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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겨울새>에는 완소남(완전 소중한 나만의 남성) 캐릭터가 등장하지 않는 유일한 드라마이다. 대부분 드라마에서 남자 주인공들의 캐릭터는 워낙 멋진 캐릭터들이 등장해 완소남으로 등극하게 마련인데, <겨울새>에서는 그러한 남성 캐릭터는 등장하지 않는다.

나, 멜로드라마 주인공 맞니?

그 점에서 오히려 눈에 띄는 드라마 중의 하나인데, 주인공 도현(이태곤)은 도통 극에서 어떠한 비중을 차지하지 못하고 겉돌고 있는 느낌이다. 그래서 주인공이기보다는 조연으로 전락한 듯한 인상마저 느끼게 할 정도로 시청자들이 열렬한 성원을 보내기에 부족함이 많은 캐릭터이다.

그 이유 중의 하나가 바로 영은(박선영)을 사랑하면서도 그것을 저돌적으로 밀고 나가지 못했다는 점이다. 물론 표면적으로 도현은 집안의 반대, 즉 엄마의 완강한 반대에 부딪히는데, 그 부분에 대해서 아랑곳하지 않는 일편단심을 보이지만 행동에 옮기지는 못한다.

그래서 도현은 행동으로 보여주는 행동가 혹은 실천가 유형의 인물은 아니다. 이 점에서 시청자들은 도현이라는 캐릭터에 끌릴 수가 없는 것이다. 무릇 멜로드라마의 주인공이라 하면 이룰 수 없는 사랑에 아파하고 괴로워하면서 그 사랑을 지키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고, 어떠한 역경과 반대에도 그것을 관철해 내는 데에 시청자들은 환호한다.

하지만 도현은 그 점에서 절대적으로 만족을 시켜주지 못하고 있다. 사실 도현에게도 그만한 사정은 있다. 자신과 떠나기로 한 영은이 집안의 반대에 뜻을 같이하며 경우(윤상현)와 결혼을 감행하고, 그것을 말리지 못한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무능력한 도현의 모습을 원하지 않는다. 엄마의 반대에도 아랑곳하지 않은 심지가 있는 정도라면 식장에서 그녀를 데리고 올 수도 있었다. 어쩌면 지금 말한 것은 판타지적이며 극단적인 이야기일 수도 있겠지만 그만큼 그전에 도현이 영은을 향한 사랑의 모습이 말만 있을 뿐 행동을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줄곧 결혼 후에도 영은을 해바라기 하지만 집안의 뜻에 따라서 진아(황정음)와 결혼을 감행한다. 처음에야 진아에게 뻣뻣하게 굴었지만 어느 정도 마음의 문을 열었고, 진아와 결혼을 했지만 그날 경우의 사이코적인 행동에 말려 진아를 호텔에 남겨두고 떠나온다.

이러한 무책임한 행동도 시청자들은 이해할 수 없는 것이다. 정말 영은을 사랑했다면 진아와 결혼을 감행하지 말아야 했는데, 본인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을 해놓고 다시금 영은이 걱정되어 진아를 버린다는 설정은 오히려 도현의 캐릭터를 더욱더 공감가지 않은 인물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

즉 진아를 버리고 이제야 영은을 선택한다고 해도 과연 그것을 시청자들이 편하게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 또한 드라마가 워낙 영은과 강여사(박원숙)의 사이에서 벌어지는 에피소드에 많은 부분을 할애하다 보니 주인공인 도현보다 경우의 모습이 브라운관에서 자주 비추는 덕분에 도현은 십분 자신의 사랑을 표현할 시간이 없다.

이처럼 <겨울새>의 주인공 도현은 우리가 바라는 주인공 인물과는 거리가 멀다. 한 마디로 조연보다 못한 주연이며, 공감대를 이끌어 내지 못하니 영은과의 사랑이 시청자들에겐 함께 아파하고 마음을 졸일 수가 없다.

찌질하고 못난 캐릭터지만 내가 주인공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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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정이 이렇다 보니 시청자들은 영은과 강 여사의 고부간의 갈등에 더욱 열띤 호응을 보내며 멜로드라마가 아닌 고부간의 갈등을 그린 드라마로 전락해버렸다. 특히 도현보다 경우의 모습에 시청자들이 호응을 보낸다는 사실이다.

사실 경우의 캐릭터는 시청자들이 호응을 보낼만한 구석은 없는 찌질하고 못난 캐릭터의 최강자라고 할 수 있다.

마마보이로 강 여사의 말에는 모든 일을 승복하고, 따르며 영은을 더욱 힘들게 하는 캐릭터 중의 하나이다.

이쯤 되면 당연히 시청자들이 미워하는 캐릭터 중의 하나가 되어야 하는데, 이번에는 조금 사정이 다르다.

홀로 자신을 키운 어머니의 사랑을 알기에 뜻을 거스르지 않고 따를 수밖에 없는 현실과 영은을 사랑하지만 어머니 때문에 계속 사랑이 어그러지면서 괴로워하는 인물이다.

즉 역으로 말해 영은을 향한 사랑은 순수하고, 마마보이지만 착한 심성을 가진 인물이기 때문이다. 물론 유약하고 줏대없는 행동에 영은이 더욱 고생을 하고는 있지만 그러한 모습이 도현과 비교해 볼 때 오히려 공감대를 형성하게 된다.

특히 자신을 사랑하지도 않으면서 결혼을 한 영은과 도현의 관계를 의심하기 시작하면서 아파하는 모습은 한편으로 시청자들도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닐까 싶다.

그러한 모습이 비록 영은에게 "두 사람 어떤 관계야?", "오빠 맞아?" 등의 사이코 기질을 다분히 드러내 강여사와 병원에 가야할 또 다른 인물이기는 하지만 적어도 도현보다 극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 것만큼은 사실이다.

여기에 워낙 멋진 캐릭터를 연기하던 윤상현이란 배우가 유약한 마마보이로 변신해 색다른 연기를 선보이고 있어 도현보다 더욱더 시청자들에게 시선을 끌고 있다는 점도 <겨울새>에서 주인공이 경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경우 또한 시청자들이 좋아하는 완소남 캐릭터는 아니다. 다만 경우가 그러한 행동을 보일 수밖에 없는 상황에 대해 이해하고, 공감을 하는 것일 뿐 시청자들의 판타지적인 부분을 대리만족 시켜줄 만한 인물은 아니다.

따라서 <겨울새>에 출연하는 남자배우들은 시청자들의 로망을 실현시켜줄 만한 캐릭터다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멜로드라마임에도 불구하고 영은과 도현의 사랑, 영은을 향한 경우의 사랑에 함께 아파하거나 공감을 하지 못한다.

오히려 매회 강여사가 이번에는 또 영은은 어떤 이유로 어떻게 괴롭힐지 기대하게 만들 뿐 그 이상의 것을 얻을 수가 없다. 아마도 쭉 이러한 현상이 계속될 터인데 본격적으로 도현과 영은의 사랑이 가속화되어 갈 때 <겨울새>를 볼 이유가 없어지는 것은 아닐까 심히 걱정이 되기도 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