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방게졸임이다. 아내와 함께 옛 생각을 하며 방게를 간장에 맛나게 졸여 먹었다.
방게졸임이다. 아내와 함께 옛 생각을 하며 방게를 간장에 맛나게 졸여 먹었다. ⓒ 전갑남

가끔은 예전에 먹었던 음식이 생각난다. 고향의 맛이라고 해야 하나? 어머니의 손길이 느껴지는 그런 맛! 추억과 함께 새록새록 잊었던 맛이 그리울 때가 있다.

노상 먹던 음식은 아니지만 색다른 음식을 예전 솜씨 좋은 어머니가 하시던 방식대로 만들어 먹고 싶다. 나는 아내와 함께 고개를 맞대고 이런저런 지난 얘기를 나누며 음식을 해먹을 때가 즐겁다. 우리 부부만이 누리는 행복한 시간인지도 모른다.

아내와 내가 딱 그 짝이다. 예전에 먹었던 것을 오랜만에 맛보는 것이다. 옛 맛을 재현이라도 하듯이.

"와! 웬 방게야!"

현관문을 박차고 들어오는 아내가 뭐가 그리 신이 나는지 웃음으로 가득하다. 웬 호들갑일까?

"여보, 여보! 이리 좀!"
"뭔데, 수선을 피우실까?"
"게를 사왔어요! 녀석들이 얼마나 활발하게 움직이는지!"
"꽃게야?"

"게가 꽃게만 있나요? 여기 좀 보세요?"
"와! 이거 예전에 많이 먹었는데…. 이름이 뭐지?"
"방게라고 하던데!"
"방게?"

 아내가 사온 방게가 푸짐하였다.
아내가 사온 방게가 푸짐하였다. ⓒ 전갑남

아내가 비닐봉지를 펼쳐놓는다. 함지박에 쏟아부어 놓은 양이 엄청나다. 작은 게들이 살아 움직이는 모습이 정말 활기차다. '마파람에 게 눈 감추듯 한다'라는 말이 있다. 맛난 음식을 빨리 먹어치울 때 하는 말이다. 작은 게들이 민첩하게 움직이는 것을 보니 왜 그런 말이 나왔는지 알 성싶다.

흐르는 물에 방게를 씻으며, 함지박 밖으로 도망치는 게를 잡아가며 아내가 흥겨운 콧노래를 부른다. 아내 기분만으로도 맛있는 요리가 되고도 남음이 있을 것 같다.

"당신, 많이도 샀네?"
"이거 얼마인 줄 아세요?"
"한 만원?"
"창후리 포구에서 떨이라며 5천원만 내고 가져가라고 해 다 사왔지요."

5천원어치가 이렇게 푸짐하다니! 물건을 알아보는 임자가 따로 있나보다. 아내가 부랴부랴 기어 다니는 방게를 집어보며 즐거워한다. 아내가 조금 큼직한 게 두 마리를 집어 손에 쥐고 내게 묻는다.

"어떤 것이 암게야?"
"이사람, 누가 그걸 모를까 봐!"

게는 배 쪽을 보면 암수가 구별된다. 가슴 쪽으로 삼각형 모양의 딱지가 있는데 가늘고 뾰족한 것이 수게이고, 넓고 둥근 것이 암게다.

 왼쪽이 암게이고, 오른쪽이 수게이다.
왼쪽이 암게이고, 오른쪽이 수게이다. ⓒ 전갑남

방게는 색다른 음식이었다

방게를 보고 있자니 예전 5일장 생각이 난다. 부모님은 5일마다 장이 서는 날, 빠지지 않고 장터에 나가셨다. 집에서 마련한 곡식도 팔고, 왕골 돗자리를 팔아 돈을 만들었다. 장에서 돌아올 때 어머니는 생선가게에 꼭 들렀다. 집안 식구들이 생선을 무척 좋아한지라 꽁치, 갈치, 고등어와 같은 생선을 사셨다.

 잡은 지 얼마되지 않아 기어 다니는 모습이 활기찼다.
잡은 지 얼마되지 않아 기어 다니는 모습이 활기찼다. ⓒ 전갑남

장날에 아버지는 막걸리 몇 잔에 기분이 좋으셨다. 엄하신 아버지 기분이 좋으면 집안 분위기도 넉넉해졌다. 그리고 어머니는 팔을 걷어 올리고 땅 속 깊이 묻어둔 무를 꺼내 생선을 맛나게 지지셨다.

