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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며

 

2007년 현재, 한국의 교육 현실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학생들은 주입식․입시위주의 교육으로 고통 받고 있으며, 매년 수능성적을 비관해 소중한 목숨을 끊는 일까지 일어난다. 이른바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해 초등학생들부터 특목고 준비에 내몰리고 있다. 학부모들은 늘어가는 사교육비로 허리 펴고 살기 힘들다고 푸념한다. 일부 가정은 조기유학으로 불만족스러운 한국의 교육현실에서 벗어나려다가 가정파탄이라는 불행을 겪기도 한다.
국민 대다수는 이런 교육 현실을 개선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동안에도 이런 교육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시도돼 왔었다. 입시제도가 여러 차례 바뀌었고, 다양한 형태의 학교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수많은 정책들이 학생과 학부모들에게는 더 과중한 부담을 지우고, 정작 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인재는 제대로 양성하지 못하는 모순을 낳고 있다.

개별 교육정책을 바꾸는 단편적인 접근으로 한국 사회 교육이 안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 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동안 우리 사회를 시끄럽게 했던 학력위조 사건이나, 최근 일부 대학의 편입학 비리 등은 ‘학벌’이 절대적인 가치로 통용되는 한국 사회의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리고 이런 학벌사회의 문제를 확대․재생산하는 것이 바로 입시제도인 것이다.  


이에 2007대선시민연대(이하 대선시민연대)는 지난 10월 18일 “국민 삶의 질 향상을 위한 7대 과제”를 발표하며 교육 분야와 관련해서는 “국공립대학 통합 네트워크 구축과 학력차별금지법 도입”을 제안했다.

대선시민연대는 현재와 같은 대학진학 경쟁이 계속되는 한 대학입시에 종속되어 있는 초중고 교육을 정상화하기 힘들고, 끝없이 치솟고 있는 사교육비를 근절할 수도 없다고 본다. 또한, 학벌이 곧 개인의 능력에 대한 평가기준으로 통용되는 상황이 계속된다면 대학들의 경쟁력을 높이고, 창의력 있는 인재를 키우기도 힘들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이에 대선시민연대는 △서울대를 위시한 국․공립대학의 통합전형 및 공동학위제를 근간으로 한 통합네트워크 구축 △수능시험을 폐지하고 고교내신과 입학자격시험으로 입시제도 전환 △ 다양한 경력과 자격을 갖춘 인재들이 차별받지 않고 사회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학력차별금지법 제정 등을 제안했다. 아울러 △독일의 마이스터제도와 같은 직업교육학교 활성화 △개방대학, 학점은행제 등 다양한 국민평생학습체계 구축을 제기했다. 2007대선 민언련 모니터단은 대선시민연대의 교육분야 정책제언을 기준으로 주요 대선후보들의 교육정책과 관련된 언론보도를 모니터하였다.

 

Ⅰ. 모니터 방법

 

모니터는 2007년 10월 20일부터 12월 8일까지 진행했다. 모니터 시작 시점은 당내 경선을 치른 주요 정당들의 대선후보가 최종 결정된 시기를 감안해 10월 20일을 기준으로 삼았다. (주요 정당들의 대선후보 결정 시기: 한나라당 8월 20일, 민주노동당 9월 15일, 대통합민주신당 10월 15일, 민주당 10월 16일)


모니터 대상은 경향신문, 동아일보, 서울신문,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에 실린 대선후보들의 교육정책과 관련한 기사들이다.(사설 포함, 칼럼 제외) 대선 후보의 범위는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기준(국회 의석수 5석 이상 정당의 후보, 직전 선거에서 득표율 3% 이상을 기록한 정당의 후보, 후보등록 마감일까지 30일간의 여론조사에서 5% 이상의 지지율을 기록한 후보)에 따랐으며, 보고서의 대선후보 기술순서는 기호순서에 따랐다.

2007대선 민언련 모니터단은 2007대선시민연대가 제안한 “국민 삶의 질 향상을 위한 7대 과제” 가운데 교육 분야 정책제언을 기준으로 모니터를 진행했다.

