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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7대 대통령선거 유세 첫날인 27일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는 대전역 유세장에서,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는 서울역 유세장에서 각각 음악에 맞춰 율동을 하고 있다.
 제17대 대통령선거 유세 첫날인 27일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는 대전역 유세장에서,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는 서울역 유세장에서 각각 음악에 맞춰 율동을 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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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들이 '넥타이'를 풀었다. 양복을 벗었다. 점퍼를 입었다. 포근포근한 니트 티셔츠를 입고 팔랑팔랑 산뜻한 무늬 셔츠를 입었다. 주황색·파란색이 눈을 찌른다. 군청색 양복과 컬러풀한 넥타이만 고집하던 정치인들 옷이 달라졌다.

선거 때문이다. 대통령 선거 후보들은 후보로 나서자마자 옷부터 갈아입었다. 색깔도 통일했다. 색깔 하나씩 거머쥐었다. 후보들 옷 색깔만큼 정치색이 또렷하다면, 걱정할 게 없을 정도로 또렷하다.

후보만 선거운동 하는 게 아니다. 후보들이 입고 있는 옷도 선거 운동중이다. 물 스미듯 파고드는 이미지 전쟁 중이다. 주황색과 파란색은 그냥 고른 색이 아니다. 정동영·이명박·이회창 세 후보는 어떻게 스타일을 만드나?

[정동영-주황색] 클로즈업에 강한 젊은 후보의 '적당한 캐주얼'


정동영 후보가 지닌 최대 장점은 누가 뭐래도 이미지다. 그리고 젊다. 그걸 적극 활용한다. 광고도 활짝 웃거나, 울음이 터질 듯한 얼굴을 적극 클로즈업한다. 옷차림도 그걸 받친다.

먼저 주황색이다. 정동영 후보는 현수막도 주황색, 대통합신당 점퍼도 주황색이다.

정 후보는 흰색 셔츠 위에 도톰한 주황색 니트 티셔츠를 덧입는다. 목둘레를 동그랗게 둥글린 주황색 니트 티셔츠다. 적당히 캐주얼하다. 그 위에 검정색 양복 재킷을 걸친다. 밝고 편안하며, 활동적인 옷을 주로 맞춘다. 니트 위에 받쳐 입는 재킷이나 차려 입은 수트도 딱 맞기보단 낙낙하다. 여유 있는 품새다.

 30일 YWCA에서 열린 KBS 여성정책 토론회에 참석한 정동영 후보.
 30일 YWCA에서 열린 KBS 여성정책 토론회에 참석한 정동영 후보.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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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대선후보가 2일 용산역 앞에서 열린 지지유세를 마친후 영등포역 지지유세를 가기위해 개찰구를 통과하고 있다.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대선후보가 2일 용산역 앞에서 열린 지지유세를 마친후 영등포역 지지유세를 가기위해 개찰구를 통과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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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대선에서 최고의 패션 아이템은 점퍼다. 정동영 후보도 점퍼를 즐긴다. 정동영 후보는 주황색 점퍼다. 척 봐도 주황색 물결이다.

하지만 주황색만 고집하지도 않는다. 다양하다. 지난달 초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주최 대선후보 초청 토론회 때는 짙은 회색 점퍼에 검정색 터틀넥(일명 폴라티)을 입었다. 28일 파주에 갔을 땐, 짙은 회색 양복에 붉은색 넥타이를 맸다. 그 위에 군청색 바바리를 걸쳤다. 주황색은 없었다.

TV에 넥타이를 매지않고 나온 적도 있다. 넥타이를 매도 색깔은 각자 다르다. 붉은 색도 매고 청색도 맨다.

정동영 후보도 따로 스타일리스트를 두거나 이미지 컨설팅을 받지 않는다. 부인 민혜경씨가 옷을 골라준다. 아니면 정동영 후보가 직접 한다. 스스로 옷을 고르고, 스스로 넥타이를 고른다.

정동영 후보 측은 "방송인으로 워낙 혼자 잘 해 와서 혼자 한다"고 설명했다. 그래서일까? 주황색에 쏠리거나, 주황색이 없거나다. 편차가 심하다.

