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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경찰 문민화의 핵심은 물론 경찰청장과 시도 지방경찰청장을 문민화 하도록 하는 데 있다. 현재 국방부 장관, 검찰 총장, 소방방재 청장 등은 문민으로 임명하도록 되어 있거나 할 수 있게 되어 있는데 반하여, 경찰청장(치안총감)은 현직 경찰관(치안정감) 중에서만 임명할 수 있게 되어 있다고 '법해석'을 하고 있다.

현직지방청장, 경찰청장 문민화 공개 제기

그런데, 최근 경찰 현직에 있는 충북경찰청 박종환 청장이 공개적으로 ‘경찰청장 직위개방’을 촉구하고 나서 화제다. 그에 따르면 현행 경찰법 및 경찰공무원법상 현직 경찰관 중 경찰청장인 치안총감 바로 아래 계급인 치안정감 중에서만 경찰청장을 임명하게 되어있는데 이를 개정하여 현직 경찰관이 아닌 일반 문민에게도 경찰청장을 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현재 치안정감은 경찰청 차장, 서울청장, 경기청장, 부산청장, 경찰대학장 등이다.

물론 일선 현장 경찰관 모임인 '무궁화클럽'(www.police24.or.kr)에서도 그나마 자신들이 선호하는 경찰청장감을 선정하여 추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도 하다.

2008년 2월 9일까지 2년 임기를 채운 최초의 경찰청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 이택순 경찰청장 2008년 2월 9일까지 2년 임기를 채운 최초의 경찰청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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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안정감 대여섯 명, 그리고 사실상 두세 명 중에서만 경찰청장을 골라야 하는 것은 사실, 수준 높은 치안서비스를 받아야 하는 국민들 입장에서 보았을 때 그 선택의 폭을 너무 좁혀놓은 것으로 진작 시정했어야 마땅했다. 그간 이른바 경찰고위직의 기득권 수호 차원에서 국민의 이익을 침해해 온 이 제도는 하루 빨리 시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처럼 경찰 외부인사 영입을 통하여 자치경찰, 수사권독립, 경찰대학폐지 등 경찰개혁과 경찰의 현안들을 해결하자는 충북경찰청장의 견해에 대해 전적으로 공감한다. 법적으로 이는 청장을 "정무직 혹은 치안총감"으로 보한다고 개정하기만 하면 된다.

정무직화 방안은 치안정감 뿐 아니라 치안감 경무관 등으로까지 청장 선택폭을 넗히도록 하는, 말 그대로 '선택폭' 확대 방안(현직경찰 유지)이 아닌, 재야법조인 등을 포함하여 퇴직경찰이나 군(출신)이나 법조(출신) 등에게까지 문호를 개방하는 그야말로 '청장 문민화' 방안을 가리킨다. 

경찰 문민화가 세계적 추세

박종환 충북경찰청장 발언
"지금까지 말씀 드린 몇 가지 현안과제 중에서 가장 중요하고도 시급한 과제는 '경찰청장 직위개방이라고 생각합니다.

경찰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불식시킬 수 있도록, 법령 개정을 통해 경찰청장 직위를 조직 내외에 전면 개방하여, 국민의 지지와 신뢰를 받는 문민(文民)이 경찰청장으로 임명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아울러, 직위개방에 맞춰 조직 규모와 업무 비중에 맞게 경찰청장의 직급도 장관급으로 상향조정해야 할 것입니다.

그동안 경찰은 국민의 신뢰를 얻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지만, 경찰에 대한 국민의 불신은 여전히 남아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늑장·외압·은폐·부실 수사의혹을 받았던 한화사건과 일부 기강 문란 사례 등을 보면, 경찰이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라도 경찰의 혁신이 그 어느 때보다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역대 경찰지휘부의 부단하고 다양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경찰 출신에 의한 경찰 혁신은 그 한계가 있음을 말해주는 것이며, 이제는 국민의 지지와 신뢰를 받아, 그래서 정당성과 권위를 인정받는 문민(文民)에 의한 개혁이 절실하다고 생각합니다.

