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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며

 

10월 23일 이회창 후보의 지지모임인 ‘충청의 미래’가 ‘대선후보 추대대회’를 벌인 이후, 이회창 후보의 대선 출마 여부가 대선의 화두로 던져졌다. ‘보수진영’과 ‘진보개혁진영’이 길게는 지난 10년, 짧게는 참여정부 5년에 대한 평가와 향후 한국 사회의 미래 전망을 놓고 유권자들의 선택을 받기 위한 대결 장으로 펼쳐지던 17대 대선은 이회창 후보의 출마로 근본부터 뒤틀리게 됐다. 그렇지 않아도, BBK 문제 등으로 인해 정책선거의 실종이 우려되는 상황이 이 후보의 출마로 인해 혼란이 가중된 것이다. 언론들이 특히 이러한 혼란을 부추겼다.

 

각 신문들은 10월 24일부터 이회창 후보의 출마와 관련된 기사와 사설·칼럼 등을 지면에 배치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한나라당 내부분열과 박근혜 전 대표의 움직임 등이 더해져 대선과 관련된 신문지면은 온통 ‘이명박·이회창·박근혜’ 등 한나라당 또는 보수정치세력의 움직임으로 채워졌다.

 

당연히 다른 정치세력들에 대한 보도는 축소되고, 대중들의 관심은 보수진영의 ‘동정’으로 모아질 수밖에 없었다. 각 신문들은 별다른 정책도 없이 선거에 뛰어든 이회창 후보를 주요하게 다루면서 한나라당 내부 공방, 보수진영 사이의 공방에 치중했고, 이에 따라 정책과 제대로 된 후보 검증은 실종됐다.

 

‘2007 대선 민언련 모니터단’은 이회창 출마설이 제기된 10월 24일부터 1주일(이하 이회창 후보 출마 전)과 이회창 후보가 대선 출마를 선언한 11월 7일부터 1주일(이하 이회창 출마 후)까지 신문보도를 분석해 각 기간 동안 어떤 후보가 어떤 비중으로 다뤄졌는지 비교했다. 아울러 이회창 후보 출마 이후 신문 보도가 특정 후보에 대한 편들기 경향을 보이지는 않았는지 살펴보기 위해 신문 기사의 편파성 여부도 분석했다.

 

1. 전체 보도량 분석

 

모니터 기간 중 대선과 관련한 전체 기사량은 총 1372건이다. 동아일보가 같은 기간 총 260건으로 가장 많은 양을 보도했으며, 조선일보가 236건 한겨레가 235건으로 뒤를 이었다. 서울신문은 209건으로 가장 적었다.(<표1>참고)

 


전체 보도량을 이회창 후보의 출마 전후로 비교해 본 결과, 이회창 후보 출마 이후 보도는 이전 보도(549건)의 1.5배인 총 823건이었다. 이는 출마 전 신문당 평균 92건의 보도를 보였던 반면, 이회창 후보 출마 이후 대선 보도는 평균 137건으로 급격히 늘어난 것이다.

 

선거일이 가까워짐에 따라 선거관련 보도량이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이회창 출마 직후 이전의 선거보도보다 1.5배나 보도량이 늘었다는 것은 기형적인 현상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 같은 현상은 분석 대상 6개 신문의 공통적인 현상이었으나, 특히 절대적 보도량이 가장 많았던 동아일보와 조선일보가 1.65배 늘었으며, 한겨레는 1.5배, 중앙은 1.48배 보도량이 늘었다. 경향과 서울은 비교적 증가폭이 낮았다.


2. 기사 유형별 보도량 추이

 

전체적인 대선 보도량이 급격히 늘어난 이후, 대선 보도가 질적으로 나아졌는가는 고민해 볼 부분이다. 기사 유형별 보도량의 추이를 살펴본 결과 눈에 띄는 몇 가지 사실이 드러났다.