[이명박-파란색] 토론에는 양복, 시장에선 점퍼... 전문가의 손길

정동영 후보가 주황색이라면, 이명박 후보는 파란색이다. 한나라당 공식 컬러다. 한나라당 점퍼도 검정색과 파란색이 반이다. 이명박 후보도 파란색을 애용한다.

하지만 사용법은 정동영 후보와 사뭇 다르다. 이명박 후보는 새파란 색 점퍼를 걸치거나 파란색 티셔츠를 입진 않는다. 새파란 색으로 도배하지 않는다. 짙은 회색을 입은 이명박 후보에게 파란색은 포인트다. 곳곳에서 도드라질 뿐이다. 양보다 질이다. 또 언제나 빠뜨리지 않는다. 전략적이다. 어떤 옷도 허투루 입은 게 아니다.

TV토론회나 강연에 나갈 때 이명박 후보는 반드시 수트를 입는다. 넥타이는 반드시 푸른색이다. 그것도 강한 파란색이 아니다. 엷은 푸른색이다. 은은하다. 전체적으로 깔끔하다. 튀지 않는다.

양복도 헐렁한 느낌이 일체 없다. 몸에 적당히 딱 맞는다. 재킷 팔 길이도 와이셔츠 흰색이 딱 맞게 드러날 정도고, 바지도 구두를 살짝 가리는 딱 좋은 길이다. 흠 잡을 데 없는 피팅이다. 똑 떨어지게 맞는 양복은, 같은 양복이라도 활동적으로 보인다.

하지만 시장이나 외부에 유세 다닐 땐 다르다. 점퍼나 코트를 활용한다. 베이지색 터틀넥 티셔츠에 검정색 모직 반코트를 입는다. 한껏 부드러운 느낌을 주는 매치다. 그 위에 파란색 목도리를 둘렀다. 대선 후보 유세 첫날 동대문 시장에 갔다가 마침 지지자에게 선물로 받은 목도리다. 역시 파란색은 포인트다.

 지난 30일 YWCA에서 열린 KBS 여성정책 토론회에 참석한 한나라당 이명박 대선 후보.
 지난 30일 YWCA에서 열린 KBS 여성정책 토론회에 참석한 한나라당 이명박 대선 후보.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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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7일 오전, 서울역 광장에서 유세 중인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후보.
 27일 오전, 서울역 광장에서 유세 중인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후보.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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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전문가들은 말한다. "이명박 후보 옷차림에선 전문가의 손길이 느껴진다." 맞다. 세 후보 가운데 유일하게 이명박 후보에겐 전문가가 있다.

이명박 후보는 한나라당 경선에서 대선 후보로 당선되자마자 이미지 컨설팅에 들어갔다. 바로 강진주 퍼스널이미지연구소 소장이다. 강진주 소장이 꼼꼼하게 이명박 후보 스타일을 챙긴다. 미리 정한 이미지 컨설팅에 맞춰 옷을 고르고 구매한다. 마지막 선택은 이명박 후보와 후보 부인이 하더라도, 이미지 컨설팅은 강진주 소장 몫이다.

또 유명 연예인 스타일리스트로 활동하던 스타일리스트 최희진씨도 최근 합류했다. 강진주 소장이 손길이 미처 미치지 못하는 지방 유세 때 이명박 후보 스타일을 챙기기 위해서다. 그 뿐 아니다. 헤어·메이크업 아티스트도 따로 있다.

이렇게 이명박 후보에겐 총 전문가 4명이 시시콜콜 스타일을 챙긴다. 섬세한 전문가 손길 위에 이명박 후보 스타일은 탄생한다.