경찰은 국민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므로, 국민의 지지와 신뢰없이는 경찰의 발전이란 있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경찰의 사고에서 벗어나 국민 중심 사고로, 국민의 지지와 신뢰를 받아 흔들림 없는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문민(文民)이 직위개방을 통해 경찰청장으로 임명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어야 할 것입니다.

이렇게 될 때, 독임제 행정의 순혈주의 폐해를 극복하고 경찰 혁신을 더욱 역동적으로 추진하여, 경찰조직을 국민에게 되돌려 주는 기틀이 마련될 수 있을 것입니다.

문민이 영입되어 경찰개혁이 가속화되면 국민의 신뢰는 높아질 것이며, 이를 바탕으로 경찰 현안이 해결되어 양질의 치안서비스를 국민에게 제공하게 되는, 이른바 ‘스노우 볼(Snow Ball)효과’로 선순환이 반복되어 진정으로 신뢰받는 ‘국민의 경찰’로 거듭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청장 직위 개방에 따른 정치적 중립 훼손 우려에 대해서는, ‘경찰위원회' 역할 강화 또는 총리 산하에 ‘공안위원회’등 도입으로 보완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금년 2월 9일 임기가 만료되는 이택순 청장 후임을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명하려면 시급하게 경찰법 및 경찰공무원법을 개정하여 문민을 경찰청장으로 임명토록 법을 개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것이 만약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면 현행법 체계 안에서도 가능하지 않나 한번 짚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즉, 현행 경찰법과 경찰공무원법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별도의 법개정 없이도 경찰 외부 인사를 치안총감(혹은 치안정감)으로 ‘특채’할 수 있는 길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박종환 충북청장의 법해석과 달리, 경찰공무원법보다 신법에 속하는 경찰법에 따르면 인사권자의 경찰청장 선택폭을 법으로 제약해 놓았다고 볼 수 없으며, 따라서 외부인사의 경찰청장 임명은 현행법으로도 가능하며 청장을 '치안총감으로 보하기만' 하면 된다는 법해석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법제처에 확인한 바에 따르면 법개정 없이도 이렇게 정무직으로 임명하는 것이 가능은 하나, 법개정을 하는 것이 논란의 소지를 없애는 방법이라고 한다.

김대중 정부 때와 2006년 초 허준영 청장의 후임 청장을 인선할 당시에도 경찰청장 문민화라는 동일한 문제가 제기되었음에도 청와대 검토 내지 경찰위원회 동의단계에서 법개정이 필요한 사항이라는 식으로 덮어두고 지나간 바 있다.

그러나 이는 경찰청장이 될 수 있는 치안총감 등 경찰 고위직의 강력한 기득권 수호 의지에 가려졌거나 여기에 영합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경찰청장 문민화와 같은 맥락에서 문민이 운영해야 하는 경찰대학, 국립과학수사연구소, 경찰교육연구기관 등의 소속기관 문제라든가 경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 메커니즘이 좀더 정상화될 수 있다.

나아가 경찰청장 뿐만 아니라 시도지방경찰청과 본청의 감사관, 청와대 치안비서관, 경찰대 학장, 교통국장, 전산 책임자 등을 포함하여 경찰 직위 중 문민화 대상 범위를 더욱 크게 확대해 나가야 한다.

경찰 전체 인력의 30~40%가 문민이 차지하고 있는 선진 경찰의 사례들에 비추어 보았을 때 정규 경찰 아닌 일반 문민이 할 수 있는 업무를 과감하게 문민화 하여 정규 경찰 운용을  더욱 전문화 하고 효율적으로 운용할 필요가 있다.

영국을 포함하여 많은 국가들에서 문민은 경찰청 혹은 시도경찰청의 차장까지 승진할 수 있다. 사실, 경찰청장 문민화는 경찰 문민화라는 거대한 세계적 흐름의 일부에 불과하다.