 

Ⅱ. 내용 분석

 

1. 양적분석

 

주요 대선후보들의 교육정책 관련 신문보도에 대해 후보자별 보도량, 보도전달 방식, 보도전달 태도 등을 기준으로 분석해 보았다. 분석 결과 교육정책 보도에서도 특정 후보들에 대한 기사쏠림 현상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교육정책과 관련된 기사였지만 공약내용만 단순 전달하는 스트레이트 보도의 비중이 가장 높은 것으로 분석되었다.

 

(1) 교육정책 관련 신문보도 유형 분석

 

대선 후보자들의 교육정책에 대한 주요 신문보도 유형을 분석해 보았다. 분석 결과 총 90건의 보도 가운데 일반스트레이트 기사가 41건(45.6%)으로 가장 비중이 높았다. 다음으로 기획보도 25건(27.8%), 해설분석기사 17건(18.9%), 사설 8건 순이었다. (<표 1> 참고)

 

 <표1> 교육정책 관련 주요신문 보도유형 분석
<표1> 교육정책 관련 주요신문 보도유형 분석 ⓒ 민주언론시민연합

 

교육정책과 관련된 기사였지만 아직까지도 각 후보 진영의 공약을 단순전달하거나 소개하는 식의 일반스트레이트 기사 비중이 높았다. 다만, 기획보도나 해설분석기사와 같이 후보자들의 정책을 자세하게 전달한 보도가 46.7%를 차지했다는 점은 다른 정책분야와 비교했을 때 평가할만하다.

신문별로는 한겨레가 기획보도와 해설분석 기사의 비중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기획보도와 해설분석기사 건수가 각각 9건, 4건으로 일반스트레이트 기사 4건을 압도했다. 다음으로 조선일보가 기획보도와 해설분석기사가 각각 4건, 3건으로 일반스트레이트 기사 6건을 조금 앞섰다. 경향신문은 기획보도와 해설분석기사가 각각 4건씩, 일반스트레이트 기사가 8건으로 비중이 같은 것으로 나타났다. 

 

(2) 주요 신문의 대선 후보자별 보도량 분석

 

교육정책 관련 개별 후보자에 대한 신문 보도량도 함께 분석해 보았다. 분석 결과 정동영 후보가 총 55건으로 보도비중이 가장 높았으며, 다음으로 이명박 후보가 43건이었다. 두 후보의 정책관련 보도량을 합한 것이 98건인데 비해 다른 후보자들은 보도건수를 다 합쳐 58건에 불과해 정동영 후보 한 사람의 보도건수와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후보 별 출마시기에 차이가 있고, 각 후보 진영이 어떤 공약을 집중적으로 내세우느냐에 따라 일정부분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가장 기사건수가 많았던 정동영 후보는 ‘교육대통령’을 표방하며 선거유세지역에서 교육공약을 적극적으로 발표했다. 그러나 이런 차이를 감안하더라도 정동영․이명박 후보와 다른 후보들 간의 차이가 컸다.

그 이유는 일부 신문들이 이른바 ‘진보적’이라고 평가받는 권영길, 문국현 후보의 교육정책에 대해서는 제대로 보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례로 권영길 후보에 대한 보도비중은 신문별로 차이가 컸다. 한겨레와 경향신문은 각각 9건, 7건을 보도한 반면,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는 한 건의 보도도 하지 않았고, 동아일보가 1건, 서울신문이 1건을 보도하는데 그쳤다. 그나마도 동아일보의 보도는 다른 후보들의 교육정책과 함께 다뤄진 기사였다.