[이회창] 양복보다 점퍼... 격식을 벗고 나이도 던져라


 지난 11월 7일 대선출마 선언 하는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
 지난 11월 7일 대선출마 선언 하는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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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7일 대선후보 출마 선언을 할 때였다. 이회창 후보는 검정색 양복에 하늘색 줄이 죽죽 그어진 스트라이프 셔츠 차림이었다. 거기에 귀여운 그림이 오글오글한 연두색 넥타이를 매고 나타났다. 흰색 셔츠에 자주색 넥타이를 즐겨 매던 2002년과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그리고 이건 시작이었다. 2002년 대선 때 이회창 후보는 똑 떨어지는 양복을 주로 입었다. 하지만 이번 대선은 달랐다. 점퍼를 주로 입는다. 셔츠도 흰색이 아니다. 주로 줄무늬·체크무늬다. 파격이다.

2002년 내세웠던 대쪽 같은 이미지와 다르다. 젊어 보이고 활동적으로 보이기 위한 선택 같다. '편안함'을 강조하는 선거운동처럼 옷차림도 편안해졌다.

지난 달 13일 대구에서 시장을 방문했을 때는 엷은 카키색 점퍼에 줄무늬 셔츠를 입었다. 19일 마산에서 강연할 땐 베이지색 점퍼에 연두색 줄무늬 셔츠였다.

24일 한국 노총 문화마당에선 주머니가 없고 심플한 파란색 점퍼를 입었다. 27일 남대문 시장을 방문했을 때도 파란색 점퍼였다. 하지만 커다랗고 네모난 주머니가 양쪽에 있는 캐주얼한 점퍼였다. 이 때도 하늘색 줄이 그어진 스트라이프 셔츠였다. 28일 지하철 민생탐방과 증권사 객장을 방문했을 땐 코트처럼 두툼한 검정색 점퍼 안에 하늘색 넥타이를 맸다. 이 때도 안에 입은 셔츠는 스트라이프였다.

이회창 후보도 이 모든 걸 직접 한다. 부인 한인옥씨가 옷을 고르고 사다 준다. 이회창 후보가 요즘 즐겨 입는 점퍼도 부인 한인옥씨가 고른 점퍼들이다.

 11월 27일 서울 남대문 앞 광장에서 출정식을 열고 대선승리를 다짐하는 이회창 무소속 대선후보.
 11월 27일 서울 남대문 앞 광장에서 출정식을 열고 대선승리를 다짐하는 이회창 무소속 대선후보.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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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소속 이회창 후보(자료사진).
 무소속 이회창 후보(자료사진).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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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회창 후보측 관계자는 "이회창 후보가 '국민 속으로'라는 콘셉트처럼 가까이에서 국민을 만나고 싶어 해 처음부터 점퍼를 입고 다녔다"며 "점퍼를 입으니 국민들과 접촉하는 데 스스럼이 없어졌고, 옷이 편안해 격식을 벗어나다 보니까 마음도 더 열게 돼 후보도 좋아한다"고 설명했다

주로 파란색 점퍼를 입는 이유는 단순하다. "사람들이 후보에게 파란색이 훨씬 활기차 보이고 잘 어울린다고 해서"다. 주변 사람들 조언이 반영된 결과다.

이명박, 초기엔 강하게 보이려 빨간색, 지금은 안정적으로 파란색

세 후보 옷차림은 같으면서 다르다.

다른 후보들이 개인적 선택과 취향에 따라 주먹구구식으로 선택한 데 반해, 이명박 후보는 이미지 컨설팅이 꼼꼼하다. 치밀하다. 넥타이 하나도 기분 따라 고른 게 아니다. 이명박 후보 이미지를 고려한 선택이다. 이번 대선에서 이명박 후보를 담당한 이미지 컨설팅 전문가, 강진주 퍼스널이미지 연구소 소장은 말한다.

"경제 대통령이라는 이미지를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 고민했다. 이 후보가 원래 갖고 있는 이미지가 보수적이고 완벽주의자 이미지인 데다, 파란색이 보수적이고 안정적으로 보여 어디서든 '파랑'이 보이게 했다. 거기다 슬로건이 '경제 대통령'이긴 하지만, 후보 이미지 자체가 조금 강하지 않나. 그래서 부드럽고 품위 있게 하려고 했다. 간결하고 단순하면서 색깔은 온화하게 쓴다."

