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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사회단체, 재야원로가 주도하는 '부패세력 집권 저지와 민주대연합을 위한 비상시국회의'(이하 '비상시국회의')는 7일 결성식을 갖고 반부패연대를 제안하면서, 이른바 범여권이 정파와 이념을 불문하고 단일화를 하지 않으면 '거짓 민주화세력'으로 규정하겠다고 했다고 한다. 이런 요구의 연장에서 문국현 후보의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그런데 한번 생각해 볼 것이 이명박 후보가 대통령이 된다고 해서  과연 우리나라가 부패국가가 되고 반민주국가가 되는 것인가 하는 점이다. 물론 이명박 후보가 다른 후보에 비해 도덕적이지 못하고 민주적 지도자로서의 자질이 부족하다고 할 수는 있다.

 

물론 대통령이라는 자리가 막중한 자리이긴 하지만, 우리나라는 이미 대통령 한 사람의 성향에 따라 좌우될 그런 사회는 아니다. 대통령이 그런 절대적 영향력을 미치는 전체주의적 성격은 벗어난 지 오래다. '부패세력 집권 저지와 민주대연합'이라는 주장은 그런 면에서 다소 '오버'라고 볼 수도 있다. 또한 이명박 후보의 집권을 막기 위해 정파와 이념을 떠나서 하나로 뭉쳐야 한다는 것은 다원주의적 현대 정당 정치의 가치를 부정하는 주장이라 할 수 있다.

 

이명박 후보는 현재 지지율이 40%를 돌파하고 있다. 반면 다른 후보들은 그 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그렇게 많은 유권자들이 지지하는 후보라면 인정을 해야 한다. 정치가 대통령 선거만 있는 것이 아니고, 대통령 혼자서 정치하는 것도 아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집권했어도 노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이 제대로 정치를 하지 못하니 국민들의 외면을 받았던 것이다. 그래서 국민들이 이번에는 한나라당 후보를 선택하겠다는 것이다.

 

문국현 후보에 대한 단일화 요구나 사퇴 압박은 부당

 

문국현 후보에 대한 강압적 단일화 요구나 사퇴 압박도 부당하긴 마찬가지다. 문 후보는 애초부터 단일화에 대해 부정적이었다. 정동영 후보를 국정실패세력으로 규정하고 오히려 정동영 후보의 사퇴를 일관되게 요구했었다. 문 후보는 대선만 보는 것이 아니라 총선까지도 길게 보고 정치하겠다는 입장을 여러 번 밝혔다. 그런데 왜 가만있는 문 후보에게 사퇴하라고 희생을 요구하는가?

 

싫다는 사람에게 단일화를 강요하고, 잘되지 않으니 '거짓 민주화세력'이니 하면서 사퇴를 강요하는 비민주적 행태를 왜 보이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정동영 후보는 정 후보대로, 문국현 후보는 문 후보대로 최선을 다해 국민들의 지지를 얻는 노력을 나름대로 하면 된다. 그게 민주주의다. 이명박 후보가 대통령이 된다고 당장 나라가 어떻게 되는 것은 아니다.

 

가장 많은 유권자의 선택을 받는 후보가 당선되는 것이 당연하다. 오히려 국민들에게 노망이 들었다느니, 이상하다느니 하면서 자신들의 잘못을 아직도 모르고 반성할 줄 모르는 신당 쪽이 더 미몽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5년간 국민의 마음을 얻는데 실패했으니 이번에 심판 받는 것이 당연하다. 이명박 후보가 아무리 부패하고 비도덕적이라도 당신들보다는 낫다고 국민들이 생각한다는 것이다.

 

앞으로의 정치를 생각해서라도 지금 후보 단일화니 연합이니 하는 어설픈 정치공학적 행태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지금은 대선까지 각자의 입장에서 최선을 다하고, '아름다운 패배'를 받아들일 마음가짐을 생각해 보는 것도 중요하다. 대선 끝나고 금방 깨질 단일화를 해서 무엇을 할 것인가? 또 다시 국민들에게 무책임한 이합집산의 모습만 보여주면서 실망을 안겨줄 것인가?

 

손학규와 이명박의 이념적 간극은 얼마나 될까?

 

지금 이 어지러운 정치판을 민주평화세력이니 하는 이념으로 재단하는 것도 민망한 노릇이다. 참여정부에서 장관하던 사람도 이명박 후보를 지지하는 게 현실이다. 비상시국회의의 성명서를 낭독한 사람이 소설가 황석영씨다. 하지만 황석영씨는 얼마 전까지 손학규 전 지사를 지지했었다. 하지만 과연 한나라당에서 나란히 서울시장 했던 이명박 후보와 경기도지사 했던 손학규씨의 이념적 간극이 얼마나 될까?

 

이제 이질화된 세력들이 정치적 이해득실에 따라 이합집산하는 무책임한 정치행태에는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 지난 4년간 열린우리당이라는 잡탕정당의 모습에서, 지난 1년간 혼란스러웠던 여당의 변신에서 무조건 많이 모인다고 제대로 일을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란 것을 여실히 알 수 있었다. 이제는 자신의 정치 이념과 역량을 집중하여 능력 있게 국정을 이끌어 가는 정당과 지도자가 국민들의 지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정동영 후보는 더 이상 남을 끌여 들여 자신의 정치적 이익을 얻으려는 행태를 그만 두어야 한다. 자신을 위한 불쏘시개는 손학규씨로 족하다. 그리고 문국현 후보도 큰 정치인의 꿈을 이루고자 한 바에는, 단일화 압박에 굴하지 않고 원칙과 소신을 지키는 정치를 지켜나가는 것이 자신의 정치적 장래를 위한 나은 선택이 될 것이다. 


태그:#단일화 , #문국현 , #정동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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