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피렌체 여행을 마치고 짐을 꾸렸다. 다음 행선지인 베네치아로 향해야 하기 때문이다. 아쉬움이 남지만 베네치아를 마지막으로 이탈리아에서의 일정은 마치게 된다. 아침 일찍 기차를 타야 하기에 빠진 것은 없는지 꼼꼼히 챙기고 일찍 자기로 했다.

 

다음날 아침, 평소 상쾌하던 아침하늘은 잔뜩 찌푸려 있었다. 걱정이 앞서기 시작했다. 다음 행선지인 베네치아는 여행 계획을 짜는 동안에도 가장 우선적으로 생각했고 가장 기대가 컸던 선망의 도시 아니었던가.

 

여러 매체를 통해 접했던 베네치아의 풍경. 수많은 다리로 연결된 섬들과 그 사이를 가로지르는 물길, 그리고 수많은 배들의 향연은 이미 나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터였다. 특히, 전 세계 영화인의 축제 '베니스 영화제'가 펼쳐지는 '리도섬'에 가게 된다는 상상 만으로도 행복했다.

 

 

'베네치아에 도착하면 비가 오지 않을 거야!'

 

마음속으로 여러 차례 되뇌어 보지만 그 기대는 그리 오래 가지 않았다. 아침부터 보슬보슬 내리던 빗줄기는 베네치아에 도착할 무렵, 더 굵고 거세졌다. 길지 않은 관광 일정 동안 수많은 관광객들 틈에서 우산을 쓰고 다녀야 한다는 생각에 걱정이 앞섰다.

 

그러나 하늘이 도왔던 것일까? 베네치아 싼타루치아 역에 내려서 짐을 맡기고 나오니 빗줄기는 점차 가늘어지기 시작했고 10여분이 지난 후에는 완전히 그쳤다. 그리고 역에서 나오자마자 눈앞에 펼쳐진 풍경은 기대 이상으로 나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푸른 하늘의 맑게 갠 날씨는 온데간데없이 흐린 날씨였지만 비가 오지 않는다는 사실 만으로도 기뻤고, 눈앞의 광경은 모든 아쉬움을 덮기에 충분했다.

 

 

오후 내내 돌아다녀야 하기 때문에 일단 간단히 끼니를 해결하기로 했다. 우선, 여행책자를 통해 미리 '찜'해뒀던 음식점에서 스파게티와 빵 등을 먹었다. 특별히 맛있지는 않았지만 본 고장에서 먹어 본다는 의미 때문인지 남다르게 느껴졌다.

 

무거운 짐을 보관소에 맡기고 점심까지 먹으니 몸과 마음이 한결 가뿐해 졌다. 무엇보다도 날씨에 대한 걱정에서 해방된 것이 가장 기뻤다. 맑은 하늘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 같지만 비가 오지는 않을 거란 확신이 들었기 때문이다.

 

 

버스(배) 정류장과 택시(곤돌라) 정류장에는 다음 행선지로 이동하려는 관광객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이들 틈에서 곧 녹색 빛깔의 대운하을 가로질러 이곳저곳을 여행하게 될 것이다.

 

매년 1300만 명의 엄청난 관광객이 다녀가는 관광도시, 한편으로는 지구 온난화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거론되는 곳 베네치아. 이곳에서의 여행은 그렇게 시작되고 있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SBS U포터뉴스’에도 송고됐습니다.


태그:#여행, #유럽, #이탈리아, #베네치아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