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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기회는 단 한 번, 문을 두드리지만, 유혹은 늘 문에 등을 기대고 서 있다."

제 책상 위 달력에 쓰인 문구입니다. 그 밖에도

"산을 옮기는 사람은 작은 돌멩이부터 옮긴다", "지혜로운 자의 입은 마음 속에 있고, 어리석은 자의 마음은 입 위에 있다", "포기하기 전까지는 결코 실패가 아니다. 포기하기로 결정한 순간 스스로 실패를 맞이하는 것이다"

등등 가슴 속에 새겨도 좋을 말들이 가득합니다.

지난 1년간 명언 달력을 사서 보았느냐고요? 아닙니다. 제가 직접 좋은 말들을 골라 옮겨 적은 것입니다. 그리고 이 명언들은 2007년 11월 15일부터 기록돼 있습니다.

새해부터 X표 투성이... O표로 바꿔보자

1월 처음에는 X표로 표시하다 동그라미로 바꾸었습니다. 전에 X표로 되어있던 것도 동그라미로 바꾸었습니다.
▲ 1월 처음에는 X표로 표시하다 동그라미로 바꾸었습니다. 전에 X표로 되어있던 것도 동그라미로 바꾸었습니다.
ⓒ 양중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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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전까지 제 달력은 전혀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많은 이들이 새해를 맞이할 때 새로운 각오를 다집니다. 몸도 마음도 의기충천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2007년에 새해를 맞이하던 저는 그러지 못했습니다. 당시 다니고 있던 학원에서 학원과 강사들 사이에 첨예한 갈등이 생겼고, 그 때문에 저 역시 마음이 상당히 불편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1월 1일부터 7일까지 무려 1주일간 제 달력에는 X표가 커다랗게 그려져 있었습니다.

그렇게 1주일을 보내고 나자 마음이 허해졌습니다. 새해부터 얼굴 찡그리면서 사는 것이 옳은 것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래서 새해의 두 번째 주가 시작되는 8일부터 달력에 동그라미를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X보다 동그라미가 더 긍정적으로 삶을 바라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다시 일주일 정도 지나자 이제는 동그라미 안에 웃는 모습을 그려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몸도 지치고 점점 사람에 대해서도 지쳐갔지만 희망을 잃지 말자는 뜻에서였습니다.

긍정적으로 사는 건 좋은데, 뭘 어떻게?

8월 늘 긍정적인 마음으로 살고자 동그라미 안에 웃는 모습을 그렸습니다.
▲ 8월 늘 긍정적인 마음으로 살고자 동그라미 안에 웃는 모습을 그렸습니다.
ⓒ 양중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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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11월 중순까지 꾸준히 달력에 웃는 모양이 들어 있는 동그라미를 기록했습니다.

그러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삶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겠다는 자세가 나쁠 것은 없지만 '어떻게 살아야 한다'는 보다 구체적인 마음가짐이 없지는 않나 하는 그런 생각 말입니다.

대선이 다가오면서 88만원 세대라는 말이 자주 등장하자 그런 생각이 자꾸만 더 강해졌습니다.

사회 현상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나온 표현이라도 해도 '88만원 세대'라는 표현이 정말 싫었습니다. 사회가 마치 "넌 88만원짜리 인생이야!"라고 외치는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인정했습니다. 대기업에 들어가지 않는 한, 높은 월급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을 말입니다. 그렇지만 그렇다고 해서 '88만원 세대'로 불리는 것이 정말 싫었습니다. 비록 받는 월급은 많지 않더라도 제 가슴 속에는 아직도 꿈과 희망이 가득한데 그 안에 저를 가두는 것만 같아 싫었습니다.

대통령 선거가 가까워오면서 '88만원 세대'라는 용어는 언론에 빈번하게 나오기 시작했고 저는 귀를 틀어막고 싶은 심정이었습니다. '88만원 세대'라는 용어를 들을 때마다 '88만원짜리!' '88만원짜리!' 하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스스로에게 '88만원'이라는 금액으로 평가되는 가치가 아닌 다른 가치를 부여하고 싶었습니다.

'88세대'에서 '팔팔한 세대'로

12월 스스로에게 가치를 부여하고 싶었습니다. 한달 월급을 받는 88만원 세대가 아닌 보다 더 큰 미래를 위해 도약하고 있는 팔팔한 세대라고 달력에게라도 위로받고 싶었습니다.
▲ 12월 스스로에게 가치를 부여하고 싶었습니다. 한달 월급을 받는 88만원 세대가 아닌 보다 더 큰 미래를 위해 도약하고 있는 팔팔한 세대라고 달력에게라도 위로받고 싶었습니다.
ⓒ 양중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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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그동안 책을 보면서 마음에 들었던 말들을 옮겨적었던 공책이 떠올랐습니다.  그 동안 공책에 옮겨적었던 글귀들을 달력에 적기 시작했습니다.

그것은 '88만원 세대'가 아닌 '팔팔한 세대'로 거듭나기 위한 노력이었습니다. 앞서 소개한 말처럼 "포기하기 전까지는 결코 실패가 아니다, 포기하기로 한 순간 스스로 실패를 맞이하는 순간"이라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새로운 다짐을 한 것입니다. 지금은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해 힘든 시기를 거치고 있는 것이라고, 꿈을 놓치지 않으면 성공할 수 있다고 달력에 하루하루 명언을 쓰면서 그렇게 다짐하고 또 다짐하는 것이었습니다.

사회가 저를 '88만원 세대'라 부른다 하더라도 저만큼은 스스로에게 '팔팔한 세대'라고 말하고 싶고, 격려받고 싶었습니다.

2007년 남은 5일, 쓸 말을 선물해주세요

그래서 2007년 저와 함께 한 이 달력은 특이하지 않을지 모르지만 제게는 무척이나 특별한 달력입니다. 저를 위로하고 격려해준 달력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달력을 소개하는 이유 중 하나는 오마이뉴스 독자 여러분께 한 가지 부탁 드릴 것이 있기 때문입니다. 2007년 남은 5일 동안 달력에 쓸 말들을 선물해주셨으면 합니다.

독자 여러분들이 인생을 살면서 가슴 속에 깊이 새겨두었던 말들을 제게도 조금 나누어 주시기를 기대하겠습니다. 남은 5일만큼은 제 스스로가 아닌 다른 이가 해준 격려의 말을 기록해 보다 힘차게 새해를 맞이하고 싶습니다.

덧붙이는 글 | 제 젊은 날의 열정을 조금이나마 풀 수 있게 해준 오마이뉴스 독자 여러분들이 남겨준 댓글로 남은 달력의 하루하루를 채울 수 있다면 잊지 못할 2007년이 될 것입니다.

<2008년 달력> 공모 글



#달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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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넓게 보고 싶어 시민기자 활동 하고 있습니다. 영화와 여행 책 등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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