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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향과 액젓의 구수한 맛이 나는 소나무액젓게장
 소나무향과 액젓의 구수한 맛이 나는 소나무액젓게장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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젓갈로 유명한 전라북도 부안군에 있는 곰소포구를 찾았다. 곰소는 군산 다음으로 전라북도에서는 큰 항구였으나 토사의 유입으로 큰 배가 드나들 수 없어 이웃 격포로 항구가 점차 옮겨 가고 있다. 전국 최대의 젓갈 단지이기도 하다.

전국에서 가장 깨끗한 곰소소금으로도 유명하다. 김장철이 지났지만 밥도둑인 밥반찬으로 젓갈을 사러 온 사람들로 젓갈 시장은 여전히 북적거린다. 비릿한 바다 냄새가 풍겨도, 된 발음의 전라도 사투리가 오가도 정겹기만 한 작은 곰소 항구다.

여기저기에 갖가지 말린 생선들이 줄지어 오는 손님들을 기다리고, 금방 잡아들인 잡어들을 조금이라도 싸게 사려는 손님들과 좀 더 받아야 아들 딸 대학 보내지 하면서 단단한 각오로 실랑이를 벌이는 상인들의 모습도 보인다.

명란젓을 푸짐하게 꾹국 눌러 담아 주는 아주머니
 명란젓을 푸짐하게 꾹국 눌러 담아 주는 아주머니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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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반찬으로 젓갈을 좀 살까 하고 기웃거리는데 눈에 번쩍 들어오는 게 있다. '소나무액젓게장' 간장 게장도 들어봤고, 우리 가족이 좋아하는 붉은 간장 게장도 들어 봤지만 소나무액젓게장은 처음 들어본다. 궁금한 것은 그냥 넘어가지 못하는 성격에 소나무 액젓 게장이 뭐냐고 물어봤더니 묵묵부답이다. 어지간해서는 말을 할 것 같지가 않다.

소나무액젓게장 선전광고
 소나무액젓게장 선전광고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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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맛 집을 찾아다니면서 뭐든지 물어보면 친절하게 가르쳐 주던 주인들과는 달리표정부터가 비장한 모습이다. 하지만 내가 누군가. 그냥 넘어갈 사람이 아니다 꼭 알아보리라 맘먹고 소나무액젓게장을 주문했다.

참고로 이 집은 젓갈도 팔지만 겸해서 젓갈 백반집도 하는 집이다. 게장도 메뉴에 있기에 소나무액젓게장도 시키고 젓갈 백반도 달라고 했다. 그리고는 슬슬 주인께 다가가 궁금한 것을 물어봤다. 그제야 마지못해 한 마디 툭 던진다.

“소나무를 잎을 깔고 싱싱하게 살아 있는 게를 얹어 액젓을 부으면 되는 거예유”라며 간단한 대답으로 마무리해 버린다. 더 이상은 묻지 말라는 표정으로 입을 꼭 다물어 버리기에 나도 더 이상은 물어 보지 못했다. 뭐 그리 대단하지도 않건만 저리도 야속하게 말을 할까 했지만 아마도 그 비법은 며느리도 가르쳐 주기 싫었던 모양이다.

액젓게장과 젓갈 백반 진수성찬이다.
 액젓게장과 젓갈 백반 진수성찬이다.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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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개젓과 창란젓이 밥맛을 돌아오게 한다.
 조개젓과 창란젓이 밥맛을 돌아오게 한다.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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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어알젓갈과 낙지젓갈 군침이돈다.
 청어알젓갈과 낙지젓갈 군침이돈다.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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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쯤 되면 나 역시 한발 짝 물러나는 것이 상책이다. 한참을 기다리니 좀 전에 주문했던 게장과 젓갈백반이 나왔다. 소나무액젓게장 맛은 소나무의 그윽한 향과 게의 가득 오른 게 속살의 맛이 환상적이다.

젓갈의 고소한 맛 또한 어우러져 할 말을 잊었다. 밥도둑인 게장을 만났으니 밥 두 공기는 기본이다. 게다가 젓갈 백반에는 맛깔스런 젓갈이 골고루 나오니 그야말로 밥도둑을 만난 것이다. 순식간에 밥 두 그릇을 뚝딱 해치우고 나니 이젠 아무것도 부러울 것이 없다.

곰소염전의 노을과 일하는 사람
 곰소염전의 노을과 일하는 사람
ⓒ 조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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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서 나는 젓갈은 곰소 염전에서 만들어진 천일염으로 젓갈을 담기 때문에 젓갈이 고소하면서 뒷맛이 찰싹 달라붙는 깔끔함 때문에 자꾸 젓가락이 가게 된다. 밥도둑이란 말이 어울릴 듯싶다.

배도 부르고 부러울 것이 없는 나는 비스듬히 앉아 어스름하게 넘어가는 노을을 바라보는데 노을을 등지고 소금을 만들기 위해 염전에서 부지런히 뭔가를 하고 있는 사람의 모습이 보인다.

겨울 찬바람이 얼굴을 때리지만 부지런히 일하시는 아저씨의 모습이 애잔하게 가슴에 다가온다. 우리가 편하게 앉아 맛있는 음식을 취하고 있을 때 저 분들은 말없이 묵묵히 저곳에서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니 고마운 마음이 앞선다.

자꾸만 사라져가는 염전을 생각하면서 천일염으로 최고의 품질을 자랑하는 이곳 곰소 염전은 오래도록 건재하기를 기원해 본다.


태그:#젓갈, #곰소포구, #곰소젓갈, #염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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