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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부터 알아보자. 지난 2002년 겨울, KBS 인간극장에서 방송된 ‘성탄이의 열두 번째 크리스마스’. 방송은 천호동 시장골목의 쪽방에서 어렵게 살아가는 성탄이 가족의 ‘겨울나기’를 담았다. 거리에서 엿장수 춤을 추는 아버지와 정신지체 장애인 어머니 사이에서 살아가는 성탄이의 이야기는, 당시 많은 이들의 눈시울을 적신 바 있다.


뮤지컬 <샤인>은 이 다큐를 바탕으로 한 창작 뮤지컬이다. 대도시의 화려함에 감춰진 그늘진 곳을 무대로 끌고 온 셈이다. 그런데 의외로 그 조명의 방식은 우울하지 않다. 내용에는 ‘꿈과 가족’으로 대표되는 그들의 희망이 있고, 형식에는 강력한 ‘분위기 메이커’가 있기 때문이다.

 

 

‘그늘진 삶’ 다룬 다큐 원작… 무대는 우울하지 않게 그려

 

총 3장으로 구성된 뮤지컬 <샤인>은 아버지 영종, 어머니 혜연, 아들 성탄의 이야기를 각각의 장으로 다뤘다. 그러나 실제 관람할 때 그 구분을 체감하기는 어렵고, 다큐와 달리 작품의 주인공은 영종으로 보인다. 영종의 어두운 인생이 중심이 되어 혜연과 성탄이 그 속에 ‘떨어지는’ 모양새가 강하다.

 

미8군 가수 출신으로 힘겨운 청춘을 보낸 영종은 교회에서 19살 연하의 혜연을 만나 사랑에 빠진다. 주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결혼한 둘은, 영종에게 닥친 연이은 불행으로 ‘그늘진 인생’을 살게 된다. 아내는 정신지체 장애인이 됐고, 아들은 자신의 거리공연을 돕다가 앵벌이 취급을 당한다.

 

다분히 무거울 수 있는 이야기다. 관객들의 ‘질식’을 막기 위해, 무대에서는 무거움을 덜어내려는 여러 노력들이 보인다. 아쉬운 노력도 발견된다. 연출은 영종의 캐릭터에 착안한 다수의 60년대 로큰롤 풍 노래에 중점을 둔 듯하지만, 정작 인상을 준 것은 후반부 혜연과 성탄이 주로 부르는 따뜻한 멜로디들이다.

 

박수칠 만한 노력은 또렷하다. 새롭게 만들어낸 ‘M'이라는 캐릭터. 일인다역(Multi)을 맡으며 뮤지컬 전체를 이끌어가는(show Master), 배우 최재웅의 놀랍도록 능청스러운 연기에 객석은 종종 웃음바다로 변한다.

 

어렵지만 꿈이 있기에 빛나는 그들… ‘진짜 가족’도 생각해봐요

 

<샤인>은 온정적이다. 무대 위 그들은, 오스카 와일드의 말처럼, 진흙구덩이 속에 살고 있지만 밤하늘의 별을 바라보고 있다. 20년 이상 교도소에 들락거린 남자에게도 열정이 있고, 온전한 정신을 잃어버린 여자에게도 사랑이 있고, 경찰에게 앵벌이 취급을 받는 소년에게도 희망이 있다는 사실을 <샤인>은 알려준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가족이 있다. 만약 당신이 “이제 가야 할 나의 걸음은 우리가 함께할 내일”이라고 노래하는 무대 위 가족을 보면서 눈물을 흘린다면, 극장을 나서면서 ‘진짜 가족’을 생각하기를 권하고 싶다. 곧, 성탄이의 열여덟 번째 생일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공연문화잡지 <씬 플레이빌>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샤인, #뮤지컬, #성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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