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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병직 이사장님께

 

이렇게 글을 써도 제가 누군지도 모르실테고, 저도 사실 이름 외에는 안병직 이사장님을 잘 알지 못하기 때문에 어떤식으로 쓸까 많이 망설이다가 이렇게 편지 형식으로 글을 드립니다.

 

제 소개를 간단히 하자면 저는 국문학과 신문방송학을 공부하면서 <경향신문>을 받아보고 있는 한 대학생입니다. 저는 보통의 또래 친구들 보다는 정치에 관심이 많은 편이지만, 그렇다고 잘 아는 편은 아닙니다. 정치적 성향을 굳이 나누자면 왼쪽에 속하겠지만, 부분적으로는 오른쪽 의견도 공감하는 것도 많습니다. 왼쪽으로 치우치기는 하지만 저 역시도 여느 20대들과 마찬가지로 정치적 성향에 있어 정체성에 많은 혼란을 겪고 있습니다. 그래서 방향이야 어떻게 되었든, 내용이 옳고 그르든 한쪽으로 계속해서 주장할 수 있다는 점은 배울만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28일 <경향신문>에 글을 기고 하셨더군요. 썩 반가운 마음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의미가 있는 글일 것 같아서 대충 훑어봤는데, 저랑 생각이 많이 다른것 같아서(제가 보기에는 비정상적인 생각을 가지신 것 같아서) 또 생각을 바로 잡아드리고 싶어서 몇몇 부분에서 주제넘게 몇 말씀 드릴까 합니다.

 

"보수세력은 진보세력으로 부터 사상 유례없는 530만표라는 압도적인 표차로 정권을 탈취하였다."

 

정권 탈취라니요. 순간 눈을 의심했습니다. 제가 글자를 잘못 본것 인지, 탈취라는 단어를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것인지에 대한 물음도 던졌구요. 물론 탈취라는 표현 쓸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보수주의자들이 말하는 보수-진보-보수로 이어지는, 민주주의 성숙이라는 포장과 탈취라는 내용은 너무 안어울리는 것이 아닌가요?

 

노무현 정권의 실패 원인을 두가지를 짚으셨죠. 노 정권의 뒷받침 세력인 민주화세력이 성숙하지 못한점과 한국근현대사의 흐름에 역행한 정권운영을 이유로 드셨습니다. 민주화세력에 대한 평가도 한국근현대사의 흐름에 역행이라는 평가도 극히 보수적인 시각에서 편협하기 짝이 없는 평가였는데요.

 

다시 말하면, 민주화세력은 독재에 항거한다는 점에서는 같은 세력이었지만, 내용적으로는 다양한 이념으로 구성된 오합지졸에 불과했던 것이다.

 

직접 겪어보지는 못했지만, 듣고 배워 온 바로는 민주화세력은 독재에 항거했다는 점으로도 충분히 의미를 가질 수 있습니다. 민주화세력은 오른쪽 편에 계신 분들처럼 편하게 그저 유지하려고만 하지 않았기 때문에 여러가지 방법을 찾다보니 다양한 방법론이 생겨났던 것이구요. 그렇기 때문에 이념적으로 여러가지 다양한 구성이 된 것처럼 보일 뿐입니다. 오랫동안 한가지 방법만을 정답으로 알고 행해왔던 보수의 시각에서 정답에 가까운 해답을 찾아가는 진보가 헤메는 것처럼 보였을지 모르지만 말이죠.

 

저자세 대북정책뿐으로서, 성취된 것이라곤 기껏 개성공단과 10.4 공동선언이라는 하잘 것 없는 것에 불과하다.

 

여당 후보가 '개성동영'이라고 별명을 붙였던 것 때문에 이러시는 겁니까? 하잘것 없는 것이라니요. 경제파탄 들먹거리는 이유랑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합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10년에서 가장 높게 평가받아야 하고 가장 온당하게 평가받아야 할 부분 중 하나가 남북관계에 관한 것입니다. 기껏 개성공단, 기껏 10.4 공동선언은 괴뢰국, 적대국으로 40년 넘는 세월동안 보수가 못한 것을 10년만에 해낸 쾌거라고 생각하실수는 없습니까?

 

이번 대선에서 보수세력이 정권을 획득할 수 있었던 것은 한국현대사의 기본흐름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보수세력이 파악한 한국현대사의 기본흐름을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확인하고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의 틀 속에서 성취된 산업화외 민주화를 기반으로 선진화를 달성하는 것이다.

 

88만원세대. 영혼을 팔아서라도 취업하고 싶다는 말 들어보셨죠? 노동자, 비정규직, 외국인 노동자 문제들도 저보다 잘 아실거라고 생각합니다.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의 틀 속에서 성취된 산업화와 민주화 때문에 이런 문제들이 발생했고, 더 심해졌습니다. 과연 선진화는 무엇인가요? 수출 더 많이하고, 대기업이 더 커지기만 하면 선진화인가요? 심해지는 양극화현상, 중산층 해체 현상은 어떻게 하실건가요? 그렇게들 이야기 합니다. 10년동안 망쳐놓은 경제를 살려놓겠다고... 10년 이전에 무리하게 OECD에 가입하고 경제를 망쳐놓은 장본인들은 누구였던가요?

 

이번 선거는 공약 검증 없이 경제라는 이미지만 선점한 이명박 후보의 말그대로 압도적인 승리를 통한 정권탈취(?)로 마무리 되었습니다.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예전 3김 시대의 지역감정에 호소한 선거와 2007년 12월의 대선이 과연 다를바가 무엇인가...  지역감정도 지역감정이지만, 지역감정에 대한 무조건적인 믿음만큼의 경제라는 이미지에 대한 믿음도 제 눈에는 마찬가지처럼 보입니다.

 

국민들의 무조건적인 믿음이나 지지보다 더 위험한 것은 이사장님과 같은 무조건적인 진보와 보수의 줄세우기, 편가르기가 아닌가 싶습니다. 의미있는 정권교체라는 말들 하지 않습니까? 평가할 점은 높이 평가하고, 비판할 점은 비난이 아닌 건전한 비판이 될 수 있도록 힘써 주십시오. 더 이상 정치가 부끄러워지지 않게 말이죠.

덧붙이는 글 | 경향신문은 대선 직후부터 '신보수 시대를 맞아'라는 릴레이 기고를 싣고 있습니다다. 12월 28일에는 '국민통합 없인 경제도 없다'는 제목으로 뉴라이트 재단 이사장인 안병직씨의 글이 실렸고, 그 글을 참고 했습니다.
관심있으신 분들은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0712271813171&code=910100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신보수#안병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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