우선 전체적으로 기획기사가 45건에서 17건으로 크게 줄었다. 대선보도에서 기획기사는 후보들의 정책 검증, 도덕성·자질검증, 대선 의제설정 등이 포함될 수 있다. 그러나 이회창 출마 직후 기획기사는 자취를 감추거나 크게 줄어드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조선일보와 중앙일보, 서울신문은 한 건도 없었다. 중앙은 10월 29일부터 ‘기획사설’인 ‘차기 대통령 이것만은 해야 한다’ 시리즈를 연재했으나, 보도형식 자체가 ‘사설’로 분류되어 ‘기획기사’에서는 제외되었다. (<표2>참고)

 


기획기사가 큰 폭으로 줄어든 반면, 사설과 내부칼럼의 수는 60건에서 97건으로 61.7%나 늘었다. 정계 은퇴를 선언한 이후 ‘대통령 불출마’ 뜻을 수시로 밝혀왔던 이회창 후보의 출마가 정당정치의 근본을 훼손하고 대선을 혼란으로 몰아갔다는 측면에서 선거와 관련된 사설과 칼럼이 많아졌다는 것은 이해할 만한 현상이다. 하지만 일부 신문들이 자신들의 주장을 담을 수 있는 사설·칼럼을 총동원하여 ‘이회창 후보’를 일방적으로 흠집 내고 특정 후보에 유리한 여론을 조성하려 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특히 중앙일보는 이회창 후보 출마 전 10건이었던 사설·칼럼이 출마 직후 23건으로 무려 두 배 이상 증가하기도 했다. 이미 이회창 출마 이전부터 많은 사설·칼럼에서 일방적인 주장을 펼치며 ‘심판이 아니라 선수로 뛴다’는 지적을 받아 온 동아일보는 이회창 출마 직후 17건의 사설·칼럼을 내보내 중앙일보의 뒤를 이었다.


이를 증명하듯 중앙·동아의 사설과 칼럼에는 단연 이회창 후보 출마에 대한 ‘자신들의 불만’을 표출한 내용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내용을 살펴본 결과 중앙일보는 총 13건, 동아일보는 총 11건이나 되는 많은 양을 이회창 후보 출마와 관련한 불편한 속내를 표출하는 데 썼다.


우리 단체는 11월 13일 <‘이회창 씨 출마’ 관련 신문 보도에 대한 대선 민언련 모니터단 보고서>에서 ‘이회창 출마 명분 없다’는 주장을 펴기 위해 보도량으로 물량공세를 퍼붓던 보수언론들의 행태를 지적한 바 있다.

 

이회창 출마 전 조·중·동은 기사에서 <“제 정신이냐…역사의 죄인 될 것”>, <대쪽과 쪽박>, <“부패 핵심 창, 출마땐 역사 코미디”> 등의 노골적이고 선정적인 기사들을 쏟았고, 출마이후에도 여전히 “대통령 병 환자”, “한국 정당사에 전례 없는 쿠데타” 등등의 표현을 빌어 이회창 후보를 맹비난하는데 열을 올렸다. 이들 주장의 근거가 일부 타당하다 하더라도, 이같이 선정적이고 감정적인 묘사는 언론의 중립성을 잃은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표3>참고)

 

 
3. 이회창 후보 출마 이후 후보(또는 정당별) 보도량 추이
 
우리는 이회창 후보 출마 이후 보도를 ‘주제 후보 및 정당’으로 세분해보았다. (<표4>참고)
 

그 결과 하나의 후보·정당이 다뤄진 기사의 경우 이회창 후보 출마 이전 기사 중에서 ‘이명박 후보 또는 한나라당’은 244건(66%)으로 다른 후보의 보도량 모두를 합친 124건보다 많았다. 또한 이회창 후보 출마 이후에도 ‘이명박 후보 또는 한나라당’ 주제의 기사만큼은 21건이 늘어 265건으로 나타났다.
 
이회창 후보 출마 이후 ‘이인제 후보 또는 민주당’을 제외한 여타 후보들의 ‘단독보도’는 줄었는데도, 이명박 후보와 한나라당 관련 보도는 유독 보도 비중이 더 높아진 것이다. 특히 이회창 후보가 출마 선언을 하기 전 대중집회에서 연설한 소식을 다루거나, 동정을 다룬 보도를 모두 ‘이명박 후보 또는 한나라당’ 관련 보도로 분류한 점을 감안한다면 이명박 후보와 한나라당에 대한 보도비중은 더욱 늘어난다.
 
반면, 이회창 후보 출마 이후 언론으로부터의 관심이 가장 큰 폭으로 떨어진 후보는 문국현 후보로 나타났다. ‘문국현 후보 또는 창조한국당’ 관련 보도는 이회창 후보 출마 전 33건이던 단독 보도량이 이회창 후보 출마 이후 13건으로 20건이나 감소했다.