 지난 11월 19일 한국방송기자클럽 주최로 열린 '제17대 대통령 후보 초청토론회'에 나선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 이때 이명박 후보 넥타이 컬러는 빨간 색이다.
 지난 11월 19일 한국방송기자클럽 주최로 열린 '제17대 대통령 후보 초청토론회'에 나선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 이때 이명박 후보 넥타이 컬러는 빨간 색이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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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이명박 후보는 수트를 입더라도 군청색과 짙은 회색을 번갈아 입고, 회색 정장엔 파란 타이를 맨다. 룰을 칼처럼 지킨다.

그렇다고 이 후보가 지금처럼 항상 파란색을 고수했던 건 아니다. 한나라당 경선이 끝난 뒤 초기엔 이명박 후보도 빨간색 계통 넥타이를 맸다.

하지만 어쩌다 집어든 넥타이 색깔이 아니었다. "좀 더 강력한 대통령이란 이미지를 표현하기 위해서"였고, 이 역시 강진주 소장이 이미지 컨설팅 한 결과였다.

강진주 소장은 "처음 이명박 후보 이미지 컨설팅을 담당하고 나서 맞은 이슈가 BBK였다"며, "그 땐 이 후보가 힘이 빠질까봐, 강하게 힘을 드리고 싶어 빨간색을 많이 썼다"고 말했다. 그러다 본격적으로 대통령 선거 유세에 들어간 뒤 파란색으로 바꾸었다. 이젠 파란색만 고수한다.

또 TV에도 간혹 점퍼나 티셔츠를 입고 나타나는 정동영 후보와 달리 이명박 후보는 원칙이 분명하다. TV토론이나 강연 때는 반드시 수트를 입는다. 그 밖에는 점퍼다. 점퍼와 콤비를 많이 입는다. "(이명박 후보가) 워낙 딱딱한 것보다 활동적인 것, 콤비를 좋아해서"이기도 하지만, "국민에게 친근하고 가까이 다가가는 대통령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서"다.

강진주 소장은 말한다. "점퍼가 진한색이 되다보니, 안엔 젊어 보이고 활동적으로 보이려고 셔츠보다 니트, 폴라로 커버한다."

목을 덮는 터틀넥, 일명 '폴라'를 선택한 건, 워낙 목이 좋지 않은 이 후보 목을 보호하기 위한 뜻도 있다.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가 5일 여의도 KBS본관 '백남준 비디오광시곡' 전시장을 들어가고 있다.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가 5일 여의도 KBS본관 '백남준 비디오광시곡' 전시장을 들어가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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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트도 그냥 입지 않는다. 강진주 소장에 따르면, 이명박 후보가 입은 수트는 맞춤 수트가 아니다. 기성복이다. 국내 브랜드다. 하지만 어떤 맞춤보다 더 잘 맞춘 듯이 보인다. 이유는 있다. 이명박 후보에 맞춰 일일이 수선하기 때문이다.

강진주 소장은 "이 후보가 워낙 활동적이라서 헐렁한 것보다 몸에 딱 맞는 걸 좋아해서"라고 설명한다. 상대적으로 팔이 긴 이명박 후보에 맞춰 셔츠 소매가 보일락 말락 나오게 자른다.

하지만 과연 이명박 후보 취향만일까? 수트도 입기 나름이다.

실제로 잘 맞춘 듯 몸에 착 감기는 재킷 품과 바지 통, 더불어 구두 앞 코를 가리지 않고 똑 떨어지는 바지 길이는 같은 수트라도 활동적으로 보인다. 소매 팔 길이도 셔츠 소매를 너무 덮으면 헐렁한 게 줏대 없어 보이고, 너무 올라가면 채신없어 보인다. 이명박 후보의 재킷 팔 길이는 칼 같다. 적당히 버튼을 보이고 가린다.

이명박 후보가 호리호리한 듯 하면서도 활동적으로 보이는 덴 이유가 있다. 작은 차이가 명품을 만든다. 수트도 마찬가지다. 작은 차이가 이미지를 가른다. 다른 후보가 눈여겨 볼 대목이다.

넥타이 컬러 하나에도 전략은 흐른다.


#대통령후보#이미지#정동영#이명박#이회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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