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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앞날을 가름하는 중요한 날

 

"안녕하세요. 아저씨."
"안녕, 멧새야! 그동안 잘 지냈니?"


"네, 아저씨도요. 참 오랜만에 뵙네요."
"그렇구나. 너희들의 아름다운 노랫소리를 들은 지도 참 오래구나."

 

“뭔 일에 그렇게 바쁘셨나요?”
“일백년 전에 일본이 우리나라를 빼앗고자 이 땅에 침략했단다. 나는 올 가을부터 내내 그때 나라를 빼앗기지 않겠다고 싸우신 어른들을 찾아 남도에 두루 돌아다녔단다.”

 

“어머, 그런 일을 하셨군요. 사실은 저희들이 아저씨를 뵙고자 몇 날 전부터 이 전신주에서 날마다 기다렸어요.”
“그랬니? 무슨 일로.”

 

“좀 급한 일이에요. 내일이 대한민국의 앞날을 가름하는 중요한 날이지요.”
“그렇지. 그런데 너희들이 나서는 까닭은?”

 

“아저씨, 사실은 사람들보다 저희들이 더 절박해요. 이 겨울 들어 환경과 자연 파괴를 아무렇지 않게 여기는 무지막지한 사람이 대통령이 될까봐 매우 두려워 벌벌 떨며 지내고 있어요. 그래서 생각다 못해 아저씨에게 하소연하고자 찾아온 거예요. 지난번 산불 날 때도 아저씨가 저희들 하소연 들어주셔서 얼마나 고마왔는지 몰라요. 산불이 났는데도 골프채를 휘두른 나리를 꾸짖어 준 얘기나 요즘에는 그 숱한 의원 나리는 물론 양아치, 제비족까지도 돈 많은 아줌마를 꾀려고 골프채를 휘두른다는 글을 보고는 얼마나 통쾌하였는지요.”

 

세상이 무서워요

 

 

“아저씨, 여기저기 두루 돌아보니까 어떠셨나요?”
“새삼 우리 국토의 아름다움에 푹 빠졌단다. 정말 이 나라를 지켜주신 선열들이 고마웠고. 그러면서 이 아름다운 나라를 다음 세대에게 그대로 물려주는 게 바른 도리라는 생각이 들었단다. 이 땅은 조상이 살았고, 우리가 살고 있으며, 후손들이 살 땅이거든.”


“그런데도 사람들 가운데는 앞날은 생각지도, 다른 생명체의 생존권은 전혀 생각지도 않고서 온통 파헤치고 깔아뭉개고 있어요.”
“사람들 가운데는 지금 당장의 이익에만 눈이 멀어, 내일이나 다른 생명체의 생존권은 배려치 않는구나.”

 

"아저씨, 저어기 무지막지하게 달려가는 저것이 무엇이지요?”
"아, 그것은 대형 덤프트럭이란다. 아마도 산의 흙을 퍼 담아 도로를 닦는 곳 아니면, 논이나 밭을 메우나 보다. 그걸 객토(客土)라고 한단다."

 

"객토한 거는 이해가 되지만 산에다가 미끄럼틀을 만들거나, 울창한 숲을 죄다 베고 거기다가 잔디밭을 만드는 것은 이해가 안 돼요."
"뭐 미끄럼틀, 잔디밭을 만든다고? 너희들이 나를 웃겼다. 산비탈에 미끄럼틀을 만드는 것은 스키장을 만드는 거고, 잔디밭을 만든 것은 골프장을 만드는 것이란다."

 

"저희들이 멀리서 보니까요, 무지막지한 놈이 멧돼지 아저씨처럼 산을 깔아뭉개고, 국자 같기도 하고 갈고리 같은 게 산등성이를 몇 번 찍으니까 금세 산이 망가지더라고요."
"너희들이 계속 나를 웃게 하는구나. 무지막지하게 산을 깔아뭉개는 것은 불도저라고 하고. 국자나 갈고리처럼 생긴 게 산등성이를 찍는 것은 포클레인이라고 한단다. 그놈 한 대가 사람 수백 명분의 일을 하지."

 

"정말 겁나더군요. 웬만한 산도 그놈들이 달라붙어 한 보름 깔아뭉개고 파헤치니까 신기루처럼 사라지더라고요."
"나도 그런 걸 본 적이 있었다. 내가 지난날 근무했던 학교 길 건너 야트막한 산이 있었는데, 어느 해 봄 요란한 엔진소리를 잔뜩 내더니 그만 산은 사라지고, 그 해 가을 그 자리에 '연대동문회관', '치과병원'이 되더구나."