한편 ‘정동영 후보 또는 대통합민주신당’의 경우 단독 보도량은 11건이 감소했다. 정동영 후보 관련는 단독 보도량은 줄어들었지만, 한건의 기사에서 다른 후보 또는 정당과 함께 다뤄진 보도가 126건에서 166건으로 큰 폭으로 증가했다. 이 결과를 보면, 언뜻 보면 정 후보와 대통합민주신당에 대한 관심이 많아진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지만, 실상은 전혀 다르다.
 
즉 이회창 후보 출마 이전에는 ‘이명박 VS 정동영’ 양자 대결 구도였던 신문보도가 이회창 후보 출마 이후에는 ‘이명박 VS 이회창’ 양자대결 구도로 바뀌게 되면서, 정동영 후보는 다른 후보들과 함께 다뤄지는 경우가 많아진 것이다. 이인제, 문국현, 권영길 후보의 중복 보도량이 늘어난 것도 이러한 결과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이회창 후보와 관련된 보도를 살펴보면 더욱 뚜렷하게 드러난다. 이회창 후보를 주제로 한 보도의 경우 출마 직후 158건으로 정동영 후보 보도량의 3배 정도나 앞섰을 뿐만 아니라, 이명박 후보를 제외한 전체 후보들의 보도건수(96건)를 합친 수보다 훨씬 많았다. 특히 동아일보는 다른 신문에 비해 두 배 가까이 많은 39건의 보도를 쏟아냈다.(<표5> 참고)
 
아무리 ‘이회창 출마’ 자체가 관심을 받는 사안이고 지지도가 높게 나타난다고 하더라도, 아무런 정책 없이 어느 순간 갑자기 선거에 뛰어든 후보가, 지난 몇 달 동안 유권자들을 만나면서 정책과 공약을 발표해왔던 후보들보다 이렇게까지 비중 있게 다뤄진다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회창 출마’에 대해 대부분의 언론들이 ‘정치불신을 부추기고, 정당정치를 훼손한다’고 지적했지만, 정작 그러한 현상을 언론들이 부추긴 것은 아닌지 냉철하게 돌아봐야 할 부분이다.
 
 
4. 신문 별 후보 편파성 비교

우리 단체에서는 17대 대선과 관련된 기사를 모니터링하면서 각 기사의 제목과 내용, 사진별로 편파성을 살펴봤다. ‘편파적인 보도’로 분류한 기사는 제목 또는 기사 내용과 사진에서 특정후보에 대해 유리하거나 불리한 표현을 사용한 경우, 설득력 있는 근거 제시 없이 특정후보에 대해 유·불리한 논리를 전개한 경우, 특정후보에게 유·불리한 내용을 담고 있는 정치권의 공방을 검증없이 무분별하게 중계한 경우 등이 포함되었다.

모니터링 결과 동아일보의 편파성은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동아는 제목에서 8건, 내용에서 12건, 사진에서 3건이나 이회창 후보에게 불리한 편파성을 띠었다. 정동영 후보에 대해서도 제목 7건, 내용 11건이 불리하게 다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이명박 후보에 대해서는 유리한 편파성을 보였는데 제목·내용·사진에서 각각 6·16·5건을 보였다. 조선과 중앙 역시도 이명박 후보에 유리한 기사가 제목·내용·사진에서 각각 5·8·2건, 3·3·3건이 있었다.
 
반면 한겨레는 이명박 후보에게 불리한 내용의 기사가 2건, 경향신문은 제목과 내용에서 각각 1건, 서울신문은 사진에서 1건을 보였다. 편파적인 보도로 지적된 대표적인 사례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중앙일보 11월 8일 사설 <이회창 출마는 권력욕의 쿠데타다>는 “너무 뻔뻔스럽다”, “너무나 역겹다”등의 표현이 여과없이 사용되는 등 인격모독에 가까웠다. 조선일보 10월 27일 칼럼 <“쇼를 하라, 이제 좀 다른 쇼를”>은 이명박 후보 부인의 고가 가방에 대한 논란을 “없는 자 콤플렉스”로 희화화 시키거나 격하시키며 논란의 본질을 흐렸다.
 
조선일보 10월 24일 4면 <노 대통령에 손 내밀었다… 등 돌렸다…두 얼굴의 신당>은 이라크 자이툰 부대 파병 반대를 낸 대통합신당의 주장을 “표 계산에만 바쁜 기회주의적 태도”라는 소제목으로 편집하고, ‘노대통령에 대한 신당의 이중태도’라는 표까지 만들어 파병안에 대한 본질을 노대통령과의 이해타산관계로 악의적으로 폄훼했다.
 
