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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사진을 활용해 세로로 만든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달력. '달' 이름도 '아버지 탄생달', '(돌아가신)엄마 만나는 달' 등 특정 기념일을 기억할 수 있도록 달의 이름을 붙였다.
▲ 가족사진으로 만든 오직 하나의 달력 가족사진을 활용해 세로로 만든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달력. '달' 이름도 '아버지 탄생달', '(돌아가신)엄마 만나는 달' 등 특정 기념일을 기억할 수 있도록 달의 이름을 붙였다.
ⓒ 김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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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항상 함께 하는 수많은 것들 중에 우리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것이 무엇이 있을까?

달력은 우리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공존하는 공간

항상 일기를 쓰는 사람이라면 모르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에 대한 답으로 달력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달력에는 지난 과거에 무엇을 했었는지, 지금 당장 무엇이 있는지, 그리고 앞으로 무슨 일이 있을 것인지에 대한 간단한 기록들이 적혀져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이러한 달력을 보고 ‘아! 내가 언제 무엇을 했었구나’ 하고 생각하거나, ‘어! 언제가 누구 생일(결혼 등)이구나’ 하는 일상의 일들을 잊어버리지 않고 기억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의 일상과 뗄래야 뗄 수 없는 달력. 기왕에 함께 할 달력이라면 남들과 조금은 차별화된, 그리고 보기 좋은, 그리고 실용적인 달력이 좋지 않을까? 이런 연유로 사람들은 연말이면 자신만의 독특한 달력을 만들기 위해서 궁리를 한다.

‘모델을 누구로 할까?’, ‘배경을 어디로 할까?’, ‘어떠한 내용을 넣을까?’

이런저런 고민을 하며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소중한 달력을 만들기 위해 자료를 모은다.

예전의 달력은 ‘실용성’이 최우선?

달력 표지. 배경사진으로 조금 있으면 사라질 시골집을 넣었다. 우리집은 행정도시내에 위치하고 있어 얼마 안 있으면 곧 역사속으로 사라질 것이다.
▲ 가족달력 표지 달력 표지. 배경사진으로 조금 있으면 사라질 시골집을 넣었다. 우리집은 행정도시내에 위치하고 있어 얼마 안 있으면 곧 역사속으로 사라질 것이다.
ⓒ 김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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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런 요즘 추세와는 다르게 예전에는 달력도 ‘실용성’을 최우선으로 생각해 만들었던 것으로 보인다.

특히, 내가 초등학교, 중학교 시절에는 지금도 나오기는 하지만 달력을 발행한 기관명 이외에 나머지 공간은 모두가 숫자가 차지하는 큼직큼직한 달력으로 한눈에 쉽게 알아볼 수 있었다.

또 달력이 다 넘어가는 이맘때쯤이면 다 쓴 달력을 모아두었다가 새 학기가 되어 학교에서 교과서를 받아오면 그 달력을 꺼내 책 표지를 쌓던 기억도 난다.

얇은 습자지 같은 재질로 만들어져 하루하루 지날 때마다 찢었던 달력은 조금은 지저분한 이야기이지만 휴지가 귀하던 시절 신문지와 함께 재래식 화장실에서 유용하게 사용되기도 했었다.

이 이외에도 달력 종이를 이용해서 ‘연’을 만들어서 날리기도 했고, 또 딱지를 접어 동네 아이들끼리 딱지치기를 하기도 했다.

이렇게 예전의 달력은 일상의 스케쥴을 알려주는 기능 이외에도 연과 딱지 등 아이들의 좋은 놀이감을 만드는 재료이기도 했고 또 책 표지를 싸는 등 일상생활에서도 실용적으로 사용된 도구(?)이기도 했다.

[추억이야기] 달력연이냐? 신문지연이냐?

‘연’ 이야기가 나온 김에 ‘연’에 얽힌 추억이야기 하나를 소개하자면, 때는 1980년대 내가 초등학교 다닐 때의 이야기다.

겨울방학을 맞아 초등학교(충남 연기의 금석초등학교, 지금은 학생부족으로 폐교돼서 모교가 없어져 매우 아쉽다)에서 민속놀이 경연대회가 열렸다. 대회가 열리기 전 시간이 겹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중복참가가 가능해 나는 제기차기와 연날리기에 참여하기로 맘먹고 대회 전날 제기와 연을 만들기 시작했다.

제기는 그동안 많이 만들어본 경험이 있어 엽전과 비닐봉지를 이용해 숯을 덥수룩하게 만들어 차기 좋게 제기를 만들었는데, 문제는 연이었다. 그동안 연 만드는 것을 옆에서 지켜보기만 했지 직접 만들어본 경험이 없어 어떻게 해야 할지 망설이고 있는데, 할아버지(지금은 작고)께서 대나무하고 신문지를 가져오라고 했다.

“신문지요? 달력이 낫지 않을까요?”
“신문지가 낫지. 개볍고”
“아니에요. 아까 보니까 달력으로 만든게 더 잘 날던데”
“그럼, 두 개 다 갖꾸 와봐. 두 개 맹글어 줄테니께 더 나은 걸루 가져가”


그렇게 해서 할아버지께서는 대나무를 깎아 만든 대와 활로 달력연과 신문지연 두 개를 만들어 주셨다.

