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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낮 12시 대구로 향하는 KTX에 오른 이회창 무소속 대통령 후보는 홀가분해 보였다. 직전에 심대평 국민중심당 후보와의 단일화를 선언한 때문인 듯했다. 끝내고 싶던 숙제를 하나 마친 표정이랄까.

 

“심대평 ‘보수통합 역할론’에 기대 커...박근혜·고건과 연대, 나도 바라는 바”

 

이 후보는 열차 안에서 <오마이TV>와 만나 “오늘 아주 기분이 좋다”는 말로 회견을 마친 소감을 표현했다.

 

이 후보는 “같은 방향으로 가는 정치세력끼리 연대, 연합을 이뤄 보다 확실한 정권교체를 이루는 기반을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왔는데 오늘 심 대표가 저와 단일화를 했다”며 밝게 웃었다.

 

이 후보는 기자회견에서 심 후보가 박근혜 전 대표와 고건 전 총리를 거론하며 ‘보수대통합 역할론’을 언급한 데 대해서도 ”아주 기대가 크다“고 반겼다.

 

이 후보는 ”아직 저로서는 심 대표가 구체적으로 어느 정도 (진척 상황)를 가지고 말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나도) 바라는 방향이다“고 말했다.

 

“BBK, 진실 빨리 밝혀져 국민이 선택하는 데 (근거) 자료 돼야”

 

이번 주는 그야말로 ‘운명의 한 주’. 올해 대선에서 가장 큰 변수가 될 ‘BBK 사건’에 대한 검찰의 중간수사 발표가 있다. 이 발표에 따라 어쩌면 이 후보는 지지율 1위로 껑충 뛰어 오를 수도, 아니면 내리막길로 향할 수도 있다.

 

이 후보는 검찰이 정치적 고려를 해서는 안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검찰이 수사결과가 대선에 미칠 영향을 생각해 어떤 후보에게도 유리하거나 불리한 영향을 주지 않는 선으로 발표 수위를 조절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이와 관련, 이 후보는 “국민은 검찰 믿어야 하고 검찰은 그런 국민의 믿음에 마땅히 보답해야 한다”며 “검찰의 명예와 사활을 걸고 공정하게 수사를 하고 발표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검찰이 만일 정치적인 고려를 하기 시작하고 정치적인 이해 관계를 따지기 시작하면 나라의 법이 없어진다”며 “진실이 빨리 밝혀져 국민들이 선택하는 데 (근거) 자료가 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후보는 출마선언 이후 대구를 두 번째 찾는다. 이 후보에게 대구는 각별한 곳이다. 지난 대선에서 대구는 이 후보에게 77.8%의 득표율을 안겼다. 또한 이 후보가 연대를 바라고 있는 박근혜 전 대표의 지지세가 확고한 ‘정치적 고향’이기도 하다.

 

이 후보가 본격적인 선거운동이 시작된 이후 첫 지방일정을 대구에서 시작하는 것만 봐도 짐작할 수 있다. 이날 열차 안에서도 이 후보는 대구와 관련한 지방공약 내용을 훑어보고 있었다.

 

이 후보는 이날 동성로 한일극장 앞 유세에서 “저의 마음의 고향인 대구, 항상 저에게 힘 불러 일으켜 주시고 사랑과 격려 쏟아주시는 대구에서부터 다시 출발하려고 왔다”며 ‘무한 애정’을 드러냈다.

 

대구시민들도 이 후보를 환호로 맞았다. 이 후보가 내릴 때에 맞춰 동대구역은 이 후보를 반기는 인파로 가득했다. 동성로에서도 시민 수백 명이 이 후보를 맞았다.

 

“대구는 마음의 고향...달걀 또 날아오면 마사지 한번 더 하지 뭐”

 

이 후보는 인터뷰에서 “이번에는 대구-경북이 여러 가지 면에서 선거에 많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곳”이라며 “그런 만큼 대구에 다시 가서 대구 시민, 또 경북도민에게 (저를 지지해달라고) 호소를 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지난 달 13일 대구 서문시장을 찾았다 ‘달걀 세례’를 받았지만 개의치 않은 듯 했다. 이 후보는 “아이고, 그건(또 ‘달걀 세례’를 받을까) 걱정하지 않는다. 또 (달걀이 날아)오면 마사지 한번 더하지 뭐”라며 껄껄 웃었다. 지난 번에도 이 후보는 달걀을 맞은 후 “계란 마사지를 했다”며 담대한 태도를 보여 주위를 놀라게 했다.

