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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님 수제비 남았어요?" "아니 싹 싹 다먹었는데 어쩌지." "수제비 이야기 하니깐 갑자기 수제비가 먹고 싶네. 오래 되었거든요" 지나는 길에 들렀다는 올케의 그 말이 미안했다. 워낙 큰 냄비에 끓인 수제비라 그렇게 싹 싹 비울 줄을 몰랐다. "올케 내가 언제 수제비 해서 부를게" "네~~ " 하는 것을 보니 정말 수제비가 먹고 싶었나 보다. 나도 그렇게 말 할 수밖에 없었다.

 

2일은 찬바람이 불어오면서 꾸물꾸물하는 것이 을씨년스러웠다. 뜨거운 음식이 생각나는 계절. 늦은 점심으로 따끈한 수제비를 해먹기로 했다. 멸치와 무, 다시마를 넣고 육수를 끓였다. 끓는 육수에 물에 불린 표고버섯을 넣고 다시 끓인다.

 

1시간 전에 반죽해 놓았다. 밀가루 반죽을 하면서 딸아이한테 전화를 했다. "니네 아직 점심 안 먹었으면 수제비 먹으러 올래?" " 응 좋아. 그렇지 않아도 점심 먹으러 나갈까 아님 시켜 먹을까? 하던 중이었어" 하며 좋아한다.

  

 

반죽해 놓은 밀가루를 얇게 떠서 넣고 감자와 호박도 넣고 맑은 수제비를 끓였다. 약간의 국간장과 소금으로 간을 했다. 소금으로만 간을 하는 것보다는 국간장을 약간 넣어 간을 맞추면 더욱 구수한 맛이 난다. 떼어 놓은 수제비가 보글보글 끓는다. 마지막으로 파와 청양고추를 넣고 끓여 준다. 매운 것을 못 먹는 손자들을 위해서는 청양고추를 넣기 전에 따로 퍼 놓았다. 딸식구들이 왔다.

 

뜨끈 뜨근한 수제비 위에 양념장을 넣어 먹기 시작했다. 늦은 점심이라 그런지 모두들 잘 먹는다. 어른들은 물론 손자들도 맵지 않은 수제비를 두 그릇씩 먹었다. 설거지는 딸아이가 하고 제 집으로 돌아갔다.

 

그런 후 남동생과 올케가 온 것이다. 올케가 커피 한 잔 마신다면서 가스불에 주전자를 올려 놓았다. 주전자를 올려 놓으면서 옆에 있던 냄비 뚜껑을 열어보는지 달그락 소리가 났다. 그러면서 수제비가 남았는지를 물어본 것이다. 그때까지만 해도 난 정말이지 수제비가 안 남았는 줄만 알았던 것이다.

 

올케와 그런 대화를 나눈 뒤 올케와 남동생은 제 집으로 돌아갔다. 그 둘을 집으로 보낸 뒤 주방으로 가서 작은 냄비를 열어보았다. '어머나 이 일을 어째 올케가 이 냄비뚜껑을 열어 본 모양인데.' 그 안에는 수제비가 한 그릇 정도 남아 있는 것이 아닌가. '야 올케가 오해했겠다. 두고도 안 준다고' 옛말에 먹는 것에 정난다는  말이 있듯이 올케가 많이 섭섭했을  것 같다.

 

난 올케에게 전화를 했다. "올케 내가 설거지를 하지 않아서 수제비 남은 것을 몰랐네. 올케가 많이 섭섭했겠다. " 올케가 웃으면서 "괜찮아요. 다음에 수제비 해서 부르세요" 한다. 올케가 그러는 것을 보면 그 당시 속으로는 꽤 섭섭했던 모양이었다. 빨리 전화를 해서 해명하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올케 다음에 수제비 더 맛있게 해서 꼭 부를게!"


태그:#수제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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