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최초로 한국 안무가가 만든 호두까기 인형인 서울발레시어터의 '2007호두까기인형' 중 꽃의 왈츠 연습장면
 최초로 한국 안무가가 만든 호두까기 인형인 서울발레시어터의 '2007호두까기인형' 중 꽃의 왈츠 연습장면
ⓒ 김기

관련사진보기


해마다 크리스마스 시즌이 오면 서울을 중심으로 수도권 대형극장에는 어김없이 클래식 발레 <호두까지인형>이 앞다퉈 올려졌다. 작년의 경우에는 러시아 등 수입 작품까지 물밀듯 들어와 연말은 가히 호두까기 전쟁을 방불케 하기도 했다. 물론 대세는 예술의전당 등 지명도 높은 극장을 확보하고 있는 국내 발레단들이 주도했다.

연중 상업적 뮤지컬이 공연예술계를 독점하다가도 유독 연말이면 모처럼 순수예술장르가 대중의 관심을 끌어 모으는 기현상을 빚는 우리나라만의 진풍경이 벌어진다. 발레 <호두까기인형>은 차이콥스키의 아름다운 음악과 함께 꿈과 환상이 가득한 동화적 배경들로 인해 우리나라에서는 가족들과 함께 즐기는 크리스마스 최고의 공연으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현재 아시아 최고 수준을 자랑하는 한국 발레단이 그것도 국민세금으로 운영되는 국립단체까지도 모두 외국 안무가의 작품뿐이라 아쉬움을 남겼다. 그러던 차에 마침내 호두까기 전막발레가 마침내 국내 안무가에 의해서 만들어져 무대에 오르게 되었다.

창단 15년을 맞는 서울발레시어터(아래 SBT)가 성남아트센터와 함께 최초로 클래식 전막발레를 시도한 것. 순수 공연수익으로 단체를 꾸려가야 하는 SBT로서도 관객이 몰리는 클래식 전막발레는 워낙 많은 제작비가 들어가는 까닭에 마음은 있어도 쉽사리 제작할 수 없었으나, 이번 공동제작자와 든든한 후원자로 CJ가 뒷받침이 되어 우리 발레사에 한 획을 긋게 되었다.

세계 최초로 한국춤을 넣은 호두까기 인형을 볼 수 있다. 어린이들의 꼭두각시 복장을 응용한 발레동작에 상모돌리기, 자반뒤집기 등 남사당패 놀이에서 보던 춤을 발레에서도 보게 된다.
 세계 최초로 한국춤을 넣은 호두까기 인형을 볼 수 있다. 어린이들의 꼭두각시 복장을 응용한 발레동작에 상모돌리기, 자반뒤집기 등 남사당패 놀이에서 보던 춤을 발레에서도 보게 된다.
ⓒ 김기

관련사진보기


한국이 있는 호두까기인형

SBT 상임안무가로 이번 호두까기를 안무한 제임스 전은 "무엇보다 한국적인 요소를 꼭 넣고 싶었고, 좀 더 시각적으로 풍성하게 보이기 위해 전체 안무를 다이내믹하고 빠른 템포로 구성했다"면서 "관객들 입장에서 의자에 가만히 앉아서 축제를 만끽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궁극의 목적이다"라고 말했다.

오는 21일부터 25일까지 올려질 무대를 위해 휴일에도 비지땀을 흘리고 있는 SBT 단원들을 만나기 위해 성남아트센터 오페라연습실을 찾았다. 마침 무대의상이 도착해 <호두까기인형>의 주요장면을 무대 러허설은 아니더라도 실감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주로 모던발레를 해온 단원들도 간만의 클래식발레, 그것도 전막에 도전하는 것이 적이 흥분되어 보였다.

오케스트라까지 포함해서 총 출연인원이 170명에 달하는 올해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SBT 호두까기인지라 연습실 안팎은 연기하거나, 대기 중인 무용수들로 열기가 후끈 달아 있었다. 평소 자유로운 분위기를 보였던 단원들도 이번 작품에 임하는 자세가 남다름을 느끼게 해주었다.

3명의 사탕 요정 중 올가(왼쪽)과 양은지, 사탕기사는 최진수 단원
 3명의 사탕 요정 중 올가(왼쪽)과 양은지, 사탕기사는 최진수 단원
ⓒ 김기

관련사진보기


모든 전막발레는 주역이 항상 화제가 된다. 발레 <호두까기인형>의 주역은 2막에 출연하는 사탕요정을 꼽을 수 있는데, SBT 호두까기에 선보일 사탕요정은 모두 세 명이다. 크로아티아 국립극장 주역무용수 에디나(EDINA PLAICANIC)DHK 러시아에서 온 올가(OLGA CHERNAKOVA), 그리고 작년SBT에 입단한 양은지 양으로 이들의 삼색 대결도 흥미로운 관심사이다.