 

저희들은 삶의 터전을 잃고 있어요

 

"아저씨, 그런 무지막지한 일을 아저씨가 좀 막을 수는 없나요?"
"내가 무슨 힘이 있다고. 사람들은 그런 걸 '개발'이라고 하여 엄청 좋아한단다."

 

"그 개발 때문에 저희들은 삶의 터전을 잃고 있어요. 저는 원래 영동지방인 삼척에서 살았는데, 산불이 나서 강릉으로 삶의 터전 옮겼다가 거기서도 사람들이 불을 질러서 저만 용케 대관령을 넘어 예까지 왔는데, 여기서도 늘 불안감을 느끼고 있어요. 저희 멧새들만 아니라 산에 사는 모든 짐승들도 모두 불안에 떨고 있어요. 하루에도 밤새 몇 마리씩 도로를 건너다가 차에 치어 횡사해요."

“나도 그런 참혹한 광경을 여러 차례 보았단다. 지난 7일은 서해안 태안 유조선 기름 유출 사고로 기름을 온통 뒤집어쓴 뿔논병아리가 죽어가는 모습을 보고서 마음이 무척 아팠단다. 환경을 오염시키고 파괴하는 일이 사람만의 일이 아닌 모든 생명체의 재앙이란 걸 확인 시켜준 대참사였지.”


“아저씨만 아시면 안 되지요. 그런 사실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 주세요. 야생 동식물이 살 수 없는 세상은 곧 사람도 살 수 없는 세상이 된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뾰족한 수가 없어 팔짱만 끼고 있었구나.”


“알거나 배운 사람이 그러시면 안 되지요. 이 세상에 더 큰 재앙이 오는 걸 꼭 막아야 주는 게 배운 사람의 도리이지요. 도대체 사람들은 얼마나 더 큰 재앙을 만나냐 정신을 차릴 지 알 수가 없어요.”

“글쎄 말이다. 지구촌 곳곳에 기상이변이네, 해수면 상승이네, 등 환경오염 재앙을 눈으로 보고도 사람들이 그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네.”

 


“서해바닷가 태안반도 일대를 온통 기름으로 뒤덮은 이 즈음에도 마구잡이로 산과 들을 파헤치고 터널을 뚫거나 강줄기를 틀어 대운하를 만들겠다는 공약을 내세운 대통령 후보에게 박수치고 환호하는 사람들이 불나방처럼 바보스럽고 미워요. 불나방은 제가 바로 타죽을지도 모르면서 불길에 달려들잖아요. 그런데 저희만 타죽는 게 아니잖아요. 환경이나 자연 파괴는 애꿎은 다른 사람도 야생 동식물도 모두 무서운 재앙으로 몰아넣잖아요. 한 번 지구 환경을 해치면 그 피해가 모든 생명체에게 돌아가요. 더욱이 한반도 대운하는 크나큰 자연 파괴 대재앙을 불러올 거예요. 파괴된 자연은 원상복구가 거의 불가능하지요. 왜 사람들은 그런 걸 모르는 거죠?"

"더러 알고 있지만 개발이나 자본의 논리에 묻혀 그 목소리가 작아지고, 그런 사람은 색깔이 어떠니, 사상이 어떠니 하고서는, 개발이나 자본의 논리를 부정한다고 몹시 몰아붙인단다."


"고마워요, 아저씨. 이 꼴 저 꼴 보지 않으려고 이곳으로 내려오신 거죠?"
"아니."


"에이 저희는 다 알아요. 하지만 이번 선거에 한반도 대운하 공약을 내세운 후보의 당선만은 아저씨가 도시락 싸들고 막으셔야 하지요."

"얘, 내가 무슨 힘이 있다고, 나 못 들은 걸로 하겠다."


"아저씨, 그런 말씀 마시고 저희 하소연을 들은 대로 글만 써주시면 돼요. 사람들 가운데는 저희의 하소연을 들어주실 분이 분명 계실 거예요. 부탁해요, 아저씨!"

 


태그:#백두산 들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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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 은퇴 후 강원 산골에서 지내고 있다. 저서; 소설<허형식 장군><전쟁과 사랑> <용서>. 산문 <항일유적답사기><영웅 안중근>, <대한민국 대통령> 사진집<지울 수 없는 이미지><한국전쟁 Ⅱ><일제강점기><개화기와 대한제국><미군정3년사>, 어린이도서 <대한민국의 시작은 임시정부입니다><김구, 독립운동의 끝은 통일><청년 안중근>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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