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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하면 타이거 우즈, '농구'하면 마이클 조던, '국민MC' 하면 유재석. 물론 개인 선호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겠지만, 앞에 언급한 인물들이 가장 먼저 연상된다는 것은 그 분야에서 최고라는 인식을 받고 있다는 뜻일 것이다.

그렇다면 '토크쇼'하면 가장 먼저 연상되는 인물은 누구인가? 그것은 오프라 윈프리다. 오프라 윈프리는 자신에게 주어진 열악한 환경에 맞서 싸워 스스로 승리를 쟁취한 대단한 인물일 뿐만 아니라, 토크쇼에서는 감히 '1인자'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최고의 입담을 과시해 그 팬 층이 매우 두껍다. 그런데, 이러한 이유가 정말 '토크쇼'하면 그녀가 가장 먼저 연상되는 이유라고 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오프라 윈프리에 버금가지는 않을지라도, 우리나라에서 '토크쇼'하면 딱히 연상되는 인물이 없기 때문은 아닐까.

'토크쇼' 본래 목적 상실한 '토크쇼'

우리나라에는 토크쇼가 없는 것은 아니다. '무릎팍도사', '미녀들의 수다', '삼색녀 토크쇼', '야심만만', '유재석 김원희의 놀러와' 등 사실 그 수는 굉장히 많다. 실제로 이러한 토크쇼들은 높은 시청률을 과시하고 있다. 메인 MC를 맞고 있는 강호동, 유재석 등 다수의 연예인들 또한 입담으로 시청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그렇다면 프로그램과 MC모두 큰 관심의 대상인데도 불구하고, '토크쇼'하면 바로 연상되는 인물이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문제는 소위 '토크쇼'라고 불리는 프로그램들이 그 본래 목적을 상실했기 때문이다. 토크쇼의 사전적 의미는 '텔레비전·라디오 따위에서, 유명인이나 기타 다른 사람을 초대하여 대화를 나누는 프로그램'이다. 즉, 시청자들의 관심의 대상인 연예인들뿐만 아니라 정치인, 운동선수, 일반인 등 그 직업에 구애받지 않고, 초청하여 함께 '대화를 나누는' 프로그램이 토크쇼인 것이다.

오프라 윈프리가 편안한 자세로 초대 손님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 모습이다.
▲ 오프라 윈프리쇼 오프라 윈프리가 편안한 자세로 초대 손님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 모습이다.
ⓒ 온스타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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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를 하지 않는 우리나라의 토크쇼

그 정의를 보면 우리나라 토크쇼가 가진 문제점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 첫째는, '대화' 그 자체를 핵심으로 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화는 양자 또는 다자간에 이야기를 주고받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우리나라 토크쇼들은 '대화'를 나누는 것보다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전해 주는 것에 더 의미를 두고 있는 듯하다. 간혹 농담으로 개그를 한다거나, 재치 있게 유머로 넘어가는 것은 다소 따분하기만 할 수도 있는 토크쇼에 즐거운 웃음을 선사한다.

하지만 요즘 토크쇼들은 MC, 초대 손님 할 것 없이 자기 비하를 하면서까지 웃음을 주려고 하고, 심지어 초대 손님이 진솔한 이야기들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해 주는 MC 마저도 거만한 인물로 '이미지화'되어, 상대방을 비방하여 웃음을 선사하는 경향이 있다.

'토크쇼'의 진행자가 초대 손님의 말을 못알아 듣겠다는 표정을 하며 의아해하고 있다.
▲ 토크쇼 진행자의 모습 '토크쇼'의 진행자가 초대 손님의 말을 못알아 듣겠다는 표정을 하며 의아해하고 있다.
ⓒ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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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적인 경우에는, 이러한 가치전도 현상이 시청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기도 한다. 그 예로, MBC의 한 토크쇼에 높은 학력 출신의 연예인이 초대된 경우가 있었는데, MC 들은 그가 하는 말을 사람 대 사람으로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려 하지 않고, 오히려 그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겠다며 '학력을 조금만 낮춰라', '거만하다'며 계속 장난스럽게 받아들였다. 이러한 형태의 토크쇼는 초대 손님을 인격적으로 존중해주지 않을 뿐만 아니라, 시청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토크쇼 초대손님은 항상 연예인?

우리나라 토크쇼의 두 번째 문제점은, 연예인만이 주요 초대 대상이라는 것이다. 물론, 가끔 일부 토크쇼에서는 연예인이 아닌 특정한 분야에 유명한 분이나 일반인들을 초대하여 대화를 나눈다. 하지만 그러한 형태의 토크쇼는 우리나라에 일반화 되어 있지 않다.

정확히 말해서, 시청자들은 '특정한' 사람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하는 것이지, 연예인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하는 것이 아니다. 물론, 대부분의 시청자들이 토크쇼에 초대받는 유명 연예인들이 스크린을 통해 비춰진 그들의 '이미지'를 잘 알고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연예인들의 출연을 반길 수는 있다. 하지만, '토크쇼'가 지니는 본질적 의미를 적용해 보면, 유명 연예인들만이 중심적으로 출연하는 우리나라의 토크쇼는, 우리가 '토크쇼'하면 특정한 인물, 또는 프로그램 자체를 연상할 수 없게 만드는 주요 원인 중 하나일 수 있다.

오프라 윈프리의 '토크쇼' 그리고 우리나라의 '토크쇼'

오프라 윈프리가 방송인으로 성공한 이유는 그녀가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선사했기 때문이 아니다. 또한, 오프라 윈프리 쇼가 성공한 이유는, 단순히 그녀가 유명인이었기 때문이 아니다. 오프라 윈프리가 방송인으로서 성공한 이유는 그녀가 상대방의 말을 경청하고 진솔한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유도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녀의 토크쇼가 성공한 이유는 초대 손님과의 '대화'를 핵심으로 하는 '토크쇼'의 본질을 정확히 이해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토크쇼'하면 연상되는 이름이 우리나라 방송인이며, '토크쇼'하면 연상되는 프로그램이 우리나라 것이 되기 위해서는, '토크쇼'가 지니는 의미처럼 초대 손님과의 진정한 '대화'를 나눠보는 것이 어떨까.


태그:#토크쇼, #오프라 윈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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