 

이 후보는 이날 특실이 아닌 일반석에 앉았다. 이 후보는 “돈이 없으니 당연한 것”이라며 “시민들이 따뜻하게 봐주시더라”며 환하게 웃었다.

 

이번 선거에 임하는 남다른 각오도 밝혔다. 이 후보는 “이번은 져서는 안될 선거”이자 “우리나라의 새벽의 문을 열기 위해 몸을 던지는 것”이라고 표현했다.

 

이어 “잘 되면 당선되고 안되면 할 수 없고 하는 기분으로 나온 것이 아니다”라며 “이번에 반드시 정권교체를 이뤄 (출마선언 때문에 들었던) 치욕스러운 비판과 욕설이 하나의 역사적 전환을 가져오기 위해서 치러야할 대가였다는 것을 알 수 있게 하겠다”고 다짐했다.

 

다음은 이 후보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 일반석에 앉아 깜짝 놀랐다.
“돈이 없으니까 당연하다.”(웃음)

 

- 점심은 어떻게 했나?
“도시락 먹었다. 배가 고프니까 다 맛있더라.”

 

- 시민들 반응은 어떻던가?
“괜찮다. 다 따뜻하게 봐주시고.”

 

“왜 일반석 앉냐구요? 돈 없으니 당연하죠”

 

- 기차에 오르기 전 심대평 후보와 후보단일화 기자회견을 했다. 어떤 의미가 있나?
“오늘 아주 기분이 좋았다. 우리가 좀 같은 방향으로 가는 정치세력끼리 연대, 연합을 이루어서 보다 확실한 정권교체를 이루는 기반을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평소 생각해왔는데 오늘 국민중심당 심대평 대표가 스스로 후보를 포기하고, 말하자면 후보를 저와 단일화 한 거다. 그렇게 이번 대선을 치러서 꼭 정권교체를 이루자고 합의를 했다. 아주 오늘 기분이 좋다.”

 

- 심 후보가 회견에서 고건 전 총리, 박근혜 전 대표 이름을 거명하면서 보수세력 결집에 역할을 하겠다고 했는데.
“아주 기대가 크다. 구체적으로 아직 심 대표가 말한 게 어느 정도 (진척 상황)를 가지고 말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저도) 바라는 방향이다."

 

- 이 후보가 ‘경천동지라고 할 만한 대변화가 올 것이다’라는 말을 한 적이 있다. 김병호 의원에게도 직접 도와달라고 말했다고 하던데.
“김병호 의원은 본인이 약간 착오로 말씀하신 것 같은데, 제가 전화한 것보다 김 의원이 정권교체를 위해 정말 가야할 길이 이 길이다 하는 결심을 하고 오셨다고 생각한다. 제 생각에 제가 말하는 진정한 정권교체를 바라는 분들이라면 당연히 뜻을 모으고 힘을 모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리라고 믿는다.”

 

- 이번 주에도 좋은 소식을 기대해도 되겠나?
“그건 모르겠다.”(웃음)

 

“BBK 사건 진실, 하루 빨리 밝혀져야”

 

- 언론에서 이번 주를 ‘운명의 한 주’라고 표현한다.
“운명의 한 주라… 말이 그럴싸하네. 말 되네요.”

 

- 검찰의 BBK 사건 중간수사 발표가 있어서다. 대선의 큰 변수가 될텐데, 어떻게 발표가 나리라고 보나.
“그거야말로 전혀 모르겠다. 대선에 여러 가지 선거 이슈가 있는 것이고 국민들이 선거에서 선택을 하기 위해서는 정말 중요한 이슈, 쟁점 같은 것을 가지고 고민을 하시고 그렇게 되어야 하는데, 이번에는 BBK라는 게 하도 폭발적인 뭐가 있는 것처럼 돼버리는 바람에 온통 선거 정국이 BBK에 의해 좌우되는 것처럼 돼버렸다. 사실 정상은 아니다.

