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하늘에 떠 있는 낮 달과 구름
하늘에 떠 있는 낮 달과 구름 ⓒ 이인옥

오늘(27일) 아침 일찍, 첫차를 놓친 딸아이를 학교에 데려다 주기 위해 길을 나섰습니다. 학교 앞에서 아이를 내려주고 막 돌아서 오는데 파랗게 열린 하늘에 낮 달이 높이 떠 있었습니다.

하얀 구름같이 떠 있는 낮 달이 내 차를 따라오며 방긋 웃는 듯하여 차에서 내렸습니다. 그리고는 그 고운 달빛의 잔잔한 미소를 사진으로 담았습니다. 파란 하늘에 열린 하얀 낮 달은 그렇게 나와 만나서 아침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참 귀한 만남이라 생각하며 기분 좋게 아침을 달렸습니다.

 낮 달이 높이 떠 있는 모습
낮 달이 높이 떠 있는 모습 ⓒ 이인옥

갑자기 낮에 나온 반달이라는 동요가 떠오릅니다. 흥얼흥얼 노래를 부르며 달리는 이 아침이 마냥 상쾌합니다.

낮에 나온 반달 (윤석중 작사, 홍난파 작곡)

낮에 나온 반달은 하얀 반달은
해님이 쓰다 버린 쪽박인가요
꼬부랑 할머니가 물 길러 갈 때
치마끈에 딸랑딸랑 채워 줬으면


낮에 나온 반달은 하얀 반달은
해님이 신다 버린 신짝인가요
우리 아기 아장아장 걸음 배울 때
한짝발에 딸각딸각 신겨 줬으면


낮에 나온 반달은 하얀 반달은
해님이 빗다 버린 면빗인가요
우리 누나 방아 찧고 아픈 팔 쉴 때
흩은 머리 곱게 곱게 빗겨 줬으면


 배춧잎에 핀 서리꽃
배춧잎에 핀 서리꽃 ⓒ 이인옥

그렇게 노래를 흥얼거리며 돌아오는데 이번에는 밭에서 햇빛을 받아 하얗게 반짝이는 배춧잎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배춧잎에는 하얀 서리가 앉아 구슬처럼 영롱한 빛을 냅니다. 하얗게 내린 서리가 밭에 있는 배춧잎을 꽁꽁 얼려놓았습니다. 배춧잎에는 서릿발이 하얗게 서 있는데 그 모습을 자세히 보면, 깨진 유리조각이 박힌 모습처럼 날카롭고 예리합니다.

그래도 배추는 아야 소리보다는 서리와 함께할 수 있는 기쁨을 노래합니다. 두 팔을 벌려서 유리조각 같은 서리를 곱게 보듬어 안은 모습이 어머니 모습을 보는 듯합니다. 가족은 이렇게 서로를 보듬고 살아야 한다는 것을 몸소 실천이라도 하려는 듯 배추의 모습이 아름답게 느껴집니다.

 배추잎에 유리조각처럼 날카로운 서릿발이 서 있는 모습
배추잎에 유리조각처럼 날카로운 서릿발이 서 있는 모습 ⓒ 이인옥

이른 아침, 낮 달과 서리 내린 배춧잎을 보면서 기분 좋은 하루를 열었습니다. 주변에 보낸 작은 관심이 이렇듯 큰 감동을 준다는 사실에 새삼 놀라면서 관심, 관심, 관심으로 일상을 펼쳐놓고 더 많은 행복을 찾아야겠습니다.


#낮달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