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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한해의 달력도 몇 장 남지 않았다. 다사다난했던 정해년이 기울어 가고 힘찬 무자년이 우리에게 희망으로 다가온다. 올 한해 있었던  많은 일들이 스쳐 지나가면서 그동안 아집과 편견으로 나를 삭막하게 했던 지난 시간들을 넓은 바다에 훌훌 털어 버리고 싶은 마음에 나는 영종도에 있는 을왕리 바닷가를 찾았다.
 
해묵은 푸념에 대한 정리도 필요했지만  새로 다가오는 새해를 홀가분한 마음으로 맞이하고 싶은 생각이 더 컸으리라. 어머니 품처럼 넓은 바다는 언제 찾아가도 나를 반긴다.

 

 

 

여름 내내 복잡했을 바다는 겨울이라서인지 다소 한가해 보이지만 그래도 낭만을 알고 사랑을 아는 가족과 연인들이 쓸쓸하지 않을 만큼 찾아온다. 나 역시 그런 사람들과 바다와 하나가 된다.

 

요즈음 날씨가 겨울답지 않게 푸근해서인지 아이를 데리고 온 가족들이 눈에 띈다. 하염없이 한참을 바다를 바라보는 여인도 있다. 말없이 바라보기만 해도 바다는 모든 것을 안아준다.

 

 

영겁의 세월을 말없이 끌어안았을 바다는 잔잔한 파도와 거센 파도를 일으켜 때로는 예쁜 조약돌을 만들고 때로는 날카로운 기암괴석을 만든다.

 

뭘 알까마는 꼬마 아이도 아빠가 낚시 하는 모습을 다소곳이 앉아 바라보고 있다. 부부가 한곳을 바라보며 낚싯대를 드리우는 모습 또한 정겹다. 바다는 항상 그 자리에서 많은 사람들의 사연을 포근히 안아주는 너그러움을 지니고 있다.

 

여름에는 많은 사람들의 사연과 휴식처를 제공하느라 시달렸을 바다, 그만큼 여유가 없을 거라는 생각에 나는 여름바다보다 겨울 바다를 더 많이 찾곤 한다.

 

 

시간이 흐르자 겨울바다는 노란 금빛 바다로 물들기 시작한다. 저녁놀을 보기 위해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인다. 노을이 물든 바닷가에 아이를 데리고 온 아빠는 연신 돌멩이로 물수제비뜨기를 보여주려 하지만 잘 되진 않는다. 아빠 체면이 말이 아니다.

 

그래도 깔깔대면서 행복해 하는 아이를 보니 바다는 가족들에게 잔잔한 사랑으로 보답하는 것 같아 내 마음도 흐뭇해진다. 해가 바다로 떨어지는 순간 젊은 연인들이 보는 이가 있어도 아랑곳하지 않고 뽀뽀를 한다.

 

아마도 올 한 해 동안 받은 사랑을 감사하는 마음과 새로 다가오는 새해에도 변함없는 사랑을 하자는 약속이었으리라.  부럽기도 하고 아름답게도 보인다.

 

 


지는 노을이 참으로 아름답다. 어떤 미사여구로 표현한들 이렇게 아름다운 모습을 표현할 수 있을까? 노을이 하늘을 물들일 때 한없이 포근했던 엄마 품에 안긴 듯 노을 속으로 빠져든다. 한참을 그 여운에 젖어 떠날 줄 모르는 사람들. 조금은 쌀쌀해진 바닷바람도 그들에겐 걸림돌이 되지 않았다.

 

선착장에 즐비하게 늘어선 횟집 앞에서 기다리는 아주머니들의 얼굴에도 불그레한 노을이 감돈다. 한 해 동안 묵은 찌꺼기들은 모두 바다에 보내고 새로 맞이하는 새해에는 꿈과 사랑을 베풀 수 있는 한해가 되기를 바래본다.

 


태그:#송구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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