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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장단에 맞춰야할지 모르겠다. 

 

며칠 전 김애실 한나라당 제3정조위원장은 26일 한 토론회에서 "한반도 대운하 건설에 대해 안 된다는 의견이 많으면 한나라당도 재고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인수위에서 한반도 대운하 TF 팀장을 맡은 장석효 전 서울시 부시장이 <중앙선데이>와의 인터뷰를 통해 "운하가 100% 추진될 것"이라고 호언장담했다. 장 전 부시장은 "운하 착수 준비가 끝났다"고도 했다.

 

국민은 들러리?

 

누구의 말을 믿으라는 것인가. 사실 장 전 부시장의 인터뷰 내용을 뜯어보면 김애실 한나라당 제3정조위원장의 발언도 포함되어 있다. 

 

"국민 동의를 얻고 전문가 의견을 수렴한 뒤 사업을 시작할 것이다."

 

"운하가 100% 추진될 것"이고, "이 사업은 이미 착수했다고 봐도 된다"고 주장하면서, 국민 동의를 얻어서 사업을 시작할 것이라고 말하는 것은 이율배반이다. 국민을 그저 들러리로 세우겠다는 말이다.   

 

무엇보다 가장 우려스러운 것은 경부운하가 여전히 미완의 계획이라는 점이다. 장 전 부시장의 인터뷰 내용을 요약해 재구성하면 다음과 같다. 

 

1) "공사기간은 4년이다."
2) "한강과 낙동강 연결구간은 22km 수로터널을 뚫을 것이다."
3) "민자유치 사업이다. 건설회사 사람들과 많이 얘기해봤는데 굉장히 원하고 있다."
4) "운하 수량이 2-3배로 는다. 생활하수와 공장폐수같은 오염원은 일정한데 물의 양이 늘면 그만큼 희석되니 깨끗해진다."
5) "경부운하와 비슷한 시기에 착공할 호남운하는 국가예산으로 한다."

 

4년동안 국민은 무슨 물을 먹어야 하나

 

장 전 부시장은 청계천사업을 이끌었던 기술관료 출신이라고 한다. 청계천의 공사기간은 2년 8개월. 공사 구간은 5km이다. 이에 비하면 경부운하는 그 100배 이상인 554km 구간이다. 또 청계천의 수심은 40cm인데 반해, 경부운하의 수심은 6-9m이다.

 

어떤 방식으로 4년안에 공사가 가능한지 모를 일이다. 국내의 모든 건설업자들이 전구간에 달라붙어 강바닥을 파헤치면 되는 일인가? 설령 그게 가능하다고 해도 한강과 낙동강에서의 취수, 즉 국민 2/3의 먹는 물은 4년동안 어디서 충당할 것인가? 4년동안 생수만 먹고 살라는 것인가.     
 
결정적인 문제는 경부운하는 아직 노선조차 정해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장 전 부시장은 '터널공사'를 언급했지만, 그것도 하나의 안에 불과하다. '10년동안 연구한 100명의 학자가 있다'는데 아직도 한강과 낙동강 연결구간에 22km 터널을 뚫을지, 스카이노선으로 할 지조차 정하지 않은 상태이다. 국가의 중차대한 사업을 도면조차 없는 상태에서 땅부터 파자는 것과 다를 바 없다.

 

현재 가안으로 제시된 터널은 단선. 왕복 통행이 불가능하다. 2조 3천억원의 공사비를 줄이기 위해 순차적으로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결국 한쪽에서 배가 통과할 경우 다른 한쪽에서는 무려 2-3시간 가량 대기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물류를 운송하는 데 있어서 정체가 불가피한 것이다. 또 관광객들의 경우 그 시간동안 터널 속에 갇혀있어야만 한다. 게다가 이 구간은 석회암 지역이어서 터널이 완공된 뒤에도 안전이 우려된다. 석회암은 물에 녹는 성질이 있기 때문이다.   

       

세금 한푼 안들어가는 민자사업은 없다

 

운하의 물이 채워지면 수질이 좋아진다는 '희석론'도 어김없이 등장했다. 이에 대해 안병옥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은 다음과 같이 반박한 바 있다.    

 

"어항의 썩은 물을 욕조의 깨끗한 물에 넣으면 어항에서의 수질보다 오염도가 낮아진다. 하지만 욕조의 물을 10일 정도 그대로 두면 원래 어항의 썩은 물과 같아진다. 희석 효과를 얘기하려면 오염원이 없어야 하고, 물이 흘러야 한다는 조건을 충족시켜야 한다.

 

하지만 뱃길을 유지하기 위해 보를 만들면 물이 정체된다. 또 낙동강과 한강 주변의 하수처리율은 높아도 60% 정도이다. 하수처리율을 높이지 않는다면 고인 물에 오염원이 보태지면서 전체가 오염되는 결과를 초래한다."(안병옥 환경연합 사무총장)

 

국민 세금이 한푼도 들어가지 않고 순수하게 민자유치를 한다는 것도 '민자유치 사업'의 기본을 모르고 하는 소리다. 홍종호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이같은 주장을 "완전 허구"라면서 다음과 같이 반박한 바 있다. 

 

"우선 민자사업은 1994년 이후부터 진행됐는데, 지금까지 민간기업이 공사비의 100%를 전액 조달한 예는 없다. 세금으로 공사비 분담금을 주고 또한 최소운영수입을 보장하여 왔다. 민자사업은 정부고시사업과 민간제안사업으로 나뉘는데 최근 지어진 공항철도는 전자, 인천공항고속도로는 후자의 예이다.

 

인천공항고속도로의 경우 지난 5년간 정부가 운영수입으로 보조해 준 금액이 4000억원이다. 또 40~50%에 달하는 건설분담금을 정부가 충당해줬다. 2020년까지 2조원 이상의 국민혈세가 운영적자를 메우는 데 들어갈 것이다. 공항철도사업도 2040년까지 적자를 보전해 줘야 한다는 예측이 흘러나오고 있다."

 

이 밖에도 장 전 부시장의 인터뷰 내용은 앞뒤가 맞지 않는 말이 많다.

 

그간 많은 논란이 되어왔던 경부운하. 당내 반대 여론도 만만치 않아서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의 공약집 구석에 처박아놓기도 했던 게 이 사업이다. 따라서 국민 여론을 묻기 전에 당내 여론부터 물었으면 좋겠다. 이 당선자를 제외한 모든 경선주자들이 강력 반대하지 않았었나? 특히 박근혜 전 대표측에서는 '대국민 사기극'이라며 강력 반발하지 않았던가. 선거가 끝났다고 반대 논리조차 사라진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 연후에 국민 의견을 들어도 늦지 않다. 그리고, 경부운하를 100% 착수한다고 '연기'만 피우지 말고 '노선'부터 정하라. 배가 산 밑으로 가는 지 산 위로 가는지 지금 상태에서는 도무지 알 수가 없다. 그래야만 반대를 하더라도 제대로 할 것이 아닌가. 


태그:#경부운하, #이명박, #한나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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