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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이제 100일을 넘었습니다. 그 아이를 위해 또 우리 가족을 위해 고민 끝에 텔레비전을 없애기로 결정하고 오늘 텔레비전을 큰형님에게 주었습니다. 자그마치 12개월 할부로 마련한 텔레비전을 미련없이 준 것입니다.

표면적인 이유는 아이가 두 돌이 될 때까지는 텔레비전에 노출 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지만, 실질적인 이유는 우리 부부의 텔레비전 시청시간이 하루 평균 한 시간도 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그럼에도 스카이라이프 대금은 3만 원 가까이 나가니 그 돈이 아까울 밖에요. 돈도 아끼고 아기도 위한다는 일석 이조의 전략인 셈이죠.

백만원이 넘는 텔레비전을 그냥 준 것은 아깝지 않냐구요? 텔레비전을 통해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다고 생각하니 오히려 장기적으로 득이 되는 셈이니 아까울 리가 없지요. 뉴스와 시사프로를 못 보는 것이 좀 아쉽긴 하지만 정 보고 싶으면 인터넷이 있으니 상관은 없습니다. 물론 이것도 지양해야 되지만요.

텔레비전의 공간을 차지한 화분들. 방의 분위기가 달라졌다.
 텔레비전의 공간을 차지한 화분들. 방의 분위기가 달라졌다.
ⓒ 김종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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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비전을 건네 준 후 텔레비전이 놓여 있던 자리를 보니 텅 비어 허전하더군요. 그래서 그 자리를 화분으로 채워놓아 보았습니다. 그러자 시커먼 사각형의 텔레비전이 주지 못하던 기쁨을 주더군요. 원래 있던 화분의 자리를 재배치 한 것 뿐인데 그 화분이 색달라 보이는 것입니다. 저렇게 내가 키우던 화분이 푸르렀고 눈을 시원하게 해주었나하는 의심이 들기까지 하는 것입니다.

물론 텔레비전이 다 나쁘다는 것은 아닙니다. 장점도 있고 단점도 있습니다. 장점만 살리면 좋은 문명의 이기이기도 할 것입니다. 하지만 전 장점들 - 사회 교육, 정보 전달, 오락 수단 등 - 보다도 단점에 주목한 것입니다. 거창하게 사회적인 면 등을 떠나 좁게 생각해서 가족간의 대화의 단절을 가져온다고 본 것입니다.

물론 텔레비전을 보고 난 후 그 프로에 대하여 말을 할 수 있으나, 그것이 얼마마한 효용이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보다는 가까운 들이나 산에 나가 풀과 나무와 새들과 벌레들과 우리 가족이 함께하며 대화를 한다면 더 좋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장점이라 불리는 것들도 꼭 텔레비전이 아니어도 가능한 것이기에 '편리하게'라는 점만 빼면 장점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구요.

그런데 우리 아이가 5년 후 텔레비전을 알게 되고 그것을 보기 위해 친구집에 가는 것을 좋아한다면 어떻하죠? 그 때는 물론 텔레비전을 구입할 생각입니다만 인내심을 가지고 우리 아이가 텔레비전에 몰입하지 않고 유용한 도구로 사용할 수 있도록 서로 노력해야 하겠지요. 컴퓨터도 마찬가지고요.

텔레비전을 없애면서 아이에게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것을 내가 먼저 하지 말아야 한다는 다짐을 하게 됩니다. 또 아이가 했으면 하는 것을 내가 먼저 하면서 아이가 스스로 따라하도록 해야 겠다는 의지도 다져보고요. 공부에 스트레스 주지 않고 스스로 잘 자랄 수 있도록 어찌하면 좋을까 고민도 많이 하게 됩니다. 아이 키우는 게 쉽지 않다는 생각을 아이를 길러 보니 알겠더군요.

그리고 요즘 우리 산야에서 자라나는 꽃과 풀과 나무가 잘 정리되어 있는 책을 보고 있습니다. 텔레비전 대신에 들에 나갔을 때 아이가 '이 풀 이름이 뭐에요?'라고 물으면, 그냥 '풀이야'라는 대답보다. '무슨 풀인데, 꽃은 5월 달에 핀단다. 근데 지금 7월이니 내년 5월에 다시오자'라고 대답하려구요.


태그:#텔레비전, #텔레비전 안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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