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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가을

비암사에 찾아갔더니

꽃 한 송이 피어나지 않아

배추흰나비마저 날아오지 않는

고구마밭처럼

산기슭 절집이

휑하니 비어 있었다

그러나 저 아래 골짜기로부터

바람이 숨을 헉헉거리며 올라오고  

뒤이어

극락보전 추녀 끝 풍경 소리가

절 마당을 엉금엉금

기어가는 적막 한 줄기를

가만히 끌어당기자

올망졸망한 적막의 덩이들이

줄줄이 딸려 올라왔다

 

맛깔스러워라

적막 굽는 냄새가 요란하게 풍겨오는

산사의 저녁

덧붙이는 글 | *비암사- 충청남도 연기군에 있는 고찰.  


#비암사 #저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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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곳을 지향하는 눈(眼)과 한사코 사물을 분석하려는 머리, 나는 이 2개의 바퀴를 타고 60년 넘게 세상을 여행하고 있다. 나는 실용주의자들을 미워하지만 그렇게 되고 싶은 게 내 미래의 꿈이기도 하다. 부패 직전의 모순덩어리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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