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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설하러 온 것이 아닙니다. 여러분에게 안기기 위해서 왔습니다."

 

7일 낮 1시 전주 시청 앞 광장.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의 유세를 보기 위해 1만여 명의 시민들이 몰려들었다. 두 번(15.16대) 연속 '전국 최다 득표'로 국회의원에 당선된 지역이기는 하지만, 어중간한 낮 시간대와 추운 날씨를 감안하면 적지 않은 인파다.

 

대선 'D-12', 그러나 지지율은 1위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검찰의 BBK 사건 수사 결과 발표는 이명박 후보에게 사실상 '면죄부'를 줬다. 유세까지 중단한 채 서울 광화문 밤거리에서 '항전'을 외쳤던 정동영 후보. 유세를 재개하며 첫 유세지를 본인의 '정치적 고향'으로 잡은 데에는 그런 배경들이 있었다.

 

"검찰이 생매장한 진실 드러나면 대선판 요동칠 것"

 

'싸워라 싸! 싸워라 싸! 싸워서 이겨라!'

 

로고송에 맞춰 엄지 손가락을 흔들며 연단 위에 오른 정 후보는 함께 참석한 인사들을 일일이 소개했다. 김옥두 전 의원에 대해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분신"이라고 소개해 눈길을 끌었다. "지난 10년동안 추미애 의원과 함께 하면 항상 승리했다"며 옆에 서 있던 추 의원의 손을 잡고 번쩍 치켜올리기도 했다.

 

정동영 후보는 전날(6일) 밤 있었던 대선후보 첫 TV 합동토론회를 언급하며 이명박 후보를 비판하는 것으로 연설을 시작했다. 

 

"솔직히 저는 '미국 같으면 그런 후보가 텔레비전 토론 자리에 나와 앉아있을 수 있을까' 생각하니 좀 부끄러웠다. 대한민국의 법과 질서의 수호자인 대통령이 되겠다는 후보가 갖가지 불법, 탈법, 거짓말 의혹에도 불구하고 끄떡없이 당당하게 국민 앞에서 오만하게 큰소리 치는 그 현장에서 나란히 앉아 토론하는 것이 창피했다.

 

토론이 끝나고 나오는데, 그 양반(이명박 후보)이 그러더라. '정 후보, 다음 토론에 안 나올 모양이지?'. 저는 당신더러 나오지 말라고 했는데…. 이런 오만과 독선을 용납하실 수 있겠나?"

 

정 후보는 이어 품 속에서 명함 한 장을 꺼내 들었다. 그는 "어제 (토론회에서) 얘기하려다가 말았는데, 이장춘(전 외교부대사)이라는 사람이 명함을 갖다주더라"면서 "이 명함에는 'BBK 대표이사 이명박'이라고 적혀 있다"고 말한 뒤, 명함을 흔들어 보였다. 이어 "검찰은 이 명함에 대해 본질이 아니라고 수사를 안했다. 검찰이 상식을 탄핵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 후보는 TV토론 직후 정 후보의 핵심 참모인 박영선 의원과 이명박 후보가 부딪혀 신경전을 벌인 일도 소개했다. 

 

"박영선 의원이 국회의원이 되기 전에 경제부 기자로서 BBK 회장 사무실에서 이명박 후보를 인터뷰 했다. 어제 토론 끝나고 나오는데, 박영선 의원을 똑바로 쳐다보지 못하는 이명박 후보에게 '왜 못 쳐다보십니까'하니까, 이 후보는 힐끗 보고 아무 대꾸 없이 그냥 갔다. 천연덕스럽게 국민 속이는 거짓말을 한 사람이 대통령 되는 것을 용납하겠나."

 

정 후보는 검찰에 대해서도 강도높은 비판을 이어갔다. 그는 "국세청이든 검찰이든 국정원이든 그것 가지고 정치 안하고 국민의 품으로 돌려드린 것이 민주 정부의 업적이었다"며 "그랬더니 그 검찰은 국민의 품으로 간 것이 아니라 이명박 후보의 품으로 들어가 버렸다"고 꼬집었다.

 

"어제 변호인단이 구치소에 가서 김경준씨를 만났다. 김경준의 혐의를 두둔하고 싶은 생각은 털끝 만큼도 없다. 다만 인권은 존중되어야 한다. 김경준씨가 울면서 털어놓는 얘기가 충격적이다. '검찰이 살아야 한다. 너도 살려면 협조해라. 이명박씨를 칠 수 없으니, 네가 한 것으로 해라. 이명박 이름을 빼주면 3년 구형으로 맞춰주겠다.' 대명천지에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을 두고 봐야 하나?"

 

정 후보는 "검찰이 은폐하고 생매장한 진실은 결국 그 은폐한 흙더미를 뚫고 태양 아래 드러날 것"이라며 "거대한 수구부패 동맹에 의해 매장된 진실이 드러나는 날 국민의 분노가 폭발할 것이고, 대선 판도도 요동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막판 대역전극을 바라는 기대감의 반영인 셈이다.

 

특히 정 후보는 "'선거가 얼마 안 남았다'고 하지만 아직 많이 남아있다. 선거에서 12일은 12년과 마찬가지"라며 "하루하루를 국민들은 눈을 부릅뜨고 거짓과 진실이 싸우는 역사의 현장을 주시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성이면 감천이라는 말이 있지 않나. 간절한 마음으로 우리의 진실이 하늘에 닿게 하자. 그래서 거짓의 베일이 벗겨지게 하자…. 반드시 기적같은 승리를 만들어내겠다."

 

정 후보에 앞서 지원유세에 나선 추미애 전 의원은 "대한민국 검찰은 BBK 함정으로부터 이명박을 구해줬을 지 모르지만, 이제 19일 국민은 이명박을 반드시 심판할 것"이라며 "이명박 후보, 절대 BBK 함정에서 탈출했다고 웃지 말라"고 일침을 가했다.


태그:#정동영, #이명박, #BBK 사건, #추미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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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너머의 진실을 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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