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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님, 너무 걱정하지 마시구요. 월요일(10일)에 경준이를 다시 찾아가겠습니다."

 

송영길 대통합민주신당 의원과의 인터뷰를 막 시작하려고 할 찰나, 그에게 김경준씨 모친의 전화가 걸려왔다.

 

검찰의 'BBK 수사'가 이번 대선의 최대 쟁점이 된 가운데 신당의 율사 출신 의원 20명과 이회창 캠프 변호사 2명 등 22명이 김경준씨의 변호인단으로 나섰다. 송 의원도 그 중 한 명으로 참여했고, 7일 김씨와 장시간 면회를 다녀왔다.

 

그런데 김경준 모친과의 전화 통화를 끝낸 그의 얼굴에 수심이 가득했다. 앞으로 다가올 검찰과의 싸움이 수월치 않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변론) 자료를 찾아보려고 해도 김경준 가족들이 박수종 변호사에게 박스째 넘긴 자료가 검찰에 상당부분 넘어갔다고 한다. (이회창 캠프의) 김정술 변호사도 "변호사가 검찰에게 피의자 자료를 다 넘긴 것은 황당한 일"이라고 하더라. 국정조사를 해도 검찰이 자료를 안 보여주면 볼 수가 없다. 검찰은 법원에 자기들이 필요한 자료만 제출하고 해당 자료가 '범죄행위자의 물건을 압수한 것'이라고 안 내놓을 것이다.

 

다른 사람들 자료도 마찬가지다. 김경준만 유죄라고 기소했으니 검찰이 무혐의난 사람들의 자료를 내놓지 않으면 볼 수가 없다. 검찰 수사라는 게 한마디로 '어둠의 계곡'이다. 그러니 모든 사건마다 변호인의 입회를 강조하는 것이다. 검사와 피의자 딱 둘만 있으면 무슨 일이 있었는지 어떻게 알겠나?"

 

화제는 자연스럽게 김경준씨가 제기한 '검찰 회유·협박설'로 넘어갔다.

 

- 김씨는 검찰이 자신에게 '형량 경감'협상을 처음 제안한 것이 언제라고 얘기하나?
"김경준 본인 얘기로는 11월 22일이라고 하더라."

 

- 우리나라에는 검찰이 '형량 경감'을 해줄 수 있는 제도가 없는데, 그런 제의가 가능할지? 만약 그런 일이 있었다면 김씨 변호인은 왜 아무런 역할도 못 했나?
"제도로는 없지만, 구형할 때 그런 고려를 하는 게 가능하지 않나? 피의자가 유죄를 인정하면 검사가 정상 참작을 많이 해주겠다는 제의를 할 수 있다. 변호사들도 무죄를 다투는 범죄자가 아닌 이상 협조하라고 한다. 그런데 이건 중대한 쟁점을 다투는 사안 아닌가? 그런데 변호인이 의뢰인에게 유죄를 인정하라는 식으로 얘기했다면 바람직한 자세가 아니다."

 

- 김경준은 검찰 조사과정에서 회유와 협박이 있었다고 하지만, 거꾸로 검찰은 "김경준이 먹고싶어하는 음식을 다 먹게 해주는 등 그를 오히려 잘 대우했다"고 반박한다.
"역으로 그게 회유·협박의 증거라고 할 수 있다. 나도 옛날 안기부에 끌려갔을 때, 안기부 수사관들이 비싼 김밥을 사주며 '내 말 잘 들으면 모든 일이 다 풀린다'고 말했다. 그게 뒤틀리면 나를 두들겨 팼다. 사람이 구속된다는 것은 대단히 고립되고 약한 상태에 빠지는 것 아닌가? 지금이야 때리지는 않겠지만, 우리 때는 병주고 약주는 식으로 괴롭혔다.

 

사람에게 공포심을 자극하면 잘 해주는 사람에게 의존하게 된다. 자신에게 협조하면 잘 해주고 협조 안 해주면 작살난다는 걸 보여주면서 사람을 아노미 상태로 만드는 것이다. 아무려면 김경준이 먼저 삼겹살을 사달라고 했겠나? 자기들이 먼저 사준다고 하지 않았겠냐 말이다."