 

 <표2> 교육정책 관련 대선후보들에 대한 신문보도량 분석
<표2> 교육정책 관련 대선후보들에 대한 신문보도량 분석 ⓒ 민주언론시민연합

 

2. 내용분석

 

내용분석에서는 대선후보들의 교육정책에 대한 보도태도와 기획보도를 분석했다.
교육정책에 대한 보도태도는 ‘가치중립’이 대다수를 차지했으나, 조선일보를 비롯한 일부 신문의 경우 평소 자신들이 주장하는 교육정책과 반하는 후보들의 공약에 대해 ‘부정’의 보도태도를 보였다. 특히, 정동영 후보의 대입제도 폐지에 대해 비난이 집중되었다. 그러나 이 같은 보도행태는 후보들이 내놓은 교육정책에 대한 사회적 논의 자체를 가로막을 우려가 크다. 더욱이 민주사회에서 ‘선거’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가 후보들의 정책을 토론하고 논의하는 정책대결의 과정이라는 점에서도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한편 기획보도에서는 중앙일보를 제외한 대부분의 신문이 교육정책과 관련해 한 가지 이상의 기획을 선보였다. 다만, 동아일보와 조선일보의 경우 정책평가 대상을 정동영, 이명박, 이회창 후보로 국한시켰다는 점, 동아일보는 공약 실현에 의문이 제기되는 공약들을 모두 ‘포퓰리즘’으로 몰았다는 점, 조선일보는 교육정책에 대한 구체적인 분석과 평가가 빠졌다는 지적을 받았다.

 

(1) 교육정책 관련 주요 신문 보도태도

 

대선후보들의 교육정책에 대한 주요 신문들의 보도태도를 분석해보았다. 분석은 ‘가치중립’, ‘부정’, ‘긍정’ 세 가지를 기준으로 했다. ‘가치중립’에는 특별한 가치판단 없이 있는 사실을 나열한 보도, 후보의 교육정책에 대한 비판을 담았더라도 타당한 근거를 제시한 보도 등이다. ‘부정’에는 정책에 대한 타당한 기준없이 후보를 비난하거나 공격하는 보도, ‘긍정’은 그 반대의 경우이다.

분석결과 ‘가치중립’의 태도를 지닌 보도가 대다수를 이루고 있었다. 다만, 정동영 후보와 이명박 후보에 대해 ‘부정’적 보도가 각각 5건, 2건, ‘긍정’의 태도를 지닌 보도가 각각 1건, 2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표 3>참조)

 

 <표 3> 교육정책 관련 주요신문 보도태도
<표 3> 교육정책 관련 주요신문 보도태도 ⓒ 민주언론시민연합

 

① 정동영․이명박 후보에 대한 ‘긍정’보도

 

 <표 4> 정동영·이명박 후보에 대한 ‘긍정’보도
<표 4> 정동영·이명박 후보에 대한 ‘긍정’보도 ⓒ 민주언론시민연합

 

<“영어교육은 국가가 책임” 모처럼 이심전심>(조선일보/11.1)는 정동영, 이명박 후보에 대한 ‘긍정’보도였다. 이 기사는 영어교육에 대한 정동영, 이명박 후보의 정책을 소개하며 “사교육비와 영어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학부모들을 겨냥한 맞춤형 공약”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이어 두 후보의 영어실력을 거론하며 이 후보는 현대그룹 재직시절 터득한 “실전 비즈니스 영어”로 통역자의 오역을 고쳐주는 실력이며, 정 후보는 MBC LA특파원을 지내 다보스 포럼에서 영어연설 및 질의응답을 했을 정도라고 띄워줬다.

 

그러나 이들 후보의 영어교육 정책에 대해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일례로 동아일보는 기획기사 <이런 공약 포퓰리즘 아닙니까?>(12.8)에서 이들 후보의 영어교육 관련 정책이 구체성이 부족해 ‘포퓰리즘’이라고 지적했다. 교육관련 시민단체들도 현실에 맞지 않고 구체적인 실현방법이 없다고 비판하고 있다.

 

② 정동영 후보에 대한 ‘부정’보도

 

 <표 5> 정동영 후보에 대한 ‘부정’보도
<표 5> 정동영 후보에 대한 ‘부정’보도 ⓒ 민주언론시민연합

<사설/더 잘배우겠다는 교육열망을 억눌러서 될 일인가>(동아일보, 10.30)는 이명박 후보의 교육정책에 대해서는 ‘긍정’적이나 정동영 후보의 교육정책에 대해서는 ‘부정’적으로 보도한 사례이다. 사설은 정 후보가 전국에 300개 우수 공립고등학교 설립 공약과 이명박 후보 자율형 사립고 100개 설립을 비판한 것을 거론하며 정동영 후보의 공약이 “대체로 전교조 코드와 비슷하다”고 비난했다.

