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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2월 30일이면 우리나라는 '사실상 사형폐지국'이 된다. 국네 엠네스티가 만 10년 동안 사형을 집행하지 않은 국가에게 주는 명예 훈장이다. 여러 시민단체가 오는 28, 30일 이를 기념하는 행사를 준비 중이다. 허나 아직 축배를 들긴 이르다. 국민 60-70%는 여전히 사형제 폐지를 반대한다. 게다가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는 사형제 존속을 내걸었다. '사실상 사형폐지국'이되 사형제는 남아있는 나라 대한민국. 미집행 10년에 대해 살펴본다. <편집자주>

생명과 평화를 화두로 삼고 있는 단체 생명평화결사가 2008년 도법스님의 수도권 탁발순례를 앞두고 생명존중의 바탕에서 사형제 폐지를 호소한다.

 

오는 28일 조계사 경내에 있는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전통문화예술공연장에서 열릴 예정인 사형제도의 완전 폐지를 염원하는 콘서트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용서'는 생명·평화 정신의 바탕에서 사형제 폐지를 선언하는 의미 있는 시간이다.

 

또한 10년째 사형집행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사실상 사형폐지국 반열에 오른 것을 축하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2003년 창립된 생명평화결사는 '세상의 평화를 원한다면 내가 먼저 평화가 되자'를 모토로 '생명평화를 가꾸고 실천하고자 결의하고 서약한 사람들의 연대모임'으로 만들어졌다.

 

이 단체 설립의 바탕이 된 도법스님은 4년째 전국을 걷는 '생명평화 탁발순례'를 통해 생명·평화를 설파해오고 있으며, 내년부터 서울 인천 경기 등 수도권 지역 순례를 앞두고 있다.

 

피폐된 농촌이나 다툼의 징후가 농후한 곳 그리고 갈등의 골이 깊어진 곳에서 생명과 평화를 바탕으로 한 상생의 논리를 전하던 목소리가 사형제 폐지에 관심을 기울인 것은 역시나 '생명'에 의미가 있다.

 

행사를 준비 중인 생명평화결사 종교위원장 김경일 신부는 "생명은 고귀한 것이며 그 존엄성이 존중되어야 한다"고 말하고 "가톨릭을 중심으로 한 종교단체가 주로 관심을 기울여 왔으나 이제는 범종교적 차원에서 ‘생명’의 문제를 놓고 고민해 보기 위해 이런 시간을 마련했다"고 덧붙였다.

 

범종교적 차원 '생명'의 문제로서 고민해 보는 자리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용서'라는 주제에서 보듯 그것은 용서 속에 서로의 상생을 의미한다. 그렇기 때문에 공연에는 사형제 폐지를 위해 애쓰고 있는 수녀님이나 살인범 유영철을 용서한 피해자 가족들이 나와 왜 사형제가 없어져야 하는지를 이야기할 예정이다.

 

사형제에 대한 우리 사회의 여론은 존속보다는 폐지 의견이 조금 더 많은 상황이다. 지난 10월 한 일간지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사형제 폐지를 찬성하는 의견은 60.4%였고 반대한다는 의견은 39.6%였다.

 

행사를 기획한 '문화를 생각하는 사람들' 이종수 대표는 "사형제를 폐지해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도 살인범 유영철을 어떻게 해야 되냐고 물으면 죽여야 한다고 말한다"며 사형제에 대해 상황에 따라 인식을 달리하는 일반인들의 이중적 시각을 전했다.

 

한국정책학회가 이번 대선에 나섰던 후보들에게도 이 문제에 대한 입장을 물은 결과 한 후보만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폐지에 찬성하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이번 대통령에 당선된 사람은 사형제 폐지에 유일하게 반대 입장을 밝힌 이명박 후보였다.

 

당시 이 후보는 "범죄예방이라는 국가적 의무를 감안해 사형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형사법에 사형을 선고할 수 있는 죄목이 지나치게 많다"면서 "인명살상이나 반인륜적 극악범죄 등의 경우로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부연했다.
 
따라서 10년째 사형집행이 이뤄지지 않아 사형 폐지국 대열에 들어섰다 해도 어느 순간 사형이 집행되면 아무 의미가 없어지고 만다. 이번 콘서트가 공연제목처럼 '사형제 완전 폐지를 염원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우리나라 사형 집행의 역사에서 가장 치욕적이며 수치스러웠던 일은 인혁당 재판에 따른 사법살인이다. 뒤늦게 역사적으로 그들이 복권되고 정부차원의 배상이 이뤄졌지만 전격적으로 실행된 사법살인은 우리 역사의 아픈 과거로 남고 있다.