특히 양은지 양은 입단 후 주요 신작의 주역을 두루 맡아 앞으로 SBT의 대표 무용수로 발돋음할 재목으로 주목받고 있어 이번 무대에서의 활약이 특히 기대되고 있다. 또한 몬테카를로 발레단의 장(JENS WEBER)이 최진수와 함께 사탕요정의 기사로 무대에 오른다.

그런가 하면 같은 무용수로 만나 결혼하고 함께 국내 3대 발레단으로 성장한 오늘날의 SBT를 함께 일궈온 김인희 단장과 안무가 제임스 전도 함께 무대에 오른다. 김인희 단장은 클라라의 엄마 역으로, 제임스 전은 드로셀마이어로 무대에 서 화제가 되고 있다. 또한 발레라고는 해본 적 없는 일반인도 1막 파티 장면에 까메오로 출연한다.

김인희 단장은 "무대는 전문무용수들의 독점적인 공간이 아니라는 것을 말하고 싶다"면서 "발레뿐만 아니라 다른 장르도 마찬가지라 본다"고 말했다.

이어 김 단장은 "비록 무용수처럼 고난도의 춤을 보여줄 순 없지만 그 한번의 경험이 오랫동안 발레에 대한 사랑으로 남을 것이며, 그것은 발레대중화에 작은 씨앗이 되어줄 것이기에 까메오를 도입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2007 호두까기에 직접 출연하는 김인희 단장과 제임스 전 안무가.
 2007 호두까기에 직접 출연하는 김인희 단장과 제임스 전 안무가.
ⓒ 김기

관련사진보기


국산 호두까기 인형이 수입산 이겨

연습을 한참 지켜보던 중 SBT기획자가 한 명 달려오더니 “드디어 티켓링크 1위 했어요”하고 김인희 단장에게 보고를 한다. 화제사고로 인해 취소된 국립발레단 공연 예매자들이 대거 SBT로 옮겨 오는 것이 분명했다. 누구도 처음으로 시도하는 SBT 클래식발레가 예매 1위를 차지할 거라 예상하지 못했다. 김 단장은 잠시 감개무량한 듯 말을 잇지 못했다.

예기치 않은 사고로 인해 국립발레단 공연이 취소되어 올 호두까기 3파전은 무산되었다. 유니버셜발레단은과 서울발레시어터 둘의 경쟁이 오히려 거세졌는데, 관객들은 SBT쪽으로 조금 더 마음이 기울고 있어 보인다.

그도 그럴 것이, 국립발레단이 빠진 올해 호두까기에서 오케스트라가 라이브로 연주하는 공연은 SBT 뿐이고, 강남 관객이 유니버셜발레단이 공연하는 고양보다 거리나 기타 여건이 편리한 성남으로 몰리는 것으로 분석된다.

SBT 호두까기인형 연습장면
 SBT 호두까기인형 연습장면
ⓒ 김기

관련사진보기


온라인 예매대행 싸이트인 티켓링크 예매순위는 이런 상황을 뒷받침해주고 있다. 실제 17일 오후 6시 기준 무용부문에서 SBT가 2위 예매율을 3배 가까이 앞지르며 압도적인 1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며, 전체 공연예매에 있어서도 마당놀이에 이어 미세한 차이로 2위 자리에 올랐다. 이런 상황에 공연계에서는 앵콜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점치고 있어 이래저래 화제가 되고 있다.

비록 국립발레단의 아쉬운 불참이 큰 요인이 된 결과이긴 하지만 SBT가 든든한 지원도 없이 꿋꿋이 버텨온 발레에 대한 열정이 마침내 꽃피운 긍정적 현상이 아닐까 싶다. 특히 올해 가을 이스라엘과 터키, 세르비아 등을 돌며 판소리에 한복, 하회탈 등 한국적 요소를 발레에 적극 응용해 호평을 받는 등 한국적 발레 만들기에 앞장 선 SBT이기에 이번 메이드 인 한국 호두까기에 관객들이 거는 기대가 뜨거운 예매열기로 번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싶다.

이제 남은 것은 무대 위에서의 냉정한 평가만이 남았다. 취지와 의도가 아무리 좋아도 관객에게 감동과 재미를 주지 못한다면 현대공연예술계에서는 살아남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제임스 전 특유의 빠른 호흡과 진보적 발상으로 만들기에 기존 호두까기인형에 뒤지지 않는 흥미로운 공연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태그:#서울발레시어터, #호두까기인형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