김장김치와 동치미가 전부였던 겨울철 식탁에 모처럼 생선 비린내가 나면 식구 모두가 즐거워했다. 여남은 식구가 둘러앉아 수저소리 요란하게 울렸던 그 시간, 우리 집은 정말 행복한 가족이었다. 생선 지져 맛나게 먹은 저녁 한 끼로 포만한 행복을 느낄 수 있었던 때였다.

어머니는 생선도 사지만 가끔은 방게를 사다 젓갈도 담고, 졸여도 먹었다. 개흙을 뒤집어 쓴 방게가 기어 다니는 모습이 눈에 선하다. 그 때도 방게는 여느 생선보다 엄청 가격이 쌌던 것 같다.

어머니는 방게를 간장에 졸였다. 옹기그릇에 담아 그늘진 곳에 놓고 여러 날 먹었다. 짭조름한 맛이 지금도 생각난다.

게 맛도 게 맛이지만 방게가 졸여진 간장 맛도 그만이었다. 간장에 참기름 몇 방울 떨어뜨려 밥을 비며먹어도 너무 맛이 있었다. 어쩌다 비싼 김을 싸먹을 때는 그 맛이 더했던 같다. 방게가 간장에 졸여지면서 감칠맛이 우러나오기 때문에 더 맛이 있는 게 아닐까싶다.

방게는 키토산 덩어리라고 한다. 키토산은 노화방지에 좋다고 알려졌다. 또한 몸속에 쌓인 지방을 흡착하고 면역력을 높여준다. 껍질 속에 들어 있는 풍부한 칼슘을 덩어리째 먹을 수 있는 게가 방게인 것이다.

방게는 간장을 달여 붓고, 또 붓고 세 차례는 해야!

방게를 깨끗이 씻어놓고 아내가 부산을 떤다. 어떻게 하려는 걸까?

 방게는 흐르는 물에 여러 차례 살살 씻어내자 해감이 되었다.
방게는 흐르는 물에 여러 차례 살살 씻어내자 해감이 되었다. ⓒ 전갑남


"당신, 방게 요리할 줄 알아?"
"그거야 간단하죠? 해먹을 줄 모르고 사왔겠어!"
"간장을 달여 부을 건가?"
"그럼요! 세 번은 달여 부어야 깊은 맛이 나는 거예요."

아내가 수선피우지 말고 마늘이나 까달라고 한다. 이제 본격적으로 방게를 졸이려는 모양이다.

 집간장에 왜간장을 섞고 물을 적당히 부어 팔팔 끓인 뒤 방게 넣어 한소끔 끓이면 된다.
집간장에 왜간장을 섞고 물을 적당히 부어 팔팔 끓인 뒤 방게 넣어 한소끔 끓이면 된다. ⓒ 전갑남

먼저 집간장에 왜간장과 물을 적당히 섞고 통마늘, 양파를 넣어 팔팔 끓인다. 그리고 깨끗이 해감이 된 방게를 넣는다. 마지막으로 매운 홍고추, 청고추를 송송 썰어 넣어 한소끔 끓이면 된다.

다음 날 간장을 쪽 따라내어 다시 끓이고, 또 한번 식혀 끓인다. 이렇게 세 번 정도 장을 끓여 부으면 방게졸임은 끝이 난다.

"여보, 맛보실래요?"

아내가 다리를 하나 잡아 입에 넣어준다. 예전 어머니가 만들어주신 맛과 다름이 없다. 파삭파삭 씹히는 맛이 참 좋다. 간장을 떠서 뜨거운 밥에 비벼먹으니 그 맛 또한 예전 맛이다. 포구에 나가면 가끔 볼 수 있는 방게이지만 오랜만에 음식으로 맛본 방게졸임이 소박하였던 어머니의 솜씨를 다시 느끼게 했다.

 방게는 간장을 세 번 정도 달여 부으면 깊은 맛을 낼 수 있다.
방게는 간장을 세 번 정도 달여 부으면 깊은 맛을 낼 수 있다. ⓒ 전갑남


#방게#방게졸임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강화 마니산 밑동네 작은 농부로 살고 있습니다. 소박한 우리네 삶의 이야기를 담아내고자 합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