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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벌써 동백꽃이 피었네.”

 

꽃의 색깔이 어찌나 붉은지 가슴이 설렌다. 초록 이파리 사이로 부끄러워 고개를 숙이고 있는 모습이 새색시 얼굴을 닮아있다. 가슴속에는 무엇을 먼저 해야 할지 몰라 주체를 하지 못하면서도 겉으로는 수줍어서 나타낼 수가 없는 절실함이 그대로 담겨 있다. 당당하게 드러낼 수는 없지만 하고 싶은 일로 그득 차 있는 그런 자태다.

 

동백 붉은
동백붉은 ⓒ 정기상

충청남도 사천군 비인면에 있는 바닷가 마을의 집에 심어져 있는 동백나무다. 여러 그루가 심어진 것이 아니라 달랑 한 그루뿐이다. 외로워서 그렇게 일찍 피워낸 것일까? 아니면 그리움으로 피워낸 것일까? 이파리 뒤에 숨어 피어 있는 모습이 그렇게 우뚝할 수가 없다. 꽃 한가운데에 있는 노란 수술의 모습이 사랑을 생각하게 한다.

 

꽃은 사랑을 말하고 있었다. 사랑받기를 바라고 사랑하기를 원하고 있었다. 쓸쓸한 바닷가에서 사랑을 기다리고 있었다. 출렁이는 바다를 보면서 사랑을 키우고 있고 사랑의 염원이 하나로 되어 꽃을 피워낸 것이다. 누구를 위하는 사랑이 아니라 자신을 위하는 사랑을 하고 있었다. 자신을 불태울 수 있는 사랑을 파고 있었다.

 

꽃을 바라보면서 나를 들여다본다. 지금 사랑하고 있는가? 사랑을 갈구하고 있는가? 물음에 대한 답을 선뜻할 수가 없다. 사랑의 샘이 메말라버린 것은 아닐까? 무슨 일이나 심드렁해져 있다. 지루함을 떨쳐버릴 수 없고 활기를 찾을 수 없다. 모든 일이 시시하게 느껴지고 의욕을 나지 않는다.

 

마음 설레는
마음설레는 ⓒ 정기상

어제가 오늘이고 내일 또한 오늘과 다를 것이 없을 것이란 생각이 힘을 빠지게 한다. 온몸에서 빠져나가 버린 에너지를 보충하는 것조차 흥미가 없다. 단조로움이 매일 매일 쌓이게 되니, 악순환이다. 이를 방치하게 된다면 우울증으로 이어질 것이 분명하다. 처방이 필요한 때다.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오직 사랑뿐이다.

 

사랑을 해야 한다는 생각은 넘친다. 그러나 일상에서 사랑을 찾으려 하지 않고 뭔가 다른 것을 원하고 있다. 특별한 사랑을. 거대하고 차원이 다른 사랑만을 원하고 있었다. 이런 마음이 앞서다 보니 일상의 모든 것들은 시원찮게 여겨진다. 가족들의 소중함도 의식하지 못하고 이웃에 대한 관심도 사라졌다.

 

자기 고집만을 피우고 있는 집사람의 행동도 마음에 들지 않고 바라는 대로 행동하지 않는 아이들의 모습 또한 불만이다. 기대하는 대로 따라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데 이런 마음과는 달리 모두 다 자신의 욕심만을 앞세운다. 이해하고 배려하려는 마음보다는 무엇인가를 더 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앞서고 있는 것이다.

 

감추고만 싶은
감추고만싶은 ⓒ 정기상

기댓값에 미치지 못하게 되니, 자연스럽게 불만이 생기는 것이다. 조금 더 양보한다면 얼마든지 충족시켜 줄 수 있을 텐데, 그렇게 하지 않는다고 원망하는 것이다. 이런 욕구는 나뿐만 아니라 집사람도 마찬가지다.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이런 마음이 무성한 상태에서 일상을 보내게 되니, 단조로울 수밖에 없다.

 

동백꽃이 돋보이는 것은 붉은색 꽃 이파리 때문만이 아니다. 한가운데 노랑으로 꽉 차 있는 수술의 모습이 우뚝하여 마음을 잡는다. 이색적은 사랑을 원하지만 영원히 그 것은 얻을 수 없음을 말하고 있었다. 한적한 바닷가에도 얼마든지 아름다운 사랑을 꽃피울 수 있음을 증명하고 있는 것이다.

 

사랑은 삶 속에 있다. 특별한 사랑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매일 매일 반복되는 일상 속에 담겨 있는 것이다. 단지 그것을 보지 않기 때문에 찾아내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사랑이 있는 곳에서 찾지 않고 엉뚱한 곳에서 찾고 있으니, 찾을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러면서 사랑이 없다고 불만만 키우고 있는 것이다.

 

수줍은  마음
수줍은 마음 ⓒ 정기상

일상 속의 사랑이란 생각하는 것을 말한다. 생활하면서 사랑하는 사람을 떠올리면서 뭔가 해줄 수 있는 것이 없을까 궁리하는 것이 바로 사랑이다. 좋은 것을 보면 그것을 사랑하는 사람에게 가져다주고 싶은 것이 특별한 사랑이고 멋있는 곳을 발견하게 되면 데리고 오고 싶은 마음이 바로 색다른 사랑인 것이다.

 

사랑하는 마음이 넘치고 있는 눈으로 바라보게 되면 시시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아니 온통 경이롭기만 하다. 날마다 떠오르는 태양이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고 어김없이 일어나 아침을 준비해주는 아내가 그렇게 사랑스러울 수가 없다. 아무 사고 없이 잘 보내고 있는 아이들이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다.

 

사랑 붉은
사랑붉은 ⓒ 정기상

동백의 붉은 꽃을 통해 새로운 사랑을 발견하게 된다. 살아가고 있는 일상에 사랑이라는 보물이 숨겨져 있다는 것을 모르고 있었으니, 어리석은 마음을 실감하게 된다. 한꺼번에 많은 것을 할 수는 없다. 시시하다고 여기고 있는 것에 진실한 사랑이 숨 쉬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기온이 떨어지는 겨울에 사랑으로 훈훈하게 보내야겠다.

덧붙이는 글 | 사진은 충남 서천군 비인면에서


#동백#설렘#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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