 

- 명시적으로 인권탄압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어떤 게 있나?
"밤샘 조사한 것도 인권탄압으로 볼 수 있다."

 

- 검찰은 "조사는 매일 자정까지만 하고, 그 후 조서를 작성하느라 시간이 오래 걸렸다"고 얘기한다.
"과거 독재시절처럼 사람을 때리지는 않겠지만 사람을 회유하고 사실을 은폐하는 관행은 남아있다고 본다. 김경준 메모에도 '협조 안 하면 징역 12~15년 때리고 누나·아내도 처벌하겠다'는 내용이 나오지 않나?

 

- 그렇다면 누나나 다른 가족들은 무죄라고 볼 수 있나?
"그쪽도 뭔가 있지 않겠나? 다들 돈에 욕심이 있는 사람들이고... 분명한 건 '김경준은 깨끗하고, 이명박이 사기꾼', 반대로 '이명박은 깨끗하고 김경준이 사기꾼' 이런 식으로 이번 사건에 접근하면 안 된다. 김경준이 유죄면 이명박도 공동정범으로 봐야 한다.

 

두 사람이 일종의 공동정범 아닌가? 둘이 같이 공모한 부분에 대해 검찰이 확인하지 않았다. 검찰이 의도적으로 이명박에게 불리한 증거는 조사하지 않고, 김경준 진술을 번복시키려고 했다고 한다.

 

이명박이 <중앙일보>와 <월간중앙>, <일요신문>에서 "BBK가 자기 회사"라고 먼저 '자백'을 한 것은 신빙성 있는 증거다. 수사 받을 때는 말을 왜곡하지만 자유로운 상태에서 자기 자랑하려고 인터뷰한 내용인데... 이처럼 신빙성 있는 자료가 어디 있나?"

 

그러나 검찰이 이명박 한나라당 대통령후보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린 상태에서 신당이 추진하는 'BBK 특검'이 이뤄진다고 해도 상황을 바꾸기는 쉽지 않을 듯하다. 앞으로 신당의 대응에 대해 물어봤다.

 

- 만약 특검을 하게 되면 검찰의 수사자료는 받을 수 있나?
"그렇다. 특검은 물론, 수사팀에 대한 탄핵소추도 하려고 한다. 김경준에 대한 회유·협박이 사실이라면 검찰 수사의 정도를 넘어선 것이니까... (탄핵) 대상은 김홍일 서울중앙지검 3차장·최재경 특수1부장·김기동 부부장 검사 정도가 될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열린우리당 돕고 싶다'는 말 한마디 한 것 때문에 '공무원 정치중립 위반'으로 탄핵소추까지 받았는데, 이번에 검찰은 수사권을 남용해서 범죄 증거를 인멸하고 이명박 후보를 세탁시켜주는 행위다."

 

- 특검도 수사인력을 검찰에서 데려다 써야 하는데...
"그래서 우리도 국정조사를 병행하고 검사들의 탄핵소추도 하려고 한다. 재적 1/3 발의에 과반수가 의결하면 탄핵 소추가 된다. 그러면 해당 검사들의 직무집행이 정지되고 헌법재판소로 가게 된다. 헌재에서 심판을 하면 좀 더 객관적으로 사건에 접근하지 않겠나? 모든 방안을 다 찾아보려고 한다."

 

인터뷰를 마친 그는 이번 사건의 의미를 다음과 같이 풀이했다.

 

"검찰이 내린 결론이라는 게 '지지율 1위 후보는 기소할 수 없다'는 건데, 내란 목적으로 광주시민을 죽였다고 해도 성공한 쿠데타는 처벌할 수 없다는 얘기와 같은 것 아닌가? 노무현 정부가 출범하며 대통령도 탄핵되고 현직 국세청장도 구속되는 시대가 됐는데, 이명박 시대에 완전히 거꾸로 가면 어떻게 될까?

 

서민들이 휘말리는 사건에도 검사는 객관적인 증거를 무시해버리고 판사가 힘이 센 변호사 말만 듣고 판결해버리면 당하는 사람들은 복장이 터져 어디 살겠나? 김경준의 행동이나 진술에서 여러 가지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 그런데 검찰은 왜 김경준에게 들이댄 잣대를 이명박 후보에게는 들이대지 못했나?"


태그:#송영길, #이명박, #김경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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