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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성적지향' 등 7개 항목이 빠진 '차별금지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 정부안으로 확정된 가운데 NCCK, 우리신학연구소 등 진보적인 기독교 및 가톨릭 단체들은 이 법안을 전면 거부하고 나섰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우리신학연구소,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한국기독학생총연맹(KSCF) 등 12개 단체는 이날 기독교100주년기념관에서 토론회를 열고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7개 항목이 삭제된 법무부의 차별금지법안은 한국 사회에서 가장 심각하게 차별 받고 있는 사람들의 인권을 포기하는 것"이라며 거부 이유를 밝혔다.

 

앞서 지난 10월2일 법무부는 성별, 장애 등을 이유로 고용 등 다양한 영역에서 벌어지는 차별행위를 금지하고 피해자 구제 절차를 담고 있는 차별금지법안을 입법예고했지만 일부 보수 기독교 반발로 '성적지향' 등을 삭제하는 등 입법 취지가 무색해졌다는 지적이다. '성적지향' 뿐 아니라 학력, 가족형태 및 가족상황, 병력, 출신국가, 언어, 범죄 및 보호처분의 전력 등 총 7개 항목이 '차별금지법안'에서 제외됐다.

 

이들 단체들은 "일부 보수 교계는 '성적지향' 등이 포함된 차별금지법안을 법무부가 내놓자 '동성애를 비판하면 벌금이나 징역형에 처해 진다', '동성애가 확산될 것이다'는 터무니없는 사실을 유포하며 성소수자들에 대한 공포심을 조장해 왔다"며 "법무부는 이들 보수 기독교의 광기 어린 마녀사냥에 편승해 인권을 포기했다"고 꼬집었다.

 

이들은 "차별을 조장하는 법무부의 차별금지법 통과 저지에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며 "법무부는 다시 입법예고 절차를 거쳐 여론을 수렴하라"고 촉구했다.

 

성명 발표에 앞서 조이여울 여성주의 저널 <일다> 편집장은 토론회에서 "종교를 내세워 '동성애자를 계속 차별하게 해 달라'는 보수 기독교를 보면 교회는 인간이 평등하게 살 권리에 대해 무관심한 것처럼 느껴진다"며 "'동성애 혐오'가 바로 차별의 실체라는 것을 교회가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고상균 상임연구원은 보수 기독교에서 성서를 인용, '소돔과 고모라'가 동성애로 멸망당했다는 주장에 대해 신학적 반박에 나섰다.

 

"하나님이 소돔을 멸망시킨 것은 소돔 성안에 거하는 억압 받는 이들의 절규를 들었기 때문이다. 이는 창세기 18장 20절에 기록된 ‘그 성에서 들려오는 울부짖는 소리’를 하나님이 들었다는 기록에서 엿 볼 수 있다. 아울러 롯이 소돔의 환난을 피할 수 있었던 연유에 대해서도 눈 여겨 봐야 한다. 소돔을 포함한 사막지역은 한기에 노출된 채 밖에서 머무르는 것은 매우 위험한 행위였다. 때문에 그 사회 기본 규칙은 나그네들을 친절히 접대하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소돔성에 들어간 천사(손님)를 집으로 불러들인 이는 롯 밖에 없었다. 소돔의 죄는 바로 약자에 대한 외면이었던 것이다."

 

고 연구원은 "그런 점에서 볼 때 이 시대의 소돔은 동성애자들이 아니라 소돔의 죄를 덮어씌워 그들을 억압하려 하는 세력"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고 연구원은 이어 "차별금지법은 다수의 폭력에 노출돼 왔던 소수를 보호키 위한 법이며, 최소한의 장치를 통해 사회적 숨통을 열어주는 소수자 생존을 위한 법"이라며 "이에 대한 훼손과 삭제는 한국사회가 스스로 후진성을 면치 못하고 있음을 드러내는 부덕의 실례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영실 성공회대 교수도 "보수 교계는 구약 레위기의 성결법전 내용을 끌어다가 '기저귀를 찬 여성(피를 흘리며 멘스를 하는 여성)은 성직자가 될 수 없다'고 주장할 뿐 아니라 동성애를 부정한 것으로 간주하고 있다"며 "그러나 약자를 옹호하는 법 규정으로 가득 찬 레위기 마지막 부분에 명시된 '안식년법과 희년법'을 보수 교계는 실천하고 있는가. 고대 문화적 관습에 기초한 '성결법' 조항과 규례를 문자적으로 들이대 피 흘리는 자나 병자, 동성애자를 '더러운 자'로 정죄한다면 그것이 바로 '하나님의 거룩한 법'을 어기는 자"라고 꼬집었다.

 

한편 보수기독단체로 구성된 '동성애차별금지법 저지 의회선교연합'은 "남자와 여자의 몸의 구조를 보더라도 남녀가 합하여 성적결합을 하는 것이 마땅한 자연의 순리다. 남자가 남자와 더불어 항문성교를 하면 에이즈와 같은 병도 잘 전염된다. 동성애는 행동으로 옮겨진 비윤리적이며 비정상적인 성적 죄악이기에 사회적 비난을 받으며 억제돼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에큐메니안(www.ecumenian.com)에도 실렸습니다. 


#차별금지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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