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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의 장산은 그 옛날의 선조들이 장초나무로 세운 장산국의 이름에서 유래된 산이다. 한 나라를 품었던 장산의 품은 넓고 넉넉하다. 해발 383m의 옥녀봉까지 올라가는 길은 그리 가벼운 길은 아니다. 그러나 예까지 올라오면 부산의 속내가 한 눈에 다 보인다.
 
     
 
누군가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하지만, 부산을 알려면 장산의 옥녀봉에 올라와야 진짜 부산을 다 볼 수 있다. 가시 거리가 좋아서 여기 오면 날이 그리 밝지 않아도 바다의 수평선이 보인다. 날이 밝으면 대마도도 보인다. 해운대와 광안리, 부산항, 용호동, 동래 방면 등 다 보인다. 옥녀봉에 올라오면 바다는 더 이상 바다가 아니다. 바다는 하늘이고, 하늘은 바다와 그 경계를 잃는다. 문득 발 아래 힘들었던 인간세를 잊게 된다.
 
  
 
부산은 봄을 맞이하기 위해 영춘문까지 찾아나서지 않아도 남쪽 바다에서 봄처녀가 먼저 찾아오는 곳이다. 12월이 가지도 않았는데 장산의 구석구석  파릇파릇 새싹과 쑥과 산나물들이 보인다. 언 땅의 살갗을 뚫고 힘들게 나오지 않아도 따뜻한 땅기운에 절로 쑥과 달래, 민들레들이 터져 나왔다.
 
쑥이 나온 것을 그냥 지나치기 어려워 한끼 국을 끓일 정도만 뜯어갔으면 하지만, 넣어 갈 비닐 봉지 하나 준비해 오지 않아서 다음 기회로 미룬다. 어릴적 봄이 오기만 기다렸다가, 소꼽친구들이랑 동산에 올라 쑥을 뜯어 소꼽살던  추억들이 차디찬 가슴을 뚫고 올라온다. 수옥, 현자, 영희...그리운 이름을 외우며 산길을 재촉한다.
 
 
석태암은 해운대 8경의 하나인 '양운폭포' 아래 자리하고 있다. 부산 시민에게 많이 알려진 폭포사에 비해 그리 알려지지 않았지만,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모신 오층탑이 있다. 석태암은 1922년에 창건되었다. 아담하고 조용하기 그지 없는 암자 아래 소(沼)가 있다. 이 소는 양운폭포의 물줄기에 의해 형성된 소. 정말 물이 맑고 차다. 빨간 노란 낙엽이 차곡차곡 쌓여 있어서, 햇빛에 반사되면 물빛은 무지개 색 빛이 난다. 암자의 건물은 볼품이 없지만, 마치 적멸보궁처럼 조용하고 안온한 느낌을 준다.   
 
 
연못으로 물가로
다북쑥을 캐어서
온 정성 다하여
제사를 받드옵네.
산골 물줄기 타고
다북쑥을 캐어서
온맘 다하여
사당에 드리옵네.
<시경> 중

태그:#옥녀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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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곧 인간이다고 한다. 지식은 곧 마음이라고 한다. 인간의 모두는 이러한 마음에 따라 그 지성이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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