 

그러나 이 사설은 정 후보의 공약이 어떤 측면에서 ‘전교조 코드’라는 것인지, ‘전교조 코드’가 왜 문제인지에 대해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하지 않고 있었다. 반면 이명박 후보의 교육정책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사설은 이명박 후보의 자율형 사립고 100개 설립하고 정원의 30%를 가난한 집안 출신으로 선발하겠다는 공약에 대해 “질 높은 수월성 교육으로 평준화제도를 보완하면서도 가난한 수재들에 대해 특별 배려를 하겠다는 것”이라며 “중등교육의 질적 향상을 통한 국가경쟁력 기반 강화라는 차원에서 적극 검토할 만한 방안”이라고 추켜세웠다.

 

그러나 이러한 동아일보의 긍정적 평가와는 달리 ‘자율형 사립고 100개 설립’ 공약에 대해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학비가 연간 1,500만원 수준으로 대다수 일반 학생들은 입학 자체가 사실상 불가능하며, 이 같은 ‘특화된’ 학교를 100개나 설립하겠다는 것은 사실상 평준화 체제를 와해시키는 공약이라는 지적이다.

 

조선일보는 <사설/국민도 아들 딸을 대통령과 대통령 후보처럼 키우고 싶다>(11.6)에서 정동영 후보의 대학입시폐지 공약에 대해 “정 후보 말대로 되면 공교육은 머지않아 숨을 거두고 말 것”, “못사는 사람들이 다니는 공교육에 대못질을 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사설은 정 후보의 공약처럼 생활기록부 등으로 학생들을 선발하게 되면 ‘내신 상대평가’ 때문에 교사들이 학생들을 적극적으로 가르치지 않아 교육의 질이 낮아지고, 상대적으로 내신이 불리한 특목고, 자사고나 비평준화지역 명문고는 외면받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높은 사람, 잘사는 사람은 대통령이나 대통령 후보들처럼 이런 공교육을 피해 교육망명을 나가버리면 그만”이라고 주장했다. 물론, 정 후보의 대학입시폐지 공약이 대학의 신입생 선발방법이나 교사들의 학생평가 방법 등과 같은 측면에서 구체적인 방법론을 결여하고 있어 비판의 여지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내신 상대 평가→교사의 소극적 교육→교육의 질 저하’, ‘내신 상대 평가→특목고 기피→교육 전체의 몰락’이라는 식의 전개는 논리적 비약이 심하다. 지금과 같은 입시제도 하에서는 ‘내신 상대평가’일 경우 학생들의 내신부담과 경쟁이 심화될 우려가 높지만, 그것이 곧 전체 교육자들의 교육의 질 저하로 이어질 것이라는 주장은 억지에 가깝다. 또한 ‘특목고 기피’에 대한 우려는 내신비중이 커지는 2008대학입시 안이 발표된 직후에도 제기된 바 있고 일부 논란이 있기도 했으나 실제로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또한 공교육을 받는 사람들을 “못사는 사람들”로, “잘사는 사람”, “대통령과 대통령 후보의 아들 딸”은 ‘해외유학을 나가는 사람’이라는 식의 이분법도 선동적이고 감정적이다.


또한 조선일보는 일반기사 <정동영 “과중한 입시부담 없애겠다”>(11.6)에서도 익명의 취재원을 인용해 정동영 후보의 공약을 ‘부정’적으로 보도했다. 이 기사에서 정 후보의 공약을 비판하는 취재원은 모두 ‘익명’으로 처리되었다. 기사 속 취재원 중 “교육 전문가들”은 정동영 후보의 공약에 대해 “논리나 사실관계가 이상하다”고 평가했고, “한 국립대 교수”는 정 후보의 공약이 “‘대학추첨제’, ‘대학 평준화’를 하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익명 처리된 “서울지역 대학의 한 교육학과 교수”는 일본, 미국, 유럽 등은 학력경쟁으로 바뀌고 있는데 정 후보의 공약은 “평등만 강조해 거꾸로 가자는 것”이라고 평가했으며, “서울 모 사립대학의 입학처장”은 정 후보의 공약이 “대중영합주의(포퓰리즘) 성격이 강하다”고 비난했다.