다음날 나는 손수만든 제기와 할아버지께서 만들어 주신 2개의 연을 모두 들고 ‘민속놀이 경연대회’에 출전했다. 먼저 열린 제기차기 대회에서 나는 150여개를 차서 이미 3위에 입상한 뒤 홀가분한 마음으로 연날리기 대회에 참가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연날리기 대회가 열리기 전까지만 해도 잘 불던 바람이 막상 연날리기가 시작되려고 하자 바람이 잠잠해 지기 시작했다. 이 정도 바람이라면 무거운 달력연은 띄워보지도 못할 판이었다.

‘할아버지께서 정성스럽게 만들어진 연을 띄워보지도 못하고 가면 안 되지’ 하는 생각으로 열심히 달렸다. 하지만 쫌 무게가 있던 달력연은 끝내 하늘에 띄워보지도 못했다. 다행히도 나에게는 신문지연 하나가 더 있었다. 솔솔부는 바람에도 신문지연은 잘 떴고 어느새 연감개(얼레)에 감겨있던 연줄의 반이 풀릴 정도로 높이 날았다.

연들이 어느 정도 하늘에 뜨자 드디어 연싸움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가 떨어졌다. 나 또한 바로 옆에 있던 연부터 시작해서 싸움을 걸어갔다. 하지만 이게 웬일! 많이 싸워보지도 못하고 두 번째 싸움에서 연줄이 끊어진 것.

너무나 속상했다. 연싸움에서 진 것 때문에도 그렇지만 반 이상의 연줄을 창공에 날려 보냈기 때문에 더 속상했다. 그렇게 해서 민속놀이 경연대회는 끝나고 나는 ‘제기차기 3위’라는 상장과 상품, 그리고 날려보지도 못한 달력연을 들고 집으로 돌아왔다. 물론 달력연은 그 후 바람이 세게 일어난 날 친구들과 함께 하늘에 날렸다. 이렇듯 달력은 어린 시절 추억을 함께 했던 좋은 재료였다.

최근의 달력 제작 모티브는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강조

신청건수 100만건을 돌파했다는 '무한도전' 달력.
▲ 요즘 인기를 끌고 있는 '무한도전' 달력 신청건수 100만건을 돌파했다는 '무한도전' 달력.
ⓒ i-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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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저녁 요즘 젊은 세대들에게 인기 있는 프로그램인 MBC-TV의 <무한도전>을 시청했다.

이날 <무한도전>에서는 출연자들이 1월부터 12월까지의 모습을 연출하여 사진을 찍고 그 사진으로 ‘2008년 무한도전 달력’을 만드는 내용으로 진행되었다.

특히, 시청자들의 웃음과 여름에 맞는 컨셉트를 넣기 위해서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야외수영장에서 인어복장을 하고 팥빙수를 먹으며 7월의 분위기를 연출했던 정형돈과 노홍철의 희생정신(?)은 시청자들을 감동(?)시키기도 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달력은 <무한도전> 홈페이지에 게재하여 누구나 다운받을 수 있도록 제공하고 있다.

최근 각 인쇄소에서 나오는 달력들을 보면 평범한 달력보다는 여러가지 모양을 한 달력, 자기만의 독특한 개성이 담겨져 있는 달력 등 다른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달력보다는 뭔가 독특한 세상에서 하나 밖에 없는 달력을 만드는 게 추세인 것 같다.

가족사진으로 만든 오직 하나의 달력 탄생

가족사진을 활용해 만든 달력 중 11월의 모습. 어머니와 찍은 마지막 사진을 달력의 모델로 넣었다.
▲ '엄마 만나는 달' 가족사진을 활용해 만든 달력 중 11월의 모습. 어머니와 찍은 마지막 사진을 달력의 모델로 넣었다.
ⓒ 김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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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도전> 달력을 보며 한참을 웃다가 나도 문득 나만의 달력을 만들어봐야 겠다는 생각이 들어 내 미니홈피를 뒤지기 시작했다.

‘가족사진으로 만들어볼까? 아니면 친구들 사진으로 만들어볼까?’하고 고민하다가 친구들 사진은 많지 않아 결국 가족들 사진을 모아서 만들어보기로 결정하고는 자료수집에 들어갔다.

많지 않은 자료들을 가지고 달력을 만들려니 무척이나 어려웠고, 더군다나 사진편집에서도 막히는 게 많아 더욱 애로를 겪었다. 이쪽저쪽 물어가며 어렵게 만든 달력이 마침내 탄생했다.

비록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볼품없을지는 몰라도 내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직접 만든 단 하나 밖에 없는 소중한 달력인 만큼 2008년도에는 이 달력을 보며 가족사랑 실천과 함께 내가 계획한 목표를 이룰 수 있도록 달려갈 것이다.

평생을 함께 해 왔고 앞으로도 우리의 인생과 함께 할 달력! 평범하기 보다는 독특하고 실용적이고 톡톡 튀는 자기만의 달력을 만들어 활용해 보는 건 어떨까!

덧붙이는 글 | <2008년 달력> 응모글



태그:#달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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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의 지역신문인 태안신문 기자입니다. 소외된 이웃들을 위한 밝은 빛이 되고자 펜을 들었습니다. 행동하는 양심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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