런던 경찰청장, 시의회에서 불신임 당해

사실, 아직 국가경찰위원회나 각 시도자치경찰위원회 같은 민주적 경찰거버넌스 구조가 없는 우리나라의 경우, 대통령이 설령 경찰청장이나 시도지방경찰청장을 문민으로 임명한다 해도 경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나 정치적 중립을 기대하긴 힘든 게 현실이다.

2007년 11월 7일 런던시의회라는 주민대의기관에서 불신밈 사퇴결의안이 통과된 최초의 런던경찰청장이 되었다.
▲ 이얀 블레어 런던경찰청장 2007년 11월 7일 런던시의회라는 주민대의기관에서 불신밈 사퇴결의안이 통과된 최초의 런던경찰청장이 되었다.
ⓒ 문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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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영국에서는 경찰옴부즈맨(IPCC)이 재작년 자살폭탄 용의자 오인 피살 사건에 대하여 런던 경찰 측의 잘못을 지적한 수사보고서를 공표한 바로 다음 날인 11월 7일 런던시의회(런던자치경찰위원회가 아님)가 15-8로 이얀 블레어 청장에 대한 불신임 및 사퇴결의안을 통과시킨 바 있다.

노동당 소속의 런던광역시 시의원을 제외한 나머지 런던시의회 의원(보수당 및 자유민주당) 전원의 찬성으로 해당 결의안이 통과된 것이다.

물론 런던경찰청장 임명권 및 해임권은 런던자치경찰위원회 측에 있으므로 이얀 블레어 청장이 이 결의안에 따라 사퇴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청장직 수행에 대해 주민이 선출한 대의기관(2000년 이후)이 사퇴결의안을 통과시킨 것은 영국 경찰 역사상 최초였다.

이는 아무리 테러리스트 격퇴라는 명분이 있지만 무고한 청년을 오인사살케 한 런던경찰청의 책임을 인정한 경찰옴부즈맨 수사보고서에 근거를 둔 것으로 청장에 대해 커다란 타격을 가한 셈이 되었다.

우리나라도 경찰청장 및 시도지방경찰청장 문민화는 독립적인 경찰옴부즈맨 도입 및 국가경찰위원회와 시도자치경찰위원회 도입과 함께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경찰청장 장관급 승격요구는 경찰국가화 비판 초래

한편 사실상의 장관급 검찰총장 산하에 차관급 검찰 직위만 해도 54개에 달하는 검찰조직에 견주어 10만(검찰의 10배 정도)에 달하는 거대한 경찰조직의 수장인 경찰청장의 장관급 격상 논의가 경찰의 위상 강화 차원에서 경찰 내부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세계적으로 유례없이 강력한 단일 조직 국가경찰의 자치경찰 전환 및 경찰청장 등의 문민화가 더 시급하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이뿐만 아니라, 경찰청장이 장관으로 되어 있는 외국의 예도 찾아보기 힘들며 경찰청장을 장관급으로 격상하면 경찰국가화라는 비판도 면하기 어렵다. 예컨대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등을 포함하여 경찰청이라는 기관 자체가 없는 나라도 많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경찰청장의 장관급 승격을 요구할 것이 아니라 차라리 검찰에 대해 과도한 검찰 고위직 양산제도를 시정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국민의 공감도 더 얻을 수 있다.

무엇보다 검찰은 장관급 및 54명에 달하는 검찰 차관급의 대폭축소를 통한 정상화를 꾀해야 한다. 이는 한편으로 일반 국민들은 말할 것도 없고 노무현 대통령조차도 손을 댈 수 없다던 '검찰 공화국'의 오명을 씻는 길임을 검찰이 먼저 뼈저리게 인식할 필요가 있다.


태그:#경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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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성호 기자는 성균관대 정치학박사로서, 전국대학강사노조 사무처장, 국회 경찰정책 보좌관, 한국경찰발전연구학회 초대회장, 런던정치경제대학 법학과 연구교수 등을 역임하였다. <경찰정치학>, <경찰도 파업할 수 있다>, <경찰대학 무엇이 문제인가?>, <삼과 사람> 상하권, <옴부즈맨과 인권> 상하권 등의 저역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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