중앙일보는 <사설/정동영 후보의 교육 포퓰리즘>(11.7)에서 대학입시폐지 공약을 ‘포퓰리즘’으로 몰았다. 사설은 정 후보의 공약에 대해 “포퓰리즘”이라고 규정하고 “우리 교육을 황폐화한 것은 시대착오적이고 교육평등주의에 젖은 노무현 대통령의 교육정책”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내신에 대한 불신, 학교간 학력차 등을 거론하며 “설혹, 고교등급제가 허용된다 해도 대입은 제비뽑기식이 될 것”이라고 추정했다. 또한 정 후보가 열린우리당 의장이던 시절 대입에서 실업계고에 대한 특별전형을 늘린 것에 대해 “교육양극화를 과장해 정치적 이득을 얻기 위해서”라고 주장했다.

 

이어 사설은 차기 대통령의 교육정책으로 대학운영에 자율권을 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거듭 지적하지만 정 후보의 대학입시폐지 공약은 세부적인 방법론이 구체적이지 않아 비판의 여지가 많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중앙일보가 평소 주장해온 대학운영 자율화, 고교등급제 실시를 비롯한 3불정책 폐지 등의 기준만을 갖고 정 후보의 주장을 “포퓰리즘”으로 몰아붙이는 것은 다양한 교육정책에 대한 사회적 논의 자체를 가로막을 우려가 크다. 더욱이 사회적 논란이 많은 고교등급제와 본고사 등을 부활하려는 대학들에게 무조건 자율권을 주라는 주장은 결국 3불 정책 폐지, 더 나아가 평준화 체제의 와해로 이어져 더 큰 혼란과 문제를 야기할 우려가 높다.

 

③ 이명박 후보에 대한 ‘부정’보도

 

 <표 6> 이명박 후보에 대한 ‘부정’보도
<표 6> 이명박 후보에 대한 ‘부정’보도 ⓒ 민주언론시민연합

 

이명박 후보의 교육정책은 그동안 일부 수구신문들이 주장해 온 3불 정책 폐지, 대학운영 자율화 등을 담고 있다. 그럼에도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귀족학교 설립’이라는 비판을 피해가기 위해 이 후보가 내놓은 선발방식마저 문제 삼고 나섰다.  

조선일보는 10월 29일 1면 <“자사고 30% 가난한 학생 선발”>에서 이명박 후보가 발표한 “생애희망 디딤돌 프로젝트” 중 자사고 선발방식에 대해 ‘부정’적 보도태도를 보였다. 기사는 이명박 후보가 내세운 가난한 학생을 30% 선발하고 필답고사 등을 금지하는 자사고 선발방식에 대해 “학생 선발에 국가가 개입하겠다는 것”, “고교별로 실력차이가 많이 나 도저히 선발기준으로 쓸 수 없는 내신 등급만으로 학생을 뽑으라고 대학을 압박하는 것과 똑같다”며 ‘학교의 자율성을 해친다’고 주장했다. 더욱이 이러한 내용은 익명 처리된 “서울 한 대학 교육학과 교수”와 “수도권 지역 한 외국어고 교장”의 인터뷰로 담겨있다. 

동아일보도 <사설/더 잘배우겠다는 교육열망을 억눌러서 될 일인가>(10.30)에서 이명박 후보의 교육정책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필답고사 금지, 학생부와 면접 선발’이라는 선발방식에 대해 “학교의 학생선발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재고를 주장했다.

