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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군의회 최승준 의장은 지난 10일(월) 오후 2시, 정선군 여성회관에서 있었던 수료식 및 작품 발표회에 참석하여 다음과 같은 내용의 축사를 했다.

 

"의정비를 수정하겠습니다. 그 방법은 정선군청에서 공무원에게 지급되는 연봉 총액에서 공무원 수를 나누기 하여 나오는 답(정선군 공무원 연봉 평균금액)으로 정선군의회 의원 의정비로 결정하겠습니다."

 

언뜻 들으면 그럴 듯한 말이었다. 셈이 당장 될 리 없는 군민들께서는 고개를 끄덕일 수도 있는 발언이다. 정선군 공무원들이 받는 임금의 평균액을 받겠다는데 굳이 말릴 필요가 있겠는가 하는 생각도 있을 법 하다. 그렇게 생각하는 판단 중엔 "공무원들이 받는 평균 임금액이 얼마나 되겠어?"라는 의식도 깔려 있을 것이다.

 

지방의회 정치판, 대한민국 국회와 닮은 꼴

 

그러나 그런 생각은 자칫 큰 화를 부른다. 최 의장이 말한 내용을 꼼꼼하게 짚어보면 이러한 방법엔 군의회 의원들의 잔꾀가 가득하다. 군민들이 정선군의회 앞에서 천막을 치고 15일째 의정비 부당 인상에 대한 철회를 요구하고 있는데도, 뒷짐만 지고 있었던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2007년을 기준으로 공무원 평균 임금액을 계산 해보면 다음과 같다. 

 

정선군 공무원 임금 총 지급액 : 263억 ÷ 정선군 공무원 수 = 공무원 평균 연봉액 4325만원(뗄 것 떼고 받는 월급이 아님).

 

정선군의회는 자신들의 의정비를 “4325만원 + 2008년 공무원 임금 평균 인상률 = 2008년 정선군의회 의정비” 로 결정하려 한다.  이렇게 되면 정선군의회 심의위원회에서 결정한 4596만원보다 200여만원 정도 삭감된다.

 

정선군의회는 의정비를 겨우 200여만원 정도 삭감하는 것에 대한 비난의 화살이 날아올 것을 대비해 정선군 공무원 임금 평균액을 찾아냈다. 스스로 기가 막힌 묘수라고 생각했을지 모르지만 여기엔 스스로 판 함정이 있음을 의원들은 알아야 할 것이다.

 


공무원들의 임금은 기본급과 수당을 비롯해 많은 항목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 항목을 살펴보면 <기본급, 수당>을 제외하고도 정액급식비, 교통보조비, 명절휴가비, 가계지원비, 연가보상비, 직책급업무추진비, 직급보조비, 특정업무수행활동비, 성과상여금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반면 정선군의회 의원들에겐 의정비와 월정수당(현재 2976만원, 2008년 4596만원)을 지급한다. 의정비는 당연하다 할지라도 1년에 80일도 출근하지 않는 의원들에게 월정수당까지 지급(의장은 판공비 추가지급)하는 것이다.

 

모든 게 공짜, 그런데도 돈이 더 필요해?

 

이뿐인가. 외국에 나가면 1일 체류비로 30만원 이상을 지급하고 비행기, 선박, 철도 등 모든 운임을 세금으로 지급한다. 더불어 여행 준비금까지 14만원 받는다. 국내 여행을 가도 1일 체류비로 10만원 정도 받는다.

 

여비는 물론 공짜다. 이것만이 아니다. 정선군 관내에 있어도 하루 식대비 2만5000원, 교통비 2만원을 지급한다. 결국 의원들이 움직이는데 드는 모든 돈을 세금으로 지급하는 것이다.

 

 

이런 대우가 어디 있나. 어디엔가 볼 일이 있어도 여비가 없어 집을 떠나지 못하는 군민들이 많다. 여비 아끼려고 먼 길을 걸어다니는 노인들에게 미안하지 않던가. 이런데도 군의원들은 연봉을 자꾸만 올려달라고 한다.
    
정선군의회가 정선군 공무원 연봉 평균액을 받겠다고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매일 출근도 하지 않는 의원들이 공무원과 같은 항목을 받겠다는 것은 공무원을 기만하는 죄요, 군민을 바보로 아는 것과 다름없다.

 

눈 가리고 아웅하는 정선군의회 의원들

 

군의원들이 어떻게 공무원들의 임금 항목인 정액급식비(식비는 지급되고 있음에도), 교통보조비(역시 교통비 지급받고 있음에도) 등등의 항목(위에 적시된)을 받을 자격이 있다는 말인가. 혀를 내두를 정도로 기막힌 발상이다.

 

군의원들이 이러한 항목의 비용을 추가 지급 받으려면 공무원처럼 주 5일 출근하여 의정활동을 해야 할 것이다. 그게 싫다면 의정비 산출을 공무원들의 임금 항목에서 <기본급>과 <수당>만으로 평균액을 산출해야 할 것이다.


2007년을 기준으로 공무원 임금 <기본급>과 <수당>을 합한 금액을 정선군 공무원 수로 나누면 평균 임금액이 2844만원 정도 나온다. 여기에 2008년 공무원 임금 평균 인상률을 적용하면 2008년 공무원 임금(기본급과 수당)은 2950만원 정도 된다.

 

정선군의회 의원들이 의정비 결정을 위해 공무원 평균 임금액을 산출하려면 모든 항목을 포함한 금액인 4400만원이 아니라 '기본급과 수당'의 평균 연봉인 2950만원으로 결정해야 한다. 

 

'눈 가리고 아웅' 하면서 군민을 속일 생각만 하는 정선군의회 의원들, 이제 꼼수정치는 그만 하고 그 시간에 군민을 위해 무슨 일을 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하는 것 아닌가?

 

군민들은 숫자를 앞세워 잔꾀 부리는 의원들보다 우직한 소걸음을 한 의원을 더 좋아한다는 사실 이 참에 알아두길 바란다. 군민의 요구를 어떻게든 벗어나 보려는 군의원들. 의정비 인상 저지를 하기 위해 천막에서 잠을 청하는 군민들보다 그대들이 더 불쌍하다.

 

덧붙이는 글 | 강기희 기자는 정선군의회 의정비 인상 저지를 위한 긴급행동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긴급행동은 오늘로서 천막농성 15일 째를 맞고 있습니다.


태그:#의정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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