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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새대통령이 결정되고 보니 그가 서울시장이었을 때가 떠오른다.

 

따르르릉~~~~~

 

"뭐, 개발? 어유~ 우리집은 반대지. 아파트가 싫어서 주택에서 사는 건데."

 

한밤중에 걸려온 전화에 엄마가 진저리를 친다. 무슨 전화냐 물으니 우리 동네 개발해달라고 진정서를 넣으려고 하는데 서명을 해달라는 거란다. 당시 은평구, 미아동 등 뉴타운 붐이 일면서 우리 동네에도 드디어 그 광풍이 불어 닥친 것이다.

 

다음날 그 전화를 받은 동네 분들은 삼삼오오 모여 불안감을 드러냈다.

 

"마당 있는 집에 살고 싶어서 여기 사는데 개발이라니…아파트가 싫어서 왔는데…."

"여기서 산지 30년인데 갑자기 이게 무슨…. 아주 아파트 못 지어서 지랄들이 났구만."

"여기서 쫓겨나면 시골이나 가야지,뭐. 이제 서울에서는 갑부들 아니면 주택에 못 사는가봐."

 

그 광풍은 한동안 온 동네를 휘저으며 지속됐다. 누가 누굴 만났는데 개발을 약속했다더라, 곧 개발이 된다더라, 아파트가 들어서면 땅값이 얼마나 오른다더라 등등. 온갖 '~카더라' 통신이 만발했다.

 

결국 2009년에 개발을 약속받았다는 근거 없는 루머를 끝으로 개발 광풍은 흔적을 감췄다.

잠잠해진 것에 대해 우리집 같은 몇몇 집은 안도의 숨을 내쉬었고, 다른 몇몇 집은 훗날을 도모하며 잠시 힘을 모으는 중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런 일이 있어서 안 그래도 불안한데 새대통령 마저 개발 대통령이라니. 그가 서울시장일 때 '서울시는 공사중'이었는데 이제 대통령이 되었으니 '대한민국은 공사중'이 되려나…. 어차피 내가 나라 걱정하는 사람도 아니고 제발 앞으로 5년 동안 우리 동네 사람들이 지키고 살았던 오래된 우리동네 골목만을 잃지 않기 바랄 뿐이다. 주택에 사는 사람들이 불안에 떨며 사는 세상은 아니었으면 좋겠다.

 

오래된 집들이 있고, 골목길에 아이들과 강아지가 뛰놀고, 어느 집 담벼락 밑에는 길고양이 밥그릇과 물그릇이 놓여져 있는 아름다운 우리 동네 골목길이 지켜지기를….

 

올해 초였나 잡지에서 그의 인터뷰 글을 봤다. 서울시장 관사를 나와 가회동 한옥으로 이사한 뒤 한 인터뷰였다.

 

‘한옥은 세상의 소리가 다 들리는 것 같아서 좋습니다. 손주들이 아파트만 집인 줄 알다가 할아버지 집에 놀러 올 때는 아파트에서 아파트가 아닌 집으로 오는 것을 즐거워합니다.’

 

이런 요지의 인터뷰 내용이었다.

 

우리집 손주들도 마당 있는 할아버지 집에 오는 걸 좋아한다는 거, 당신만 누리는 행복이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도 누릴 수 있는 행복이어야 한다는 거, 그거 하나만 알아주면 좋겠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미디어다음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선거가 끝나고 오늘(22일) 아침 신문에 ‘앞으로 뭐가 달라질까’라는 기사에 ‘도심 재개발 활성화’란 글을 보고 불안감이 심해져 쓴 넋두리입니다. 과연 5년 후에도 우리집 식구들이 이 집에 살 수 있을까요? 우리집 개 찡이는 5년 후에도 여전히 마당 흙에다 똥을 싸고 골목길 산책을 할 수 있을까요? 과연 5년 후에도 길고양이들에게 밥과 물을 줄 마당이 우리에게 남아 있을까요? 과연 5년 후에도 오래된 우리 동네가 안락사 당하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태그:#오래된동네, #골목길, #골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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