 

(2) 교육정책 관련 기획보도 분석

 

각 대선후보 진영에서 쏟아놓는 복지공약에 대한 면밀한 분석과 검토가 요구되고 있는 상황에서 신문들이 ‘정책선거’를 내세우며 적극적으로 기획보도를 내놓았다. 중앙일보를 제외한 다른 신문들은 한 가지 이상의 기획보도를 내놓았다. (<표 7>참고)

 

 <표 7> 복지정책 관련 주요신문의 기획보도 분석
<표 7> 복지정책 관련 주요신문의 기획보도 분석 ⓒ 민주언론시민연합

 

① 경향신문

경향신문은 경실련과 공동으로 공약완성도와 공약가치성이라는 두 가지 측면에서 각 후보 진영의 사회복지공약을 분석해 A~D로 구체적인 점수를 매겼다. 일례로 정동영 후보는 대입폐지공약의 방향성은 인정받았으나 구체적인 방법론이 미약해서 공약완성도와 가치성 모두 C로 평가받았다. 권영길 후보는 우리 교육의 문제를 근본적이고 거시적인 관점에서 분석하고 대안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공약 가치성은 B로 평가받았으나, 실현가능성 측면에서는 C로 평가받았다. 이 기사는 각 후보들의 개별적인 교육정책에 대해 꼼꼼하게 분석해 독자들의 이해를 도왔다.

또한 ‘교육대통령을 위한 국민의 선택’과 공동기획으로 진행한 교육공약 평가에서는 인간교육실현학부모연대, 학교자치연대, 좋은교사운동 등 9개 회원단체 전문가 30여명이 각 후보들의 교육정책을 5개기준(학벌폐지 및 대학서열화, 대입제도개혁, 사교육비 해소 등)으로 100점 만점으로 평가 한 뒤 평균점수를 발표했다. 이 같은 평가에 따르면 문국현 후보가 66점, 권영길 후보가 58점, 정동영 후보가 52점, 이명박 후보가 39점 순이었다.

 

문 후보는 초․중․고 교육 내실화 공약에서 최고점수를 받았으며, 권영길 후보는 대학서열파괴 교육정책의 패러다임을 바꾼다는 측면에서 눈길을 끄는 공약은 많았으나 실현가능성에서 감점이 있었고, 정동영 후보는 대입개혁방향은 긍정적으로 평가받았으나 구체적 대안제시가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가장 낮은 점수를 받은 이명박 후보는 자사고 확대나 대입자율화 등이 오히려 사교육을 부추길 우려가 높다는 비판적 평가를 받았다.

 

②동아일보

동아일보의 “지수화분석” 기획은 지수화분석이라는 기법을 이용해 이명박, 정동영 후보의 정책을 비교했다. 지수화분석은 두 후보의 정책을 수치화시켜 차이점과 비슷한 점을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만들었다는 점에서는 의미 있는 분석이었다. 그러나 두 후보의 정책차이를 중심으로 분석하다보니 정작 개별 정책의 실현가능성이나 상호 모순되는 공약, 복지공약 실현을 위한 재원문제 등에 대한 분석은 부족했다는 지적이다.

동아일보의 <이런 공약 포퓰리즘 아닙니까?>(12.8)라는 기획은 전문가 31인의 설문을 바탕으로 정동영, 이명박, 이회창 후보 공약 중 ‘포퓰리즘’으로 의심되는 공약을 선정하고 그 이유를 서술했다. 이 기사에서 동아일보는 교육정책 중 정동영 후보의 수능폐지, 영어교육 국가 책임제와 이명박 후보의 전과목 영어수업, 사교육비 절반삭감 공약, 이회창 후보의 교육재정 2배 확대 및 교사 10만명 확충 공약 등을 ‘포퓰리즘’이 의심되는 공약으로 선정했다.

 

이들 공약은 현실적 한계나 구체적인 방법론 부족, 재원확보 방안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점 등을 근거로 공약 실현성이 부족하다고 지적받고 있다. 그러나 공약 실현에 의문이 제기되는 공약들을 모두 ‘포퓰리즘’으로 몰아가는 것 역시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또한 동아일보가 지수화분석의 정책분석 대상을 정동영, 이명박 두 후보로 국한한 것이나, <이런 공약 포퓰리즘 아닙니까?>의 분석대상을 정동영, 이명박, 이회창 후보로 한정지은 것도 아쉬운 대목이다.   

