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목포교육청 한 간부가 여교사에게 이른바 ‘신정아 연서’ 를 건네 논란이 일고 있다.

이 사건은 전교조 목포지회 간부인 목포 A중학교 여교사 K(44)씨에게 목포교육청 B과장이 신정아씨가 지난 2005년 12월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에게 보낸 것으로 알려진  편지글을 인쇄해 건네면서 발단이 됐다.

편지를 받은  K씨는 교육청 간부가 성희롱 했다고 주장하며 전남도교육청 등 관계기관에 민원을 제기했으며 전교조 목포지회는 물의를 일으킨 교육청 간부를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일의 발단은 이렇다. 지난달 11일 저녁 목포교육청과 전교조 목포지회가 그동안 대립해 온 교사 다면평가제 등 현안을 협의하기 위해 자리를 같이 했다. 목포교육청 모 과장사무실에서 있었던 이날 자리에는 전교조 목포지회에서 여교사 K씨를 포함해 3명, 교육청에서 B과장과 장학사 2명 등 각각 3명이 함께 했다.

이 자리는 그동안 갈등을 빚던 교사다면평가제 등을 두고 전교조 목포지회와 교육청 간 공동협의문서를 작성하는 자리였다.

그런데 협의문 작성을 마치고 양측이 헤어지는 순간 교육청 간부 B과장이 일행 맨 뒤에 나가는 K여교사를 불러 자신이 컴퓨터를 통해 미리 인쇄해 놓았던 문제의 신정아 연서를 줬다.

B과장은 A4 용지 3매 분량에 맨 앞장은 보이지 않도록 백지와 함께 건넨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대수롭지 않게 차에 놔두고 다녔던 여교사 K씨는 1주일 뒤 B과장이 건네 준 문제의 편지 내용을 보고 수치심과 모멸감을 참지 못해 B과장에 대한 조치를 요구하고 나섰다고 전교조 목포지회 관계자는 밝혔다.

인터넷에 이미 전문이 떠돌고 있는 이른바 신정아 연서는 신정아 사건을 조사한 검찰이 그동안 신정아씨와 변양균 전 정책실장 간에 오간 삭제된 이메일100여 통을 복구한 것으로 지난해 9월 언론에 보도된 이후 인터넷상에 퍼졌다.

신정아 연서로 알려진 편지 내용은 노골적인 성적 표현이 대부분이다. 신정아씨가 지난 2005년 12월 변양균 정책실장에게 보낸 것으로 보이는 이 편지에는 오스트리아 출신 화가 구스타프 클림트의 <키스> 그림과 함께 신씨의 애정이  적나라하게 표현돼 있다.

이런 내용의 신정아 편지글을 목포교육청 B과장으로부터 받은 여교사 K씨는 남편과 상의해 전남도교육청에 B과장을 징계할 것을 요구하고 나선 것. K씨와 남편은 전남도교육청 뿐만 아니라 청와대 신문고와 국가인권위원회에도 제소한 상태다.

남편 J씨는 전남도교육청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누구보다 도덕성이 철저해야 할 공인이 유부녀 여교사를 별도로 불러서 외설스런 편지를 건네면서 읽어보고 생각을 전화해 달라고 한 것은 아내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고 싶다는 표현을 한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며 “명백한 성희롱이기에 징계할 것”을 요구했다.

여교사 K씨는 현재 외부와 전화 연락을 끊고 있다. 전교조 목포지회 조창익 지회장은 2일 “상식적으로 이해 할 수 없는 일이며 B과장이 전에도 K교사에게 개인적으로 도와 줄 일 없느냐, 교사 해외연수 신청하면 우선 배정해 주겠다고 하면서 접근했다”고 주장했다.

또 B과장이 신정아 편지글을 인쇄해 건넬 당시 공개된 자리가 아니라 일행들이 과장실을 다 나간 시점에 개인적으로 부른 점 등으로 봤을 때 우발적인 일이 아니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B과장은 “일행들이 함께 있을 때 신정아 사건에 대해 얘기를 나눴고 그림을 보라고 준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개인적으로 도와줄 일 없느냐고 말한 것이나 교사 해외연수 신청하면 우선 배정해 주겠다고 한 것은 “전교조 목포지회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말했을 뿐 다른 뜻은 없었다”고 말했다.

B과장은 이어 “학교까지 찾아가 사과했고 아내까지 K교사를 직접 만나 재차 사과했다”고 덧붙였다. B과장은 현재 목포지역 성희롱 성폭력심의위원장을 맡고 있다.

한편 전남도교육청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지난달 말 B과장을 불러 경위조사를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