한편, 전체적으로 보도비중이 적었던 문국현 후보와 권영길 후보에게도 불리한 편파성이 지적되는 기사가 있었다. 이진녕 동아일보 논설위원이 10월 29일 쓴 <광화문에서/문국현의 모래성>은 “문 전 사장의 튀는 화법과 말 바꾸기는 노회한 정치인 뺨칠 지경이다. 진짜 검증을 거치지 않았으니 원래 성향이 그런 건지, 아니면 국민의 관심을 끌려는 의도된 발언인지 알 길이 없다” 등 칼럼 전체가 문국현 후보를 노골적으로 폄하했다.
 
한편 중앙일보는 11월 8일 <대선 3수 3명 10년만에 재대결>은 이회창·이인제 후보와 권영길 후보를 싸잡아 “서로 차별화를 주장하며 신경전을 부리고 있다”고 주장함으로써 권영길 후보의 대권출마 의미를 훼손시켰다.
 
 
나가며… 보수 대 보수에 갇힌 17대 대선보도

이회창 후보의 출마는 이번 대선보도의 흐름을 ‘보수 대 보수’의 대결로 굳힌 상징이 되었다. 모니터 대상 신문들 대부분이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이명박 후보와 이회창 후보에 대한 보도에 많은 양을 할애했다. 물론 한겨레와 경향신문이 후보들의 검증에 집중했다는 점은 보수언론들과 차이가 있다.
 
보수언론들이 이회창 후보의 출마 전후에 지나치게 많은 양을 할애한 이면에는 이회창 후보를 일방적으로 흠집 내고, 선거 구도를 ‘이명박 VS 이회창’ 양자 대결 구도로 만드는 등 특정 후보에게 유리한 구도를 만들기 위해 애쓴 흔적들이 역력하다. 적극적 후보검증은 애당초 시작조차 하지 않았고, 그나마 한겨레와 경향에서 제기한 후보들의 의혹도 제대로 보도하지 않았던 보수언론이다.
 
특히 2002년 대선 당시 이회창 후보를 일방적으로 편들었던 신문들이 이제 다시 등장한 이회창 후보에게 차마 입에 담지 못할 비난을 쏟아내는 모습은 민망할 지경이다. 이 또한 특정 후보에게 유리한 구도를 만들기 위한 일환이 아닌지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한편, ‘이명박 VS 이회창’ 구도를 만드는 과정에서 묵묵히 대선 여정을 밟고 있는 다른 후보들을 소외시키는 신문들의 보도행태는 비판받아 마땅하다. 보수신문들의 우려대로 이회창 후보의 출마로 정당정치의 근간이 훼손되고, 이번 대선의 정책선거 가능성은 훨씬 낮아진 게 사실이다.
 
그렇다면, 이럴 때일수록 각 후보들이 심혈을 기울여 생산해 낸 정책을 유권자들에게 더 많이 알려야 하는 게 신문들의 책임이다. 난장판 같은 정치권의 움직임에 휩쓸려 신문 지면조차 이들의 움직임을 쫓는데 급급한다면 이번 선거는 정치권의 수준대로 갈 수밖에 없다. 즉 유권자들의 수준을 정치권의 저급한 수준에 맞출 게 아니라 더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도록 가능한 한 많은 정보와 판단 근거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것이다.

이제 17대 대선은 공식선거운동 기간으로 돌입했다. 아직 BBK를 둘러싼 의혹은 해소되지 않았고, 후보들에 대한 여러 가지 의혹들도 말끔히 검증되지 않았다. 특히 어떤 후보는 하루가 멀다 싶을 정도로 온갖 의혹이 쏟아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후보단일화’, ‘연정’ 등 각 정치세력의 이합집산의 가능성도 여전하다.
 
급박한 대선의 소용돌이 속에서 언론들은 유권자들조차 어리둥절해 하지 않도록 도와야 한다. 그 근본은 무엇보다 ‘정책검증’이고 ‘후보검증’이다. 지금이라도 정치권 뒷꽁무니를 쫓는 보도에서 벗어나 유권자들을 중심에 놓고, 유권자들에게 필요한 보도를 해주길 다시 당부한다.

#민언련#이회창#이명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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