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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은 정몽준을 얻었고, 이회창은 심대평을 얻었다.

정몽준 의원과 심대평 국민중심당 대통령후보는 3일 같은 시각(오전 11시)에 기자회견을 열어 각자의 선택을 밝혔다.

보수진영의 양 후보가 각각 세 불리기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올리는 가운데, 범여권 진영의 단일화 협상은 지지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양 진영의 행보를 놓고 보수세력 분열이 고착화되는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정몽준] 2002년엔 노무현, 2007년엔 이명박

무소속 정몽준 의원(가운데)이 3일 여의도 한나라당사에서 이명박 후보에 대한 지지선언을 하고 한나라당에 입당한 후 이명박 대선 후보(오른쪽), 강재섭 대표가 손을 맞잡고 기뻐하고 있다.
 무소속 정몽준 의원(가운데)이 3일 여의도 한나라당사에서 이명박 후보에 대한 지지선언을 하고 한나라당에 입당한 후 이명박 대선 후보(오른쪽), 강재섭 대표가 손을 맞잡고 기뻐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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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의원은 기자회견에 앞서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이명박 한나라당 대통령후보를 만난 뒤 이 후보 지지와 한나라당 입당을 결정했다.

울산 동구에서 내리 5번 당선된 정 의원은 1992년 대선에서 아버지 정주영 전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선거 운동을 도왔다. 또한, 2002년 대선에서는 노무현 대통령과의 '후보 단일화'로 참여정부의 출범에 상당한 역할을 한 바 있다. 그러나 정 의원은 투표일 전날 노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철회했다.

정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에 앞서 배포한 기자회견문을 통해 "지난 16대 대선에서의 혼선에 대한 일말의 책임을 의식하고 있는 저는 17대 대선을 보름여 앞둔 이 시점에서 결정을 내렸다. 무책임하게 중립지대에 안주할 수는 없다"며 지지 배경을 설명했다.

정 의원은 기자회견에서 노 대통령과의 단일화에 대한 소회도 상세히 밝혔다.

"정당은 국민통합 기능이 중요하기 때문에 둘(노무현과 정몽준)의 성장 배경은 다르지만 생각은 맞춰갈 수 있지 않나 하는 이상적인 생각으로 단일화를 했다…(중략)…노 대통령 본인이 '공동 정부'라는 표현을 썼지만 거기에 비중을 두는 것 같지도 않았고, 지금 보면 노무현 정부가 결과적으로 공보다 과가 많아서 많은 분의 가슴을 상하게 한 거 아닌가 생각한다."

정 의원은 "미국 민주당에는 케네디 가문, 공화당에는 록펠러 가문이 있어 양당 제도에 기여했다"며 "나도 우리나라 양당 제도 발전에 기여할 생각"이라는 말도 했다.

정 의원의 이명박 지지 선언은 이 후보가 92년 정계에 들어오기 전 30년 가까이 몸담았던 현대가(家)와의 화해의 의미도 있다. 정 의원은 부친(정주영)과 이 후보의 관계에 대해 "두 분이 서로 상대편의 능력을 잘 알고 서로 고마워하는 사이였다"고 회고했다.

[심대평] 양쪽과 협상... 결국 창을 들었다

이명박과 이회창 양측과 단일화 협상을 진행해 온 심대평 국민중심당 후보는 결국 이회창 후보를 선택했다.

심 후보는 국민중심당 당사에서 이회창 후보와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이 후보로의 단일화를 선언했다.

이회창 후보는 "심대평 후보가 참으로 역사적인 결단, 어려운 결단을 내려주었다"고 감사를 표시했고, 심 후보는 "5번(자신의 기호)과 12번(이회창 후보 기호)이 합쳐 17번이 된다면 17대 대통령이 될 것임이 확실하다"고 단일화에 숫자의 의미를 부여했다.

두 사람은 공동성명서에서 "말만 앞세우는 무책임하고 무능한 좌파이상주의 세력도, 가진 자들을 우선하는 부패하고 부도덕한 과거지향주의 세력도 중차대한 국가적 대임을 수행하기 위한 선택 2007이 될 수 없음이 점점 분명해지고 있다"며 "대통령후보는 이회창으로 단일화하고 보수대통합의 중심에 심대평이 설 것"이라고 말했다.

이회창 무소속 대선후보와 심대평 국민중심당 대선후보가 3일 오전 여의도 국민중심당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회창 후보로 단일화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두 후보가 기자회견에 앞서 악수를 하고 있다.
 이회창 무소속 대선후보와 심대평 국민중심당 대선후보가 3일 오전 여의도 국민중심당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회창 후보로 단일화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두 후보가 기자회견에 앞서 악수를 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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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세력 파이 커졌다... 세력 분열 고착화 신호탄

정 의원과 심 후보의 선택을 놓고 정치권에서는 "보수세력의 '파이'가 합종연횡으로 커졌다"는 관측이 유력하다.

이명박 후보는 정 의원의 합류로 2002년 대선에서 정 의원을 지지했던 중도보수 성향 유권자들을 견인하는 데 힘을 보태게 됐다. 5년 전 반(反) 이회창 진영에 섰던 정 의원으로서도 당시에 비해 보수 색깔이 상대적으로 빠진 한나라당을 선택할 명분이 한층 넓어졌다고 볼 수 있다.

반면, 이회창-심대평 단일화는 보수세력 분열이 고착화되는 신호탄으로 해석될 소지가 많다.

이회창 후보는 이번 단일화에 대해 "역사적 안목으로 길게 보면서 다음 시대를 다시 열기 위해 합쳤다"며 "대선 후에도 뜻을 같이 하면서 이 나라 정치의 장을 열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당장 대선에서의 협력을 넘어서 내년 총선을 목표로 한 '이회창 신당'이 출범할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졌다는 뜻이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독자생존'과 '한나라당과의 합당' 사이에서 고민하던 국민중심당으로서도 이회창이라는 '새로운 충청권 간판스타'의 영입을 통해 당의 활로를 찾았다고 볼 수 있다.

한나라당-국민중심당 통합은 지분 시각차로 무산

국민중심당과 한나라당의 통합 협상은 지분에 대한 시각 차이로 무산됐다고 한다. 전날 이방호 한나라당 사무총장이 "구멍가게 지분으로 터무니없는 가격을 부르며 장사한다"고 노골적으로 비판한 것이 심 대표를 비롯한 국민중심당 지도부의 심기를 건드렸다는 후문이다.

그 때문인지 한나라당과 이회창 캠프는 상호 비방전에 열을 올렸다.

나경원 한나라당 대변인은 "이회창-심대평 단일화는 결국 정권교체를 바라는 국민의 뜻을 거스르는 의미 없는 만남"이라며 "대의보다는 총선에서의 지분과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이합집산일 뿐"이라고 깎아내렸다.

이회창 후보의 이혜연 대변인은 "정몽준 의원은 2002년 대선 당시 국민의 열망을 외면하고 정권교체의 훼방꾼으로 전락, 역사의 오점을 남겼다"며 "정 의원이 또다시 이회창 후보로의 진정한 정권교체를 방해한다면 국민과 역사의 가혹한 심판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정 의원의 한나라당행(行)을 비난했다.


태그:#정몽준, #심대평, #이회창, #이명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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