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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종 전 의원
 박찬종 전 의원
ⓒ 오마이뉴스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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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준씨가 11일 "검찰이 BBK의 투자금 유치 과정에 대해서는 전혀 알아보려고 하지도 않고 BBK 실소유주 관계만 캐물으며 나에게 죄를 덮어씌우려고 했다"고 주장했다.

박찬종 전 의원(9·10·12·13·14대 의원)은 이날 2시간 동안 김씨를 접견한 뒤 서울 남대문로 이회창 후보 선거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김씨의 진술 내용을 볼 때, 검찰 수사가 첫 단추부터 의도적으로 이 후보가 무혐의라는 전제를 깔고 시작한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을 낳게 한다"고 말했다.

김씨는 박 전 의원에게 "BBK 투자금은 물론, 삼성생명 빌딩에 있던 BBK 사무실도 이 후보의 힘으로 얻을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김씨의 진술을 재구성하면, 그는 99년 2월경 서울 서초동 영포빌딩의 동아시아연구원 사무실에서 이명박 후보를 만났다.

이 후보는 이 자리에서 "내가 정치적으로 어려움이 있고 미국 연구원으로 나가있는데 한국에 인터넷 금융회사를 세우고 싶다"며 김씨의 도움을 요청했다고 한다.

"처음에 외면하던 관리부장, 이명박 전화받고 태도 바뀌어"

김씨는 일단 자기 돈 5000만원으로 BBK를 세우려고 했지만, 이 정도의 돈으로는 변변한 사무실 하나 구할 수 없었다고 한다. 김씨가 입지 조건 등을 따져 태평로 삼성생명 빌딩을 점찍었지만, 건물 관리를 맡은 에버랜드 관리부장으로부터 "당신에게는 이름도 성도 없어서 사무실을 내줄 수 없다"는 말만 듣게 됐다.

이 후보는 김씨에게 "(그 문제는) 걱정하지 말라"고 안심시켰고 김씨가 그 말에 용기를 얻어 다시 찾아가자 에버랜드 관리부장은 "(이명박 회장으로부터) 연락 받았다. 지난번에는 못 알아봐서 미안하다"고 180도 달라진 태도를 보였다.

김씨는 109평 넓이의 쾌적한 사무실을 얻을 수 있었는데, 99년 4월 설립 당시 직원 9명에 불과했던 BBK가 이처럼 넓은 공간을 임대받을 수 있었던 배경에 대해 의문이 남았던 게 사실이다.

김씨는 또 "(2000년 2월) 삼성생명으로부터 100억원을 유치하는 과정에서 이 후보와 학교 동창인 김모 이사의 역할이 있었다"고 밝혔다. "이 후보가 김씨에게 '그 사람에게 전화해놨으니 돈을 찾아가라'고 해서 100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할 수 있었고, 오리엔스캐피탈와 심텍으로부터 각각 100억원과 50억원을 유치한 것도 이 후보의 힘이 작용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특히 김씨는 "전모 심텍 사장은 당시 이 후보의 집(논현동) 바로 옆집 사람이었다"고 말했다. 2001년 10월 서울중앙지법은 "이 후보의 권유로 BBK에 투자한 50억원 중 35억원을 돌려받지 못했다"며 전 사장이 이 후보를 상대로 낸 부동산 가압류 신청을 받아들였다.

김씨의 말대로라면, 전 사장이 투자금을 받기 위해 이 후보의 부동산을 공략한 것은 그가 이 후보와 '이웃사촌'이었다는 점과 무관하지 않은 셈이다. 그러나 검찰은 "가압류 신청이 받아들여졌다고 해서 그 신청사유(이 후보의 BBK 투자 권유)가 인정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이 부분을 덮어버렸다.

"검찰 재수사 의지 없다면, 결국 특검으로 가야한다"

김경준 전 BBK대표. 사진은 지난 11월19일 김경준 전 대표가 수갑과 포승줄에 묶인 채 서초동 서울중잉지검을 나와 서울구치로로 향하는 호송차로 이동하고 있는 모습.
 김경준 전 BBK대표. 사진은 지난 11월19일 김경준 전 대표가 수갑과 포승줄에 묶인 채 서초동 서울중잉지검을 나와 서울구치로로 향하는 호송차로 이동하고 있는 모습.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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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전 의원은 "검찰은 처음 이틀은 녹음·녹화시설 있는 곳에서 조사하다가 3일째부터는 (녹화 시설이 없는) 검사실에서 변호사도 입회하지 않은 상태에서 조사하며 김씨를 회유했다고 하더라"며 "검찰은 김씨에게는 '덧셈수사'를, 이 후보에게는 '뺄셈수사'를 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앞으로 항고·재항고·재정신청 등의 절차가 남았지만 검찰의 재수사 의지가 없다면 이번 사건은 결국 특검으로 가야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지난 1일 9시간 동안 검찰의 수사를 받았다는 삼성생명 관계자가 밝힌 BBK 투자 경위는 이와 다르다.

3일자 <동아일보>에 따르면, 1999∼2000년 삼성생명 자산운용본부 주식팀의 파생상품운용담당 과장을 지낸 권모씨는 "BBK에 100억 원을 투자한 것은 이 후보의 권유가 아니라 H그룹 등과 친분이 있던 당시 BBK 이사 오모(미국 도피중)씨의 힘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동아>와의 전화통화에서 "김씨가 'BBK를 같이하자'고 제안했는데, 거부하면서 '삼성생명의 펀드 100억 원 정도를 유치하게 해 주겠다'고 약속했다"며 "당시 나는 삼성생명의 투자담당 과장이었는데 내가 '기왕이면 회사 건물로 들어오라'고 해서 삼성생명 건물에 사무실을 뒀다"고 설명했다.


태그:#박찬종, #김경준, #BBK, #이명박, #이회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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