 

어쨌든 검찰이 발표한다니까 두고 봐야겠지만, 만일 정말 뭐가 잘못된 것이다라고 한다면 빨리 진실이 밝혀져서 국민들이 선택하시는 데 선택의 자료가 돼야할 거고, 또 만일 아무것도 없는데 그렇게 (의혹이 불거지게) 됐다 하면 그것도 빨리 밝혀서 해당 후보가 피해 입는 일이 없도록 해야할 것이다. 하여튼 진실 빨리 밝혀지길 바란다.“

 

- 일각에선 검찰이 정치적인 고려를 해서 어느 후보에게도 유리하거나 불리하지 않은 선에서 발표를 할 것이란 얘기도 나오고 있는데.
“하하하. 그건 정말 검찰이 귀신같네. 나는 모르겠어요. 어떻게 그런 결정이 있는 건지.”

 

- 검찰을 믿나?
“국민은 검찰을 믿어야 하고 검찰은 그런 국민의 믿음에 마땅히 보답해서 검찰의 명예에 사활을 걸고 공정하게 수사를 하고 발표를 해야 한다. 검찰이 만일 정치적인 고려를 하기 시작하고 정치적인 이해관계를 따지기 시작하면 나라의 법이 없어진다.”

 

- 대구·부산 두 번째 방문인데, 기분이 어떤가.
“이번에 대구·경북은 여러 가지 면에서 선거에 많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곳이다. 무슨 지역주의다 이런 걸 떠나서…. 그런만큼 대구에 다시 가서 정말 (진심으로) 대구시민, 또 경북도민에게 (지지를) 호소를 하려고 한다.”

 

- 유세 때 어떤 메시지를 전할 건가?
“그거는 미리 밝히면 안되지.”(웃음)

 

“과거와 달리 이번엔 져서는 안될 선거...새벽 열기 위해 몸 던졌다”

 

- 지난 번에 방문했을 때 달걀 봉변이 있었는데 걱정은 되지 않나.
“아이고, 그건 걱정하지 않아요. 또 오면 마사지 한번 더하지 뭐.”

 

- 내일 부산으로 이동할 때도 KTX 일반석으로 이동할 건가?
“그럼요! 그래야죠. 돈을 좀 주시면 좋은 데로 가서 타고 가고.”(웃음)

 

- 주위에서 후보가 많이 바뀌었다는 말을 하는데.
“이번에 선거에 나온 마음가짐이 남다르죠. 그러니 전과도 물론 다르고요. 전 이번에 무슨 선거에 나와서 잘 되면 당선되고 안되면 할 수 없고 이런 기분이 아니다. 이번에는 반드시 내가 정권교체를 이뤄야겠다. 그래야만 치욕스러운 비판과 욕설을 들었지마는 결국 그것이 하나의 역사적 전환을 가져오기 위해서 치러야할 대가였다는 것을 알 수 있게 될테니까. 반드시 정권교체를 이뤄서 국민에게 왜 이회창이가 나와서 그토록 욕을 먹고 고생하면서 이것을 했던가, 결국 우리나라의 하나의 새벽의 문을 열기 위해 바로 그 사람이 그토록 몸을 던져 일한 것이었구나, 생각하시게끔 하려고 한다.”

 

- 점퍼 차림이 지겹진 않나?
“(고개를 가로저으며) 우선 편하죠. 그리고 넥타이 메고 이렇게 하는 게 좀 답답해요. 점퍼로 쭉 다니니까 오히려 편한 게 좋은 것 같다.”

 

- 끝으로 <오마이TV> 시청자와 네티즌에게 인사 부탁드린다.
“여러분, 저 이회창입니다. 기호는 12번 허허허. 꼴찌 12번입니다. 참, 선거운동 막상 다니니까 힘도 들고요. 이번에는 특히 과거와는 달리 절대 져서는 안 될 선거거든요. 그런만큼 각오도 남다르고 더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네티즌 여러분께서도 많이 저를 기억해주시고 도와주시기 바랍니다. (손가락으로 투표용지를 그리며) 12월 19일에 꼭, 투표용지 제일 끝에 맨 꼴찌 12번에 ‘탁’ 찍어주시면 저를 확실하게 도와주시는 겁니다. 감사합니다.”


태그:#이회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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