 

③ 서울신문

서울신문은 한국매니페스토 실천본부와 함께 복지정책을 분석했다. 서울신문도 각 후보들의 개별적인 복지정책을 꼼꼼하게 분석해 긍정적인 부분과 한계를 지적했다. 그러나 서울신문의 분석보도 역시 후보들 간의 복지정책 차이에 대한 종합적인 평가가 빠져있었다.

 

④ 조선일보

조선일보는 조선일보 대선자문팀 ‘정책과 리더쉽포럼’과 함께 정동영, 이명박, 이회창 후보의 사회․문화․행정 분야의 정책을 분석했다. 그러나 평가 항목의 범위가 사회~행정까지 지나치게 광범위하다보니 교육정책에 대한 구체적 평가내용은 신문 지면에 담기지 않았다.

 

조선일보가 실은 ‘질문표’에 따르면 고교등급제, 기여입학제, 교육부 권한 축소에 대한 후보자들의 입장 차이는 크지 않았다. 조선일보의 기획은 세 후보의 정치성향을 판단하는 데에는 일정 부분 도움이 됐으나, 교육정책에 있어서는 세 후보의 차이를 판단하기 어려웠고, 실제 공약 내용에 대한 구체적인 평가도 부족했다. 

 

⑤ 한겨레

한겨레는 참여연대와 공동으로 ‘100인 유권자위원회’를 구성해 유권자들이 직접 후보자들의 정책을 분석하고 평가하는 기획을 진행했다. 진행방법도 두 차례의 정책평가 워크숍과 후보자 초청 토론회 등을 진행해 각 후보자들의 공약을 꼼꼼하게 검토했으며, 유권자위원회의 3차례 내부 회의를 통해 후보자들에 대한 평가를 내놓았다. 신문지면을 통해 이 과정을 자세하게 공개해 해당 정책에 대한 후보자와 각 후보 진영의 입장과 그에 대한 유권자들의 의견을 함께 접할 수 있어 독자들의 이해를 도왔다는 평가다.

대선후보들의 정책을 평가하는 대부분의 신문기획이 ‘전문가’들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전문가와 일반 유권자로 구성하고 공부와 토론을 통해 후보자들의 공약을 평가하는 방식 자체가 신선했다. 또한 각 후보자에 대해 유권자위원들이 평가한 절대점수 대신 1~3차 평가 과정에서 바뀐 점수차만 공개하는 방식을 사용한 것도 유권자들이 혹시 가질 수 있는 특정 후보에 대한 편견을 최소화 하려는 노력이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나가며

 

참여정부 내내 조선일보를 비롯한 수구보수신문의 교육정책 흔들기가 심각한 양상이었다. 이들 신문은 평준화 정책, 3불 정책 등을 비난하고 이를 없애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대학들에게 자율권을 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여왔다.

이런 신문들은 대선 후보들의 교육정책에 대해서도 색안경을 끼고 평가했다. 자신들의 입맛에 맞지 않는 특정 후보의 교육정책을 폄훼하는 태도를 보였다. 이 같은 보도행태는 후보들이 내놓은 교육정책에 대한 사회적 논의 자체를 가로막을 우려가 크며, 더 나아가 후보자 간의 활발한 정책대결을 가로막는다는 점에서 민주사회에서 ‘선거’를 치르는 의미 자체를 퇴색시키는 태도가 아닐 수 없다.

또한 각 후보자들의 교육정책을 면밀하게 분석한 기사보다 단순 전달하는 스트레이트 보도의 비중이 높았으며, 이른바 진보후보의 정책에 대해서는 제대로 보도조차 하지 않았다.
이 같은 보도행태를 보이면서 일부 신문들이 ‘정책선거가 실종됐다’고 목소리를 높여온 것은 이율배반적이다. 오히려 철저한 정책분석 보도부터 하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


#민언련#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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