고 공천심사위도 1월말∼2월초에 구성하는 것으로 정리돼 가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안 원내대표는 "공천에 대통령의 의중이 완전히 배제되기는 힘들 것이다. 당과 정부가 같이 나가야 하는데 어느 정도는 그런 의사가 존중돼야 한다"는 말도 했다.

 

강재섭 대표도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국회 정치개혁특위에서 선거구 획정 합의 가닥이 잡혀야 공천 신청을 받을 수 있다"며 공천을 서두르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강 대표는 "공천 시기는 일부러 미룰 필요도 없고 무리하게 되지도 않는데, 정치 공세적으로 빨리 하라, 무조건 당장하라 하는 것도 불가능하다"며 친박 진영에 대한 불만도 드러냈다.


#박근혜#정두언#유승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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