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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7일 베나지르 부토  전 총리가 파키스탄 총선을 앞두고 유세를 하던 중 자살폭탄 테러로 사망한 가운데 사진은 사망전 라왈핀디의 마지막 연설 장소에 도착하면서 당기를 흔들고 있는 베나지르 부토 전 총리의 모습.
27일 베나지르 부토 전 총리가 파키스탄 총선을 앞두고 유세를 하던 중 자살폭탄 테러로 사망한 가운데 사진은 사망전 라왈핀디의 마지막 연설 장소에 도착하면서 당기를 흔들고 있는 베나지르 부토 전 총리의 모습. ⓒ AP-연합뉴스

베나지르 부토 전 파키스탄 총리(54)가 27일(현지 시각) 수도 이슬라마바드 부근 라발핀디에서 유세 직후 이슬람 과격분자의 소행으로 추정되는 자살 폭탄공격을 받아 사망했다.

 

<AP통신>은 부토 전 총리의 암살로 대 테러 전쟁의 핵심 동맹국이자 이슬람 국가 중 유일한 핵무기 보유국인 파키스탄의 정치 안정을 위해 노력해왔던 조지 부시 행정부의 노력이 심각한 타격을 받게될 것으로 분석했다.

 

부토 전 총리는 이날 라발핀디의 한 공원에서 수천명의 군중들에게 다음달 8일 치러지는 총선에서 자신이 총재로 있는 파키스탄 인민당(PPP)에 대한 지지를 촉구하는 유세를 했다.

 

유세를 마친 부토 전 총리가 자동차에 올라 도로로 이동하던 중 한 괴한이 2발의 총격을 가했으며 곧바로 자살 폭탄을 터뜨렸다. 이 때문에 부토 전 총리가 이 괴한이 쏜 총에 목과 가슴에 총상을 입어 사망했다는 보도와 자살 폭탄의 파편에 맞아 숨졌다는 보도가 엇갈리고 있다.

 

부토 전 총리는 라발핀디 종합병원으로 긴급 후송되어 수술을 받았으나 현지 시각으로 오후 6시 16분(한국 시각 밤 10시16분) 사망했다.

 

병원으로 몰려온 부토의 지지자들은 페르베즈 무샤라프 대통령을 "개"라고 맹렬히 비난하면서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알 카에다가 잇따라 테러 경고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무샤라프 정부가 부토에 대한 경호를 소홀히 했다고 주장했다.

 

부토는 1988년 총선에서 이슬람권 최초의 여성총리가 됐으나 부패 스캔들로 이듬해 총리에서 물러났다. 다시 1993년 총리에 취임했지만 당시 대통령이었던 파루크 레가리가 부패에 연루되면서 3년만에 물러났다.

 

1999년 자청해서 해외 망명을 떠났던 부토 전 총리는 지난 10월 18일 귀국했다. 당시 부토를 태운 차량이 카라치 시내를 통과할 때 차량 폭탄이 터져 140명이 사망했다.

 

부토, '부패' 꼬리표 늘 따라다녀

 

부토는 나름대로 대중적인 지지세는 있지만 총리 재임 때 불법 자금 세탁·전투기 구매 비리 등으로 '부패'의 꼬리표가 늘 따라다녔다. 이런 부토가 파키스탄에 귀국할 수 있었던 것은 지난 1999년 10월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페르베즈 무샤라프 대통령의 정치적 위기 때문이었다.

 

무샤라프 대통령은 육군참모총장으로 재직때 쿠데타로 정권을 잡아 정통성이 취약했다. 그러나 9·11 테러 뒤 미국의 대 테러 전쟁에 적극 동참하면서 부시 행정부의 최고 맹방으로 떠올랐다. 아프가니스탄과 바로 인접한 지리적 이점을 살려 알 카에다 소탕에 협력했고 미국으로부터 수십억 달러의 지원을 받았다.

 

그러나 반대세력들의 무샤라프에 대한 반발은 계속됐고 국민들로부터의 인기는 떨어졌다. 올 3월 무샤라프는 자신에게 적대적이던 이프티카르 차우드리 대법원장을 해임했고 7월에는 랄마스지드(붉은 사원)에서 과격파 이슬람 세력을 유혈진압하면서 100여명이 사망했다.

 

정치적 위기가 심각해지자 무샤라프는 올 10월 부토와 권력 분점 밀약을 맺었다. 총선에서 부토의 PPP가 승리할 경우 그와 권력을 분점하기로 했다. 무샤라프는 부패 혐의로 고발된 부토를 사면해 귀국길을 열어줬다. 무샤라프는 총선을 위해 계엄령도 해제했다.

 

이런 무샤라프와 부토의 화해를 미국은 적극 지지했다. 미국은 대 테러 전쟁 동참 대가로 무샤라프를 지원해왔다. 그러나 그의 지지도가 급락하면서 무샤라프를 계속 지지하는 것이 되레 파키스탄 내 반미 감정을 부추기는 역효과를 경험하고 있었다.

 

부토는 비록 부패 꼬리표가 달려있지만 대중적인 지지세가 있고 무엇보다 알 카에다를 소탕하겠다는 친미적인 자세를 보였다.

 

미국 입장에서 볼 때 무샤라프와 부토가 화해해서 권력을 분점하면 상호 보완적이 될 수 있다. 알 카에다 소탕 작전에는 도움이 되며 이슬람 국가 가운데 유일한 핵무기 보유국인 파키스탄의 정치적 안정도 도모할 수 있었다.

 

무샤라프 정권 더 취약해질 것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베나지르 부토 전 총리의 암살사건과 관련 "이번 사태 주모자들은 법의 심판에 따라 처벌돼야 한다"며 "미국은 파키스탄 민주주의를 저해하려는 잔인한 극단주의자들이 저지른 비겁한 행위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비난했다.

 

<AP통신>은 부토의 사망과 관련한 해설기사에서 "부토의 암살은 대 테러 전쟁에서 미국의 맹방이었던 핵무기 보유국이자 정정이 불안한 파키스탄에 민주주의와 안정을 회복하려는 노력을 해왔던 미국에게 심각한 타격을 줬다"고 평가했다.

 

미 랜드연구소의 남아시아 전문가인 크리스틴 페어는 "부토의 죽음으로 가뜩이나 정통성이 없어 무너져가고 있는 무샤라프 정권이 더 취약해질 것"이라며 "파키스탄 내 과격파 민병대들의 활동도 더 강력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실제 또 다른 총리 출신 야당 인사인 나와즈 샤리프 전 총리는 1월 총선 불참을 선언하고 무샤라프 대통령 퇴진과 전국적인 총파업을 촉구했다. 그는 "우리는 총선에 불참하기로 했다"며 "무샤라프가 존재하는 한 자유 선거는 불가능하다, 그는 모든 문제의 근원인 만큼 즉각 퇴진할 것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전 미국무부 관리였던 다니엘 마키는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부토의 암살은 미 행정부로 하여금 과거보다 더 무샤라프에 집착하게 만들 것"이라며 "아직도 미 행정부는 무샤라프는 해로운 인물보다는 도움이 되는 인물로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빌 클린턴 정부에서 대북정책 조정관을 지냈던 웬디 셔먼은 "미국은 파키스탄에 관한 한 지렛대가 별로 없다"며 "이제 마지막 결정은 파키스탄 국민들이 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파키스탄#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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