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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 수사 발표가 5일 나오나?"
"…."


"검찰이 지금쯤 그 때 대략적인 결과를 내놓겠다는 언질을 줄 필요가 있지 않나. 대선이 20일도 남지 않았는데 국민들도 결과를 봐야하지 않겠나. 대선이 끝날 때까지 수사를 계속 한다면 국민들도 선택할 수 있는 다른 기준을 찾아야 하고…."
"처음 말씀드렸듯이 최대한 신속히, 철저히 실체를 규명해서 사건을 처리하겠다는 기조는 지금도 유효하고 그런 마음가짐으로 수사를 열심히 하고 있다."

 

30일 오전 10시 서울중앙지검. BBK 주가조작 사건 수사를 브리핑하던 김홍일 서울중앙지검 3차장검사는 피곤한 듯 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렸다.

 

결국 김 차장검사는 이날 브리핑에서도 중간 수사 발표 시점이나, 수사 내용 등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 "열심히 수사하고 있다"는 말로 대신했다.

 

해외로 출국해버린 핵심 참고인들

 

BBK 주가조작 사건과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 연루 여부를 수사중인 검찰은 지금까지 ㈜다스 관계자 및 BBK 투자자, BBK·옵셔널벤처스 직원과 임직원들을 참고인으로 소환해 각각 진술들을 듣고 있다. 애초 문제가 불거졌던 이면계약서와 도장의 진위여부도 대검 문서감정실로부터 감정결과를 받았고, 관련 계좌 추적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30일은 이 후보의 처남인 김재정씨를 참고인 자격으로 소환해 조사할 예정이다. 김씨는 이 후보가 실소유주라는 의혹을 받았던 도곡동 땅의 지분 일부를 가지고 있고 ㈜다스의 지분 48.99%를 갖고 있다. 검찰은 김씨를 상대로 ㈜다스가 김경준씨가 설립한 BBK에 190억원을 투자한 경위 등을 조사할 예정이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검찰의 수사에 진척은 있는지, 수사 결과 발표가 대선 전에 이뤄질 수 있는지는 오리무중이다.

 

또 사건 관련 핵심 참고인들이 출국해있는 상태이고 자금 추적의 경우 해외로 연결된 계좌가 많아 수사에 장애가 되고 있다. 김 차장검사도 지난 28일 브리핑에서 "형사법이 미치지 않는 해외계좌나 해외에 체류중인 참고인에 대한 수사가 어렵다"는 점을 토로한 바 있다.

 

우선 ㈜다스의 지분 46.85%를 소유하고 있어 BBK 투자경위를 설명해줄 수 있는 또 다른 대주주, 이 후보의 형인 상은씨가 중국으로 출국해있는 상태다.

 

또 지난 1일 서혜석 대통합민주신당 의원이 가장 수상쩍은 회사로 지목한 오리엔스캐피탈(오리엔스캐피탈은 BBK에 49억 투자한 뒤 104억원을 돌려받았다) 회장 조모씨나 2001년 11월 이 후보와 김경준씨를 '사기죄'로 고소했던 심텍 사장 전모씨도 해외에 체류 중이다.

 

김 차장검사는 "여러가지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는 말로 수사 진행이 녹록치 않음을 시사했다.

 

대통합민주신당·한나라당 번갈아가며 항의 방문

 

검찰이 수사 내용이나 수사 일정 등에 대해 극도의 보안을 유지하고 있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이 사건이 가진 '폭발력' 때문이다. 당장 대선이 19일밖에 남지 않은 데다, 현재 검찰 수사 결과만으로도 2007년 대선의 향방이 결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BBK와 관련해 대통합민주신당과 한나라당이 서로 고소·고발한 것이 10건을 넘는다는 사실이 그 폭발력을 증명하고 있다.

 

게다가 대통합신당과 한나라당은 매일 폭로와 해명을 주고 받으며 한 목소리로 검찰의 엄정한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지난 29일 대통합신당 의원들은 긴급 의총을 열고 검찰에 BBK 수사 결과 발표와 이 후보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할 것을 요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한 뒤 대검에 항의방문했다. 한나라당 의원들도 "신당의 항의방문은 사실상 공작수사를 하라고 검찰을 압박하는 것"이라며 30일 오후 대검에 항의 방문할 계획이다.

 

국회의원들의 대검 항의 방문은 한나라당 경선이 치러진 지난 8월 도곡동 땅 수사 때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박근혜 의원을 지지하던 한나라당 의원 11명이 "수사 발표를 미루고 있다"며 대검을 항의방문했고, 수사 결과가 발표되자 이 후보를 지지하던 한나라당 의원들이 밤새 대검 앞에서 항의농성을 진행하기도 했다.

 

결국 도곡동 땅 수사 때 검찰은 "제3자의 소유로 보인다"는 애매한 발표와 함께 정치적 논란으로 번질 수 있는 어떠한 해석도 내놓지 않았다.

 

임채진 검찰총장은 지난 26일 취임사에서 "있는 것은 있다고 하고 없는 것은 없다고 할 것"이라며 확실한 수사 결과를 내놓을 것이라 다짐한 바 있다. 하지만 이제 구속 수감 중인 김씨를 기소하기까지 주말을 제외하면 3일밖에 남지 않았다. 수사의 난항, 정치권의 압력 행사를 검찰이 어떻게 뚫을지 주목된다.


태그:#BBK, #김경준, #검찰, #항의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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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5월 입사. 사회부(2007~2009.11)·현안이슈팀(2016.1~2016.6)·기획취재팀(2017.1~2017.6)·기동팀(2017.11~2018.5)·정치부(2009.12~2014.12, 2016.7~2016.12, 2017.6~2017.11, 2018.5~2024.6)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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