 

전두환 노태우 정권 시절에는 사회 분위기가 어수선할 경우 경각심을 일깨운다는 명분 아래 형 집행이 종종 이뤄졌고, 김영삼 정권이 들어서도 94년과 95년 그리고 97년 등 3차례에 걸쳐 57명의 사형집행이 이뤄졌다. 특히 정권 말기 다음 정권에 부담을 주지 않겠다는 이유로 1997년 12월30일 23명의 형을 한꺼번에 집행해 국내외 인권단체로부터 비난을 사기도 했다.

 

그러나 사형수 출신 김대중 정부가 들어선 이후에는 한 건도 사형 집행도 이뤄지지 않았고, 이것이 노무현 정부까지 이어지며 결국 사형폐지국 대열에 들어설 수 있는 10년을 맞게 된 것이다.

 

<워싱턴포스트>의 칼럼니스였던 콜먼 맥카시는 그의 책 <19년간의 평화수업>에서 사형제가 갖고 있는 문제에 대해 이렇게 지적했다.

 

"적어도 나는, 다른 사람을 죽여 사형선고를 받은 사람들을 많이 만나 봤어도 그들 가운데 피해자를 며칠이나 몇 개월 또는 몇 년 동안 새장 같은 곳에 가둬 두고 조만간 죽임을 당할 거라는 이야기를 날마다 전해주고, 그러다가 마침내 죽여 버리는 그런 냉혈한 살인범을 만나 본 적도 들은 적도 없다. 정부가 사형이란 제도를 통해 사람을 죽이는 것을 제외한다면 말이다. 어떤 극악무도한 살인에서도 사형만큼 가혹한 정신적 고문을 한 뒤에 죽이는 경우는 찾아볼 수 없다."

 

사형제는 정신적 고문을 곁들인 냉혈한 살인

 

현재 우리나라의 사형 집행 대기자 수는 총 64명. 이들은 길게는 10년째 형이 집행되지 않으면서 목숨이 연장되고 있다. 국제사회와 국내의 여론은 사형제도 폐지를 끊임없이 요구하는 중이며, 국회에도 재적 국회의원의 과반수가 넘는 175명이 서명한 '사형제도 폐지를 위한 특별법'이 계류 중에 있다. 그래서 이 기회에 사형제를 완전히 폐지해야 된다는 움직임이 일고 있는 것이다.


이를 위해 각계의 인사들이 힘을 모았고, 각 분야의 재능꾼들이 나와 다양한 모습으로 사형제가 이제는 폐지돼야 한다는 마음들을 모을 예정이다.

 

 

이번 행사에는 도종환·이원규 시인이 나와 시낭송으로, 정태춘·이지상·전경옥·소풍가는날 등은 노래를 통해 사형제 폐지를 호소하게 되며, 사형수의 대모라 불리는 조성애 수녀와 소설가 공지영씨, 살인범 유영철을 용서한 피해자 가족 등이 나와 대담과 이야기를 통해 사형제 폐지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할 예정이다.

 

이밖에 권오성 목사(KNCC 총무), 박경조 주교(대한성공회 서울교구장), 도법 스님(생명평화탁발순례 단장), 수경 스님(화계사 주지), 이선종 교무(원불교 서울교구장) 등도 자리를 함께 해 사형제가 없어져야 한다는 종교계의 의견 또한 전달한다.       

 

행사 중간에는 "참석자 중 한 사람이 '새롭게 들어서는 이명박 정부가 이전과는 다르게 사형제를 존속시켜 피를 묻히는 일을 할 것이냐'며 반문하는 시간도 준비된다"고 한 관계자는 밝혔다. 우리나라가 '사형폐지국'의 지위를 존속될 수 있도록 새 정부에 간곡히 요청하는 의미라는 것이다.
 
사형제 폐지를 염원하는 콘서트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용서>는  28일 오후 7시부터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조계사 내)에서 시작하며 부대행사로 사형폐지운동을 해온 단체(국제엠네스티 한국지부, 한국천주교주교회의정의평화위원회,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국가인권위원회 등)들의 사형제도, 사형폐지운동 관련 자료의 전시도 함께 준비된다. 입장료는 무료.

덧붙이는 글 | 문의 : 문화를 생각하는 사람들(02-336-5642), 생명평화결사(063-636-1950)


태그:#사형제 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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