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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표지> 우리 역사를 바꾼 귀화 성씨
<책표지>우리 역사를 바꾼 귀화 성씨 ⓒ 역사의 아침
수업을 하다 아이들에게 우리 민족의 특성을 물어보면 어느 반이나 엇비슷한 대답이 쏟아져 나온다.

단일민족, 배달민족, 단군의 자손, 백의민족 등, 반만 년의 유구한 역사와 전통 속에서 순수 혈통을 이어온 민족이란 생각을 아이들은 아무런 의심 없이 받아들이고 있다.

아이들에게 다시 물어본다. 단일민족이라면 어떤 장점이 있을까. 아이들은 대답한다. '단결이 잘 돼요', '모두 다 형제처럼 가깝게 지낼 수 있어요', '동질감이 느껴져요', 이번엔 또 다른 질문을 한다. 단점은 없을까. 전처럼 답이 금방 나오지는 않는다. 조금 기다리면 한두 명이 대답을 한다. '배타적이에요'.

가르쳐주지 않아도 아이들은 알고 있다. 단일민족이 가지는 장점도 있지만, 문제점 또한 있다는 것을. 단일 민족을 지나치게 강조하다보면 우리와 조금이라도 다른 사람들을 멀리하고 소외시킬 수 있다는 것을….

무궁화호 화장실 앞
두 남자는 객차 안으로 들어가고
두 베트남 여자는 아이 하나씩 껴안고 서 있었다.
열차가 들판을 지날 때
두 남자가 신문지 들고와 깔아준 뒤
각각 닮은 아이의 겨드랑이 잡고
번쩍 들어 올려 코 맞대고 비비며 어르었다.
외탁하지 않아 더 귀여워하는 게 틀림없다.
두 베트남 여자도 그런 눈빛이다.
열차가 터널로 들어갈 때
두 남자는 두 아이 건네고 객차 안으로 다시 들어갔다.
두 베트남 여자는 펑퍼짐 앉아 아이 하나씩 껴안고
블라우스 단추 끄르고 부푼 젖통 꺼내 물었다.

- 하종오 <코시안 가족1> 중에서

동남아시아 여성들이 들어와 정착한 지 꽤 오랜 세월이 흘렀다. 그 여성들과 한국 남성들 사이에서 아이들이 태어나 학교에 입학해서 생활을 할 정도가 되었다. 그들을 우리는 코시안이라 부른다. 한국에서 태어나 한국인으로 자랄 아이들인데 그 아이들은 한국인 이전에 코시안이란 명칭으로 구별의 대상이 되고 있다.

박기현의 <우리 역사를 바꾼 귀화 성씨>에서는 단일민족의 허구성을 비판하고 있다. 이 책에 의하면 우리 민족 열 명 가운데 세 명은 다른 나라에서 이주해 온 이방인들이다. 중국과 일본은 가까우니 말할 필요도 없고, 네덜란드, 인도, 유구, 베트남, 몽골, 여진, 위구르, 거란, 흉노족 등 광범위하다.

외부에서 들어온 이방인들은 지금처럼 배타와 차별의 대상이 되지 않았다. 이방인들의 재주와 솜씨를 이용하기 위해 기꺼이 받아들이고 우대했다. 고려 광종은 후주 출신 쌍기의 건의를 받아들여 과거제도를 실시했다. 이성계는 여진 출신 이지란을 받아들여 조선 건국에 적극 활용했다. 네덜란드인 벨테브레는 표류하다 조선에 상륙한 뒤 그의 재능을 발휘하며 조선인으로 귀화해서 박연의 이름으로 새로운 삶을 살았다.

재능 있는 개인뿐 아니라 전란과 궁핍의 화를 모면하기 위해 오는 다수의 이방인들도 수용했다. 고려는 발해 멸망 후 발해 및 말갈 유민을 다수 받아들였다. 조선 또한 북방 사민정책에 의해 여진인의 귀순을 장려했다. 이들은 고려와 조선 사회의 구성원이 되어 뿌리를 내렸다.

이방인이 우리 사회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건 현재에도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남아시아를 비롯한 외국 여성들이 결혼을 통해 우리 사회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 한국 남성들과 외국인 여성들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들이 학교에 입학해서 생활할 정도로 성장하고 있다.

우리 역사는 주변국 사람들과 단절되어 이어온 고립의 역사는 아니었다. 서로 다른 이방인들과도 함께하고 더불어 살아왔던 다양성이 존재하던 역사였다. 지금도 이런 현상은 이어지고 있고, 미래 또한 마찬가지일 것이다.

우리 역사 속에 남아 있는 수많은 자취와 기예 속에도 다양한 이방인들의 유전인자들이 녹아 전해진 것이다. 이방인들의 자취는 다름 아닌 우리 자신의 자취로 남아 있다. 현재 우리의 모습은 단일 혈통의 우리 모습이 아니라 수많은 이방인들과 동화된 모습이다.

지금 우리가 코시안이라 구별해 부르는 아이들 또한 마찬가지다. 한국에서 태어나 한국인으로 성장할 그 아이들 또한 코시안이 아닌 한국인으로 우리 사회 속에 동화될 소중한 아이들이다.

이젠 단일민족의 환상을 벗어나야 한다. 그리고 코시안이 아닌 한국인으로서 그 아이들의 맑은 눈망울을 받아들여야 한다.

덧붙이는 글 | 박기현/역사의 아침/2007.3/1만2000원



우리 역사를 바꾼 귀화 성씨 - 우리 땅을 선택한 귀화인들의 발자취

박기현 지음, 역사의아침(위즈덤하우스)(2007)


#단일민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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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서 있는 모든